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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첫 판과 마지막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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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15일) - 나의 아마 시절 - 첫 판과 마지막 판
오후 2시 55분.
방 청소를 했다.
이런 책은 내 놓고, 저런 책은 넣어두고.
어지러운 복사더미. 잔뜩 해 놓고 활용도 못했구나.
참, 아까운 거 많이 해두었는데. 한국기원 지하 자료실과 중앙일보사, 동아일보사, 국회도서관 등을 다녔는데.
매일 같이 뭔가를 주제로 해서,
일관되게 자신의 감정과 사회적 조건을 記述한다는 것은 실로 쉽지 않았다.
예전에 중앙일보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연재되었는데, 그 때 그런 글 쓰던 분들 참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감정 내킬 때 쓰는 버릇 때문인가. 그래도 술 마시고 쓴 글은 몇 개 되지 않는다고 보지만, 가만 생각하면 술 마신 다음 날 쓴 것은 그래도 매우 산만했다.
일기를 읽으면서, 글 자취에 마음 상처받은 분도 있을까 싶다.
차라리 내 아마시절이 아니라, 우리의 아마 시절을 썼다면 싶기도 하다. 아쉬움 이상의 아쉬움. 나는 훈련 받은 것이 그래도 논문이라서, 우리의 아마 시절을 썼다면 좀더 나았으리라 본다. 아예 다시 시작해볼까.
오늘, 12시간 째 앉아 있다.
내일이면 두 개의 일을 마친다.
바둑TV 녹화. 그리고 그 底本이 되었던 책의 마감질. 영 맘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어쩌랴. 책은 내야지. 저번에도 얘기 했듯이, 우리에게는 책 만드는 시스템이 매우 취약하다. 경제력을 넘어선 나라 전체의 저력이 이런 곳에서 드러날 것이 너무나 분명하니, 아쉽고도 아쉽다. 하긴 한국기원부터가 책을 만들지 않으니 할 말도 없다.
오늘 아마 시절을 끝맺고 싶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글을 쓴 다음, 다시 쓰는 셈인데, 두 개를 더 쓰면서 나의 아마시절을 매듭짓고 싶다.
하나는, 나의 입단대회.
다른 하나는, 돌아보는 아마시절.
먼저 개인적인, 지극히 개인적인 입단시간을 말하겠다.
나는 1983년 가을에 입단대회에 나갔다.
아니구나. 가을이 아니구나. 12월이었다.
12월 3일에 둔 기보가 있다.
83년의 입단대회 1국
김철중 님과의 1국이었는데 내가 흑이었다. 리그 첫판이라 별로 긴장하지 않고 두었는데, 그 분은 나보다 더 편하게 두셨다. 대국 내용에 묻어난다. 그 분도 입단하느라 참 고생하셨다. 당시의 월간지 표현을 보면, 김철중 씨와 박영찬 씨의 입단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었고, 또 많은 아마대회 입상기록이 그 점을 지지하고 있었다.
승부판은 있는 법. 난 승부판이 박영찬 씨와 있었다. 둘째 날, 초반 필패의 형세를 억지를 써서 양보받았는데, 그러자 맘이 변했다. 한 판 한 판 다짐으로 두자. 그리 변했다.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양보 없이 리그전 마치기가 그 얼마나 어렵던가. 임동균 선배는 나와 제일 나중에 만났는데, 적당히 형세만 맞추어 주셨다. 만약 허리춤 붙잡고 두면, 입단이 걸린 쪽이 어려울 것이다. 실로 그런 점이 없지 않다. 나 정도의 맘 가진 사람에게는 그렇다.
입단이 결정되던 리그 다섯째 날, 파장 분위기가 역력한 대국장. 탈락한 사람들은 아쉬움으로 돌에 기백이 사라지고, 입단자는 저 홀로 아쉬워 대국에 힘이 빠진다. 내 눈에는 그리 비쳤다.
난, 그 날 이른 오후.
박수현 선배와 함께 기원 앞 맥주집 밤비에서 마주앙 3병을 마셨다. 뭔가 혼자만 있기도 머쓱하고, 또 박 선배는 그만 탈락했으니. 나 혼자만 떠든 듯하다. 참, 나도 한심했다! 위로를 드릴 환경을 만들어도 어려운 판에 말이다. 이 양반 요즘 건강은 어떤지? 고성에서 바닷바람 피하느라 두꺼비로 납작 엎드린 탁주집에서 신 김치로 노오란 양은 주전자 함께 비우던 양반.
서울로 올라올 때도 함께 많이 했지.
내가 김해로 남해로 유랑 다닐 때 나를 도와준 분.
도와준 분이라 하면, 사실 어찌 한 분에 그치랴. 낯설 정도로 많다. 절대 빈말이 아니다.
1983년 12월.
입단대회도 부지불식간에 지나갔다. 입단이 곧 시작도 끝도 아니었음은 바로 다음날 아침에 확인했다. 뚜렷이 남은 건, 바로 하나의 매듭을 지었다는 점, 그 점의 확인이었다.
난 뭐 할까. 그건 여전했다. 아침에 집에서 물었다. 앞으로 바둑 열심히 두겠느냐고. 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는 못할 거 같아. 집에서 또 말했다. 넌 언제 제대로 좀 하나라도 열심히 해보겠냐. 꼭 열심히 해야만 하나.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 뭐 하고 싶은데? 그거야 나도 모르지. 잘 되겠지 뭐.
74년 5월 이후 9년 반.
83년 12월의 시작.
나처럼 바둑을 접하고
또 나처럼 입단하는 것이
과연 나만의 이야기일까.
그 점을 잠시 후 생각해보고 싶다.
오후 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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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로에 5급으로 등록하고 2년인가~? 여보 나 단 됐어! 하니까, 응~ 장혀!했는디..푸로 입단.. 어떤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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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연재, 끝나간다니 아쉽군요. 다음에 더 멋진 기획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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