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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因坊戰全集 - 오청원의 別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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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9월 13일) - 本因坊戰全集 - 오청원의 別卷
12시가 넘었다? 아니 이럴 수가!
오늘 오전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나에게 말도 않고 어디로 간 거지? 전화 네 통과 만화 몇 페이지 본 것 외에 뭐가 더 있었지? 사과 먹은 거?
7시쯤에 눈을 떴는데 대체 왜 이리 된 걸까.
잠이 무겁도록 눈을 누른다. 그러나 잠을 자기엔 뭔가 억울하다. 어젯밤 자리에 들기 전에 brown book을 한 쪽 읽고 내일 아침에 약간 더 읽을까, 하고 잤으니 분명히 나에게 나는 억울하다.
그래. 이리 지날 수도 있는 법.
하늘엔 아직도 구름. 그런데 이 환한 가을 햇살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렇군. 오늘 오후엔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나가서 市場을 보고나 와야겠다. 정신이 피곤하면 몸을 고되게 하라. 몸이 고되면 정신을 쉬게 하라. 가만, 어느 말이 맞는 거야? 하!
책상에 책이 한 권 놓여있다.
本因坊戰全集 別卷 下
本因坊戰全集 別卷 오청원 특별기전 下
상권은 어디로 간걸까. 아침과 함께 도주라도 했나? 하긴 나에게 꼭 아침이 있으란 법은 없다. 없다 해서 내 무엇을 투덜거릴 수 있겠나. 그저 下卷이라도 남았으면 그것으로 만족하자.
언제부턴가 본인방은 오청원과 특별 3번기를 두기 시작했다.
다까가와는 1년에 3국씩 두었는데 무려 11연패를 했었다. 하!
그 후 4연승을 했던가. 하! 그건 더 대단하다.
부끄러움도 없냐고? 왜 없겠나. 그러나 그 부끄러움 - 아니다. 부족이다. -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거다. 나도 이 사실을 일찍이 알았다면 내 20대는 훨씬 부드러운 시간이 되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부끄러움을 이길 자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그 부끄러움이 오는가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때문이다.
바둑을 계속해서 지고도 그래도 다시 바둑판 앞에 앉을 수 있다면 그 자세만으로 이미 성장한 것이다. 11연패 이후 1승. 참 대단한 노력이요, 실력이라 하겠다.
오청원에게는 특별 기전이 많았다. 오늘날과 같은 신문기전이 세세년년 개최되는 관행이 없었던 시대이기도 했었다. 치수고치기 10번기는 바로 그 때문에 있었다. 19세기 이전의 일본 바둑계에서 유행하던 쟁기 爭碁의 연장선 상에 치수고치기가 놓여져 있었고, 그 끝에는 본인방전이 있었다. 그 선분 위에 함께 놓이게 된 것이 바로 무수한 신문기전의 창설.
한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의 일본 바둑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오늘까지 한국 바둑의 구조를 이뤘다. 이제 그 구조는 변하고 있지만 말이다.
당대의 뛰어난 기사들을 先 또는 先相先으로, 그래서 ‘만천하 선상선, 선’으로 20여 년간 걸림이 없었던 오청원. 그에게 한 판이라도 배운다는 것은 기사들에겐 대단한 기회요, 영광이었다. 쟁쟁한 7단 8단을 대상으로 10국을 두어 8승 1패 1무를 기록한 것도 있었으니 참 뛰어나다 하겠다.
물론 승부를 가지고 오청원을 평가하는 것은 몇 개의 기준 중 하나.
승부 외의 기준이 사실 더욱 중요하다.
신포석을 발표하여, 화점과 중앙의 가치를 드높인 그 안목. 드높인 게 아니다. 4선 이상의 선분을 발견하여 바둑 보는 눈을 확 바꾸어 놓은 것. 그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열어놓은 것. 바로 그것이 오청원의 진정한 존재 이유다.
나는 오청원의 바둑을 볼 때면 언제나 감탄한다. 너무나 반상이 맑게 느껴지는 것이다. 싸움을 하던 말던, 무수한 패쌈에도 조금도 관계 없이 간결한 표현이 돌 하나 하나에 담겨 있는 것이다. 뭐라 그 간결성을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동의하고 이해하는 언어로 과연 나는 표현할 수 있을까.
그 표현 방식을 우리가 찾는다면 우리의 바둑도 한 단계 진보할 것이 분명하다.
먼저 바둑 하나 감상하자.
사석 활용의 1국
1957년 경에 둔 바둑.
백은 오청원. 흑은 다까가와.
사석(捨石)의 활용이 돋보이는 유명한 1국이다.
백은 백58 이하로 백 넉점을 버려도 좋다. 이미 흑53과 백54의 교환에서 그리고 하변 흑55 백56의 교환으로 이득을 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백64 이하 백74까지의 처리도 깔끔하다.
그 때까지 사용한 시간은 백1시간 42분. 흑 3시간 44분.
후지사와 백
후지사와 8단과 둔 1960년 경의 바둑을 하나 더 볼까.
상대의 실력 고하를 떠나서 참 깔끔한 행마다.
간결한 표현보다 더한 아름다움이 없다. 적어도 바둑에선.
오청원이 1961년 이후 명인전에서 우승 못하고 결국 명인이란 이름을 얻지 못한 채 바둑 1선에서 물러난 것은 참, 묘한 운명이라고 하겠다. 명인전만 그러했나. 본인방전도 제1기 우승을 놓치지 않았나.
그래도 오청원은 우뚝하다.
일본도, 일본의 자존심 본인방전도, 오청원을 제외하고서는 본인방의 이름이 한낱 이름밖에 이룰 게 없음을 안 책이 한 권 있다.
本因坊戰全集 別卷 - 오청원 특별기전 上下
本因坊戰全集이 아름다운 이유의 하나다.
당시의 전심전력을 다한 기록이 저 책 속에 들어있다.
우리와는 수준이 어떨까. 차이는 없다. 내가 보기에 바둑은 진보된 게 없다. 1940년대 이후로 바둑은 내용으로나 실력으로나 그게 그거다.
새로운 정석 몇 개 더한다고 그게 곧 바둑의 진보를 가져오지 않는다. 안목의 새로운 전개. 바둑 틀의 開花. 그게 진보의 내실을 이룬다.
그렇지만, 다른 것도 있지 않겠나.
글쎄다.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 나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내 눈에 보이는 바로는 그런 게 없다.
本因坊戰全集
일본 바둑 1940년부터 1970년을 알고 싶다면 보아야 할 책이다.
반상의 숙제를 가졌거나, 문화적 실상을 알고 싶다면 옆에 두어야 할 책이다.
책을 보면서 책의 형식과 무게로 진지함을 얻고 싶다면 곁에 둘 만한 책이다. - 아마도 이 점에서는 이보다 더 나은 책이 없으리.
오후 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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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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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범님의 글,조용히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그 전집,저도 한 번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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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hr1959 |
｜ 2004-09-14 오후 5:5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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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본인방전집을 어디서 구할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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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진 원본은 없어졌고. 한국기원도 없는 듯. 제가 사본 별권 하권은 하나 더 있어 드릴 수 있습니다. 구하기는 어렵고 비쌉니다. 그런데 사본은 맛이 없어서 영 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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