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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다시 한 번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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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11일) - 나의 아마 시절 - 다시 한 번 질문
오전 06시 03분.
김명완 사범과의 바둑은 졌다. 잘 졌다. 어찌 이기랴.
서로가 웃었지. 미소였지.
실로 이제는 바둑을 두기도 싫을 때가 많다. 그것이 생각을 요하는 승부바둑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프로는 그리 두면 안 되나?
이철구 님의 묘수
그래도 석맥회에 다닐 때는 정말이지 바둑이 재미 있었다. 이런 저런 바둑이 기억날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모임을 전후해서 제1회 세실배 바둑대회에 나갔을 때의 묘수 하나는 정말이지 묘수였다. 예선이었는데 우승하신 이철구 님과 두었다. 형세는 내가 유리했는데 묘수 한 방에 졌다. 물론 흑4가 실수였다. 다른 자리, 아무 곳에나 두었으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대단한 묘수순이었다. 그 분은 이기고 나서 미안해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바둑. 아, 승부야 언제나 서로가 실수의 연속 아닌가.
나는 그 묘수를 당하고서 너무나 유쾌해서 크게 웃었는데 실로 그런 마음이었다. 지금도 유쾌하니 말이다. 묘수 당하면 유쾌한 거다.
인생에 즐거운 때가 그 얼마나 되랴. 김성탄의 한 때가 아니어도 말이다.
석맥회 활동 때는 내 즐거운 시절이었다.
우선 20대라서 술을 마실 수 있었다. 다음 날 정신도 그리 흐리지 않고.
현실감각이 별로 없이 지낼 때였다. 하긴 무엇이 현실인지 지금은 더욱 모호하게 여기지만 말이다.
바둑 하나에 즐거움을 찾았으니, 프로를 지망하거나 그저 바둑이 좋아서 모였거나, 활동은 밝았다. 분위기는 유쾌했다.
석맥회 회원들은 모두가 나에게 선배. 나를 아껴주셨다. 내가 입단하기를 기대하는 분도 많았으며, 내가 입단에 대한 소망을 접고 있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인생에 바둑이 즐거운 벗이 되기를 권해주셨다.
아, 처음으로 난 갈매기살을 맛봤었다.
어느 날의 저녁, 주물럭 갈매기살을 숯불에 구워 안주를 했는데, 아 어찌나 맛있던지! 요즘도 난 갈매기살을 가끔 찾는다. 물론 갈매기살은 귀하다. 돼지 늑골 부근에서 약간만 나오니 말이다. 오늘 찾아볼까나. 모두가 술꾼이었다. 그리 말해도 될 정도였다. 물론 술을 적게 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거야 체질. 그러고보니 나도 한 때는 자랑삼아 이런 말을 들었다. 홍종현 사범님 말씀, 아, 용직이도 한 술 하지.
회원들은 돌아가면서 저녁을 열기도 했다.
난 물론 장가도 아니간 때였으니, 신세만 졌다.
대체 활기찬 때가 아닌 때가 그 언제 있었단 말인가.
물론 석맥회도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와 같은 그런 시절은 사라졌다.
그 무엇이 아니 그러랴.
그러나 요즘도 석맥회는 가끔 모이는 것으로 안다. 나는 입단 후, 그리고 정치학을 하면서 멀어졌다.
아쉬운 그 시절. 북창동 저녁 어스름과 어두움, 맥주와 골뱅이.
석맥회에 내가 졌던 가장 큰 신세는 그러한 한 때.
두 번째는 석맥회 회원들과 알게 된 것.
세 번째는 바둑 실력이 늘었던 것.
나는 바둑을 두었다.
1983년 1월. 제2회 세실배에서 우승했는데 실로 그건 석맥회에서의 단련 때문이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한 것이겠다.
제1회 세실배 결승전
내 바둑은 어디 두었는지 찾아둔 것도 모르니, 제1회 세실배 결승을 보여드리겠다. 백은 나종훈 선배, 흑은 이철구 님이다. 1982년 2월 9일 강동지원에서 두어진 것이다. 놓아보시면 좋겠다. 돌의 흐름이 아주 활기차다. 시원시원한 감각. 20대 초반의 활력이 살아숨쉰다.
자, 바로 그 때, 나에게 질문이 찾아왔다.
입단에 대한 꿈이 있느냐?
대학을 졸업한지 1년이 넘었고, 소위 실업자였다. 뭘 할까 여전히 감도 안 잡혔다.
과연 인생이란 것이 계획하면서 살아가는 것인가? 난 모르겠다. 지금도 난 자신이 없다.
아, 그래도 참!
우승 상금이 70만원이었는데, 한 달 동안 잘 먹었다.
처음에 한 턱 내려고 했더니, 석맥회 말씀, 야, 용직아, 그러지 마라.
아주 적게 냈다. 다른 분이 오히려 돈을 썼다.
친구들과 잘 지냈다. 돈은 있으니 시간과 친구만 있으면 되는 것. 1983년 2월을 그렇게 보냈다.
여명이다. 0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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