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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향연， 태어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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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이다. 한국기원 2층 대국장은 지난 1월6일부터 만원이다. 제37기 왕위전 예선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복잡할까? 아니다. 복잡하지는 않다. 54명이 대국한 첫날이나 27명이 모인 다음날이나 다시 52명이 겨룬 2차 예선의 첫날이나 진지하고 조용하기만 했다.
새해 첫 시합이라서 그런가. 예선 첫 판을 승단의 한 판으로 평가하기 때문인가. 송태곤 3단(16살)이 조훈현 9단을 3대2로 이겨 천원 타이틀을 획득한 쇼크에 ‘조훈현에게도 밀리는 시간이 있구나’라는 감회가 스며든 까닭인가. 아침 10시 대국이 오후 6시에 끝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아니다. 그 모든 이유는 우연히 필자가 느낌을 물들인 것일 뿐이다. 프로들은 언제나와 다름없었을 것이다. 대국장을 서성이는 프로가 있어 분위기를 어지럽혔을까? 아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잠시 산책하는 것일 뿐 마음은 반상 위에 못 박혀 떠나지를 못한다. 모두가 저마다의 대국에 잠겼던 것이다.
이 바둑,저 바둑,반상은 어지러웠다. 그러나 하나도 제 모습을 지니지 않은 것은 없었다. 모든 판에 저마다의 노래가 있고 탄성이 있었다. 지금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만 해도 한 바구니 가득하다. 몇 점만 모아보자.
 먼저 좌상귀. 흑1 실수에 백2가 멋지다. 이로써 백집은 6집이다. 흑1은 2,백A,흑1,백B로 둘 곳. 2집 가까운 차이가 난다.
 좌하귀를 볼까. 흑1이 정답으로 백을 잡았다. 흑3 다음 백A는 흑B,백C,흑D로 백이 양자충이다. 백 잡은 프로는 착각했다 한다. 흑3,백A일 때 흑D,백a,흑B,백c,흑C,백 이음(촟)으로 산다고. 흑1에 백a는 흑b,백2,흑B,백C,흑A,백D,흑3으로 죽는다.
 우하귀는 고금에 유명한 모양. 흑1,3이 묘수로 백A 단수해도 흑은 공배만 메운다. 그러면 백B가 필연이고 그 때 흑3으로 단수하여 잡으면 된다. 섣불리 백A,흑B,백3,흑 젖힘(촃),백B로 패하지 말 일이다.
 우상귀는 어떤가. 흑1,3이 묘수순으로 백A 이하 흑F까지 한 수 늦은 패를 만들었다. 흑1을 3에 두면 백A,흑a,백B,흑b,백F,흑1,백c,흑d,백e로 산다.
이런! 오늘은 4개밖에 못 보여드리네! 묘수와 착각은 중앙에도 있었는데….
프로가 모이면 반상에 태어나는 것이 흐드러진 꽃이요 울음인데….
(문용직 프로4단 200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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