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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지더라도 '이 한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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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개체(個體)의 이익인가, 아니면 집단의 보존인가. 도킨스(Richard Dawkins)는 그의 명저(名著)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개체를 강조한 바 있지만, 동물행동학자가 아닌 필자로서는 선뜻 동감하기 힘든 부분이다.
나의 DNA가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것이 나의 인생을 의미있게 하는가. 벽초의 '임꺽정(林巨正)'에서, 아기를 남기고 저 세상으로 떠나는 어떤 젊은 아낙네의, '한 세상 나온 표적이라곤...' 하는 탄식에서 크게 연민을 느낀 적이 있지만. 바둑에서는 어떨까. 바둑은 졌어도 '이 한 수'가 크게 값어치를 떨칠 때 우리는 즐거워해야 할 것인가, 아쉬워해야 할 것인가.
지난 2일, 용인 근처에 자리 잡은 양동환 선생 댁에서 필자는 이승우 선생과 여러 관전필자, 정수현 9단 등과 함께 8인 토너먼트를 즐겼다. 가벼운 상금이 걸린 것은 물론이지만, 그런 자리에서의 재미는 역시 훈수와 말참견이라 하겠다. 어두운 백열등과 담배 연기 속에서 맥주 한 잔 오가며 속기 두는 재미야말로, 연줄이 끊어져 연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행복한 한 때'가 아닌가 한다.
다음 기보는 박영철(한국일보 관전필자) 씨와 김정우(명지대 바둑학과 겸임교수) 씨의 대국에서 발췌한 것으로, 옆자리에 앉은 필자의 눈은 자꾸만 사시(斜視)가 된다.(필자는 이광구 씨와 두고 있었다. 필자의 1집 승!)
장고(長考)에 장고를 거듭한 박영철 씨, 흑1을 두다! 절묘하다. 박씨의 실력(필자에게 두 점으로, 아마추어로서는 한계에 왔다.)을 뛰어넘는 묘수이다.
다음 백A는 흑B로 끊어 이하 흑J까지 흑이 한 수 빠르다. 실전은 백B, 흑A, 백F, 흑a, 백H, 흑E, 백J로 되어 바둑은 미세하게 흑이 졌지만, 좌우간에 흑1은 묘수. 흑1을 B에 두면 백C로 두어 흑이 고달프고, 흑1을 A에 두면 백F, 흑B, 백1로 역시 나쁘다.
'야, 묘수인데! 그 판은 져도 좋겠군.' 누군가의 탄성이다. 인생도 그러한가. 단 한 번의 불꽃같은 섬광으로 인생의 보답이나 가치가 주어질 것인가.
(문용직 프로기사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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