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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돌아오는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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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2일) - 나의 아마 시절 - 돌아오는 바둑
오전 6시 21분.
대학을 졸업했다. 1982년 2월.
신체검사를 받았다. 4월.
면제.
대학 4년 여름에 이하선종양 수술을 받았는데, 안면마비 증상이 있었다. 신경이 워낙 많이 지나가는 곳을 수술했으니 그만도 다행이었다. 다행히 그 증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도 음식을 마시거나 씹을 때면 왼쪽 뺨에서 땀이 나는데 그건 가벼운 기억으로 갖고 산다.
군의관이 망설이고 있었다. 이 놈을 보낼까 말까 고민할 만한 다른 이유도 있었는데, 그 때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를 제출했다. 군의관이 물끄러미 보더니, 야, 너 가지마라.
우리 어머니는 더 없이 좋아하셨는데, 그것도 잠시. 이 녀석이 날마다 하는 일이라곤 빈둥대는 것이라서, 어느 날 말씀. 아, 저 녀석 군대 갔어야 했는데! 물론 수술 받을 때에는 근심이 萬丈이었으리. 94년에 다시 한 번 받았을 때에는 비교도 안 되게 수술시간이 짧았다. 참으로 의학에서도 급격한 발전이 있는가보다. 집에서도 별로 걱정 아니 했다. 나만 그리 생각하나?
은행에 취직을 했었다. 다음 날 사표를 냈다.
시간은 있고, 청춘이라 고민할 꺼리는 넉넉하며, 친구들도 장가를 아니 간 때라 만나고 모여서 하는 일이라곤 술과 술. 그리곤 쓰잘 데 있고 없는 푸념과 희망들.
주머니에 책은 한두 권 넣고 다녔다. 작은 책. 내가 이번에 수법의 발견 시리즈를 문고본으로 내고자 한 것도 사실 나의 이런 취향 때문이다. 나는 주머니에 넣기 큰 책은 잘 안 갖고 다닌다. 복사점에 가서 여백을 잘라서 넣고 다닌 적도 없지 않다. 책은 곧 나온다.
S. Freud를 졸업 직후 약간 보았는데, 빠져나오는데 약 3년은 걸렸지 싶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C. Jung의 psychology and religion은 약간 쇼크를 주었다. 나의 믿음과 종교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았다. Levi-strauss의 totemism은 만만치 않았다. 불어를 모른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 왜냐? 영어 첫머리가 어찌나 어렵던지. 누가 읽어도 첫머리에는 고개를 흔들 것이다. 번역이 나빴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저런 책도 읽으면서 지냈다.
친구 집에서 잠도 술도 많이 해결했다. 고마운 부모님들.
그러나 막연했다.
대체 난 뭘 해야 할까. 내 인생을 어떻게 꾸려갈까.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의 일부가 되어갔다. 그러다가….
석맥회를 만났다.
石脈會
아마추어 강자들이 모인 동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
인간성 끝내주는 동네.
대부분 회원의 연배가 나보다 서너 살 정도 많았던, 그러니까 여전히 청춘들의 동네.
모두가 형님들이었다.
유종수, 박윤서, 이홍열, 유경남, 김원태, 유경성, 주동원, 문미열, 어라? 다른 분들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 이런!
참 나도 무심한 사람이다.
실로 그랬고 그렇다. 이름을 잘 잊고, 사랑 받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좌우간, 어느 초여름 날에 북창동 시청 앞에 있는 그 호텔 - 이름을 모르겠다, 하하. - 뒤에 있는 2층 기원에서 처음 인사를 했다. 대부분 이미 평소에 잘 알고 있었던 분들이라 새삼스런 인사도 없이 바둑을 먼저 두었다. 오전에 몇 판 두고 나니 저녁.
저녁이 왔다.
근처, 식당에서 모임을 가질 때 동석했다.
유종수 형이 얘기했다.
여기, 용직이를 우리 석맥회 멤버로 받아들이면 어때요?
단 한 분만이라도 반대하면 그것으로 no가 된다. 바둑도 바둑이지만 함께 즐거이 지낼 수 있는 막역한 자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해는 없어야 하리.
逆으로, 회원으로 받아들이는데 있어 기준이 매우 관대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두가 반겼다.
아, 그 유쾌함이란!
밤은 길고 술은 풍성했다. 이야기야 그 모든 것을 이어주는 마술과 같았고.
가만, 그런데 한 달에 한 번? 두 번?
일주일에 한 번?
아, 그 호텔은 프라자 호텔이고, 그 뒤에는 중국집들이 많았다. 화교들이 하는 집. 물만두 잘하는 一品香도 납작 엎드려 있어 길 가다가 발 들여놓기 좋았다. 모임 때 점심을 그 집에서 해결하곤 했었다. 그 집은 이제 중국대사관 앞 2층에 있다. 요즘도 가끔 가는데 맛이 예만 못하다.
참, 그 개발인지 뭔지 명분인지 실리인지, 그 때문에 그만 그 다양한 화교 중국집들이 다 사라졌으니…. 아쉽다.
몇 년 전인가 一品香에서 香菜를 한 입 넣고 하얀 빼갈 마시다가 물어봤다. 아주 예쁜 아가씨 계시던데 요즘 어디? 아, 우리 시누이? 시집갔지! 호호호.
실로 우연하게 석맥회에 가입했다.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던 석맥회.
나의 사회적 접촉을 폭넓고도 편안하게 이끈 하나의 길. 석맥회.
나의 세 번째 아마시절은 석맥회로부터 시작되었다.
할말이 많아서 그런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
아침 7시 11분.
오늘 날이 춥지 않으면 좋겠구나. 빨리 봄날 같은 봄이 왔으면. 어라? 窓을 여니 야호! 눈이다, 눈. 눈이 오네. 눈포라기 미끄러져 세상을 밝혀주네. 좋아 좋아. 겨울도 좋아. 다 좋은 거 아냐?
그래, 석맥회의 나는 봄에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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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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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곧 나온다.-기다리고 있습니다.그것도 열 권이나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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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운명을 만드는지도 모를 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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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