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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은 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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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개인 후 산하가 진채(眞彩)로 빛난다. 대지를 적시는 마음 위에 부서지는 햇살이라. 만유(萬有)가 살아 숨쉬는 듯 가깝다.
반상은 어떨까. 우상귀는 실전에서 나올 법한데 흑1 이하 어떻게 될까? 흑11 다음 흑A면 백이 잡힌다. 살 수 있을까? 자신을 희생하는 좌상귀 백△이 묘수. 좌하귀 흑▲로 두점을 따면 흑도 단수가 된다. 그러면 백도 따내(△) 우하귀가 된다. 영원히 좌하귀와 우하귀를 반복한다. 흑백이 두점씩 먹히면서. 해와 달이 갈마들어 아침과 밤이 교차되듯이. 바로 장생(長生)의 탄생이다.
이 장생에 대해 중국(1986)은 동형반복금지(同形反復禁止)의 원칙을 적용하여 우하귀의 백'○'를 허용하지 않았다. 백○가 오면 좌상귀와 똑 같은데,반상에 같은 형태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패(覇)는 동형반복금지의 원칙이 적용된 하나의 예일 뿐,그 원칙을 반상에 널리 확대하고자 했다.
타당한가. 가볍게 생각해 보자. 전설처럼 요순임금이 바둑을 창안했다고 하자. 동형반복금지의 원칙을 먼저 추상(抽象)하여 그 원칙에 패와 장생을 대입시켰다고 하자. 그런데 말이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장생을 먼저 생각할 정도로 수준이 높을 수 있을까? 아니면 장생과 불사(不死)를 동일시하여 불사약을 찾은 진시황의 어리석음을 우리 인간에게 널리 경계(警戒)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동형반복금지의 원칙을 미리 전제했을까?
이런 걸까. 중국의 지배적인 철학적 사유에서 보면 하늘 아래 변하지 않는 건 없다. 따라서 동일한 것의 반복이란 있을 수 없다. 같은 형태의 반복이란 지겨운 삶의 반복과 같다.
그러나 어떻게 같단 말인가. 장생의 진행에서 앞서 따낸 돌은 과거의 일부가 아니던가. 관념상 시간을 잡을 수 없을지라도 어찌 과거를 떠난 내가 있을 수 있는가. 논리적으로도 동형반복금지의 원칙과 패가 동일선상에 있을 이유는 없다. 패는 바둑이 성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더 이상의 원칙 없이도 바둑은 성립한다.
아니,해결할 필요도 없다. 장생을 왜 없애는가. 나의 바둑은 나의 세계관 아래 있는 것. 장생! 유한한 삶에서 무한을 꿈꾸는 인간의 희망.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200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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