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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단의 감각，40년 시공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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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일 LG배 해설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간. 조선일보 이홍렬 부장,손종수 일간스포츠 관전필자,최규병 9단,이창호 9단,그리고 필자.
화제는 오청원 9단의 ‘명국세해(名局細解)’로 넘어가 그 탁월한 해설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의 제자인 임해봉 9단도 ‘명국세해’를 남겼는데,오청원의 해설에 비해서는 간결한 아름다움도 깊은 통찰도 찾을 수 없다는 감상도 나왔다.
이9단의 해설은 어떨까? 이9단이 묵묵하여 필자가 다른 말로 화제를 돌렸다.
“포석의 묘 라는 책 있잖아? 그 책에 대한 나의 견해랄까,해제랄까,뭐 그런 거 하나 쓰려고 사카다 선생을 뵌 적 있었지. 그 후 이9단 만난 자리에서 그 책의 모든 문제를 이9단의 감각으로 답해달라고 부탁했었지. 기억해? 아,그런데 말야. 이9단의 감각과 사카다의 감각이 거의 똑 같더라고. 43개의 문제 중에서 40개 정도가 말야. 이거 어떻게 생각해? 최9단”
“그거 놀랍군요. 사까다 책은 40년 전에 나온 고전. 그 동안 포석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여겨지는데?. 사카다와 이9단의 기풍도 크게 다른데…” “글쎄 말야. 60년대 초 오청원 선생이 황룡사(黃龍士: 17C 淸나라 국수)를 평하길,오늘과 비교해 뒤떨어지지만 ‘현대’라는 시간이 3개월만 주어진다면 곧 명인급이 될 거라고 단언하셨지. 바둑의 세계도 국수의 수준도 그런 건가?”
그런가. 착상이랄까 관념이랄까,그런 것에 차이는 있어도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는 것인가. 고대인의 소박함과 현대인의 야만에 있어서도….
기보의 백1은 1963년 사카다가 자신한 ‘나의 발상’. 2002년 이창호가 판단한 ‘이 한 수’. 우변의 백 세력을 후원하고 상변 흑 세력을 제한하여 반상의 공간을 굴절시키는 감각. 돌과 돌이 만들어낸 공간의 이해,그 본질은 시대를 초월하는구나.
덧붙인다면 사카다와 이창호의 감각이 40년의 시간을 격(隔)해서도 다를 바 없다는 건 그 사이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없었다는 걸 말해준다. 우리는 아직도 하나의 큰 관념의 테두리 안에서 사유하고 있는 것이다.
바둑이란 그런 점에서 보면 사람들의 공감대가 넓은 그런 세계다.
(문용직 프로4단 200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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