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爛柯堂棋話 - 바둑의 정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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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9월 21일) - 爛柯堂棋話 - 바둑의 정리-5
四圍가 존재한다.
그것을 느끼게 해주는 丑時를 방금 지난 시간.
03시 05분.
참으로 잠이란 좋은 거구나. 피곤했던 몸이 8시간의 수면으로 이토록 회복되다니. 그 언젠가의 인연이 나를 여기까지 이르게 했구나.
爛柯堂棋話 (林元美, 1849)
내 오늘 살펴 볼 책이다.
솔직히 말해 난 이 책을 그리 유심히 보지 않았다.
읽기도 내 능력으로는 힘에 많이 부치고.
잡다한 얘기꺼리 많이 실린 책을 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이자 일본 바둑의 4대 가문 중 林家의 11세 가주인 11世元美門入(1778-1861)에 대해서 한 마디 아니 하고 넘어갈 수는 없겠다.
그는 박식했다. 박식하다…, 그건 평소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인격과는 별개지만, 사회에 남기는 바가 다소나마 있을 여지가 높아지는 것 또한 그럴 듯한 법이다.
그가 남긴 책으로 우리가 놓칠 수 없는 것이 적어도 한 권 있다.
碁經衆妙 - 너무나 유명한 맥의 집대성. 여러분은 아직 이 책을 아니 보셨는지?
난 기경중묘 외엔 본 것이 없다. 기경중묘는 나중에 반드시 한 번 다루리. 그럴 만한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책이다.
그 외 내가 열람도 못한 책으로는 다음 4권.
碁經精妙 - 이 책은 당시로서는 처음으로 맥과 정석을 집대성한 것이라 평가된다.
碁經連珠
紅甲珍鑑
掌中碁箋
오늘 살펴볼 책은 난가당기화로 1849년 펴낸 책이다.
난가는 도끼자루 썩은 것을 뜻함이니 곧 바둑을 말한다. 그것에 堂을 붙여 호를 삼았으니 바둑에 대한 이해의 폭과 자부심을 알 만하다.
그에 대해서는 유명한 일화가 적어도 두 개 있다.
1) 본인방 장화가 名人碁所가 되려고 1828년 경 암암리에 바둑의 4대 가문과 일종의 타협을 하고 있을 때 그는 장화가 명인에 취임한 후에 8단을 주겠다는 약조를 받고 도운다.
약조는 약조일 뿐. 8단은 물건너 갔다. 元美는 약조를 어긴 장화에 대해 어떻게 할 거냐. 그는 분노하고 바둑을 맡아보는 관청인 寺事奉行에게 청원도 해보지만, 이미 물 건너 간 것을 두고 시끄러운 전말을 두루 밝히고자 하는 세상은 없었다.
1854년 은거를 결정했을 때야 8단을 얻는다. 하하. 이 웃음은 세상사에 대해서 던지는 웃음이니, 행여 오해하지 말도록. 하하하.
10년 쯤 전에 어느 인류학자와 얘기하다가 그만 면박을 당했다. 그 분 집에 우환이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에 그만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 분 말씀. 아니, 남의 집 우환에 웃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참 난처했다. 사실 별로 잘 알고 지내던 분도 아닌 터라 아차! 했다. 실수구나…. 그래도 말이다. 난 이리 생각했다. 우리 나라 문화에서는 그런 게 아닌데. 그 때 터지는 미소가 즐거워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는 것을 왜 그 분은 모를까. 나의 이해가 부족한 걸까. 문화에 대해서 내가 모른 걸까. 글쎄다.
난, 그 민속학 전공하신 분을 좀 둔하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피곤하겠군, 하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 그 전부터 난 그 분을 많이 둔하다고 보았다. 다양한 재능과 성품을 지닌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교수는 예민해야 한다. 표현을 조심해서 학생을 잘 이끌 수 있으면 더욱 좋으리.
내 주위에서 난 그런 난처한 미소 - 苦笑는 아니리 - 를 많이 접한다. 어디서 그 태도가 온 걸까. 한 번 읽기도 했었는데 잊었다.
