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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김천을 떠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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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월 7일) - 나의 아마 시절 - 김천을 떠나기 전에
아침 9시 16분.
1974년 서울로 떠나기 전 김천 나를 아는 분들은 나에게 격려를 많이 주었다. 김천 소도시, 그 속에서 그래도 어린 소년이 바둑이라는 세계로 나간다고 하니, 한편으로 기꺼웠던 것이리.
그 뿐만 아니다. 그 당시에 바둑은 하나의 독특한 존재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었다. 바둑이란 것이 매우 어려운, 그렇기에 머리 좋은 사람들이 할 만한 것이라는 좋은 인식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리. 그렇게 짐작한다.
물론 바둑의 세계에 들어갔을 때의 어려움은 몰랐으리. 나도 그건 나중에야 알았으니까 어찌 하랴.
서울로 떠나기 전 얻었던 기억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내가 김천역을 떠날 때 무거운 바둑판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약간은 멍청한 듯한데, 김인 국수도 1950년대 서울 올라올 때 바둑판을 가지고 올라왔다고 들었으니, 20년 전이나 마찬가지의 심리적 준비를 하였던 것일까. 좌우간 서울엔들 바둑판이 없으랴만, 그래도 하나 갖고 갔으니 평소 가까이 두고 있었던 것이었기 때문이리. 그것은 내가 김천에서 상품으로 받은 것이었다.
김천의 기원에서는 금반지나 바둑판을 상품으로 내걸고 바둑대회를 자주 개최했다. 년말이 아니어도 했으며 물론 참가금을 받았다. 그러나 참가금보다는 상품 비용이 더 많았던 듯하다. 그렇게 한 번 대회를 개최하면 그 다음에 좀더 많은 고객이 들리게 되는 것일까. 아마도 그러리라.
한편 유행과 같은 것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대회 한 번 하자고 원장에게 가끔 권했으며, 그것은 즐거운 잔치와 같은 것이었다.
김천과 같이 좁은 공동체에서는 그런 대회가 필요했다.
대회에서 만나면 다시 한 번 서로를 마주하게 되고, 그러면 만나는 장소를 기원으로 정하기 쉽다. 서로가 아쉬운 세상. 시간과 공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소도시의 일상은 기원의 존재를 필요로 할 만했을 것이다.
서울로 떠나올 때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전병윤 님이 나를 격려해주신 거였다.
김천역 앞 평화시장 입구에 있었던 평화기원.
그 기원에 내가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전병윤 님이 기념으로 바둑을 한 판 두자고 말씀하셨다.
내 실력은 그 분에 못 미치는 수준.
2점이 맞았으리. 승부로는 2점이었다.
그러나 전병윤 님이 先바둑을 두자고 하셨다. 기원에 모인 분들이 先으로 용직이가 승부 되겠느냐고 나에게 2점을 권했지만, 전병윤 님은 이리 말씀 하셨다.
승부는 별개로 실력은 先바둑입니다.
그래서 둔 것이 바로 다음 기보. 승부는 내가 이겼지만, 내용은 모자란다.
전병윤 님과의 기념 대국
나는 당시 극단적인 실리 바둑을 두고 있었다. 사까다의 영향 때문이었으리. 나는 두터움에 대해서 충암에 와서도 1년이나 지나서야 겨우 약간 이해하게 되었는데, 실로 두터움에 대한 이해는 지난한 것이었다.
나는 저 바둑을 둔 이후 3개월이 지나서 입단대회 3차예선에 올라갔었다. 그러니까 전국 64강에 들어간 셈이었는데 실제의 실력으로는 64강에는 못 미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 저 바둑의 수준으로는 1974년 당시 아마바둑계의 수준이 지금보다 못하다 할지라도 64강에 들어가기는 힘들다. 다만 하나, 희망적인 것은 手에 매우 밝았다는 점이다. 저 바둑, 저 수순까지만 보면 흑의 실력은 별로다. 그렇지만 고교 1년 16세 소년이라면 당연히 手에 밝았으리.
그래도 흑45나 흑59의 감각은 그런대로 괜찮다.
나에게는 고마운 바둑이었다.
전병윤 님은 실로 잘 두는 바둑이었다. 그 분이 나를 인정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잠재력이 있다는 고무적인 말씀은 사실 쉬운 말이 아니다.
김수한 선생에게도 인사를 했었다.
넌 잘 할 거야.
김천고등학교 선생님들께도 몇 분 인사 드렸다.
친구들은 뭐라고 했던가.
야, 용직아. 대학 들어가서 보자. 뭘, 방학 때면 내려올 터인데. 그래 방학 때 보자. 바둑 잘 두라. 그렇구나. 나에게 여자친구는 없었구나. 물론 마음 속에 잔영으로 남겨진 동창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쑥맥이었다. 몇몇 친구들은 그 방면에 매우 솔직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런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따라할 수는 없었다.
좌우간 내 결정은 심사숙고를 거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김천을 떠나 서울로 올라가는 것은 별 거 아니었다. 그냥 올라가면 되겠지, 잘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서울에서의 생활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지만, 그것은 나중 얘기였고 나는 약간의 흥분을 안고, 기대를 갖고 서울로 떠났다. 열차를 탔다. 밤 열차는 아니었다.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서울행 특급을 탔다.
그것이 8월 중순.
9시 54분.
날이 추워지려나. 옷을 하나 더 걸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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