웃음과 울음은 문화적인 시각을 포괄해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보다 넓고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 우리, 우리 서로 간에 이해가 넓어진다. 서로를 알게 된다.
2) 그는 박식했다. 한학자와 교류도 많이 했고 책도 많이 읽었다. 어느 날 후한 말 王燦이 한 번 슬쩍 본 바둑을 복기한 것을 두고 - 그런 역사 기록이 있다 - 누군가가 찬탄했더니 그거 별 거 아니라고 한 마디 했다 한다. 그의 자부심을 읽을 만하다.
사실 이 점은 좀 묘하다. 구체적인 상황을 내 지금 다 기억 못하는데, 왕찬이 아무리 기억력이 뛰어나기로서니 바둑의 실력이 미치지 못했다면 수순이야 보았으랴. 그러나 사진 찍듯이 하는 기억이야 매우 드물지만 실로 있다 한다.
오청원 선생이나 하시모토 선생에게서 그런 비슷한 일화가 있다는 점을 읽은 적 있다. 바둑이 프로라고 한 눈에 다 기억할 수 있지는 않다.
난가당기화는 모두 6권이다.
제1권에만 35개의 바둑 일화가 실려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료를 수집했는지, 그 정성과 박식이 놀랍다. 거기에 실려 있는 것만 알고 있었겠는가.
정성과 기억력과 바둑 실력과 학식.
그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책은 부족을 면치 못했으리. 6권에 가면 또 기보를 72국 실었다. 진위가 의심되는 기보도 없지 않으나, 귀한 자료를 잘 모았다. 대단하다.
한 마디로, 바둑의 史話, 說話, 수필, 기보 등을 모은 것이다.
그에 덧붙여 자신의 소감을 글 뒤에 붙였으니, 그가 기술한 것이 다 뜻이 있음을 자부하여 밝힌 것이다. 과연 그럴 만한지 여부는 내 자세히 살펴보지 못해 모르겠으나, 인정해도 무방하리라. 그런데 평이 과하면 실수가 따르는 법이니 어떨까.
음, 이 글을 쓰는 문용직에게도 그 점은 주의가 되는구나. 글은… 글이라는 건… 더욱이 내가 쓰는 이런 식의 글은… !
원고가 나온 것은 1849년. 1861년 그가 명을 달리 할 때 일본 중세 어성기제도는 몰락했으니 이 책은 일본 중세 이전의 바둑과 그와 관련된 사회를 살필 좋은 자료가 되리. 시기로 볼 때 그는 기사로서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었다고 짐작된다. 1854년 세수 76세에 은거했으니 말이다. 일견 외견으로 薄福한 삶은 아니었으리.
그가 모은 기보 중에는 중국의 기보도 적지 않다. 하긴 그가 쓴 여러 사료나 설화의 대부분이 일본의 것이지만, 중국에 관한 것도 적지 않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바둑의 풍속사를 알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이리.
자료로서의 가치는 책을 읽는 자의 목적에 달렸으리.
그 목적의 다양함 여부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자료의 집대성이라 할 만한 책이다. 과연!
책에 실린 기보를 두 개 남긴다.
일승과 일충의 바둑
日忠은 본인방 도책의 法號요, 日勝은 그의 스승 3세 본인방 道悅이다. 스승이 흑을 잡고 먼저 두었다.
도적의 바둑
道的은 22세로 요절한 도책의 제자로 옛 이름은 小川이다. 아까운 인재였다. 지금에 와서도 史上 최고의 재주라고 일컬어지고 있을 정도다. 그가 둔 바둑을 몇 국 놓아 보았다. 그렇게 틀린 평가는 아니라고 본다.
풀벌레 움직임이 간간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비 그친 지 오래다. 먼 신작로에서도 빗길 지나는 자박함이 들리지 않으니 역시 비 그친지 오래다.
四圍가 이리 묻어날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숨죽이고 지켜본다? 하하. 난 그리는 못한다. 그건 나중에 한 번에 묶어서 할 수 있으리.
가을이 하나 더해간다. 가을… 가을이라…
풀기에도 아직 이른 시간이다. 고운 잠결 사루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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