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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중학교에 입학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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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월 2일) - 나의 아마 시절 - 중학교에 입학하니
낮 12시 06분.
날 밝은 지 오래다.
눈 내려 서리 덮은 지도 오래다.
10여 년 전 김천을 지나치는 길에 김천중학교에 가봤다. 보고 싶었던 것은 운동장과 연못, 그리고 우물.
우물이 사라졌다. 메워버린 것이다.
改邑不改井 無喪無得 往來井井.
사람 사는 곳은 변천시켜도 우물은 바꾸지 않는다.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도다. 왔다갔다 하면서 물을 긷고 또 긷나니.
물론 그 우물은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수도가 대체한다. 그래도 나에겐 그 우물이 다른 뜻마냥 남은 것이었는데…. 하긴 改邑不改井 往來井井에서 우물은 반드시 물을 구하는 자리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聖經을 우물이라 해도 된다. 고향의 추억에서 인생의 힘을 얻는 사람이라면 고향의 추억이 곧 우물이 되는 이치다.
그렇구나. 나에겐 어떤 것이 우물이었던가. 나에게 끊임없이 목마름을 가셔주었던 것이 그 어느 것이었던가. 사랑? 정의? 돈? 지식? 그 어떤 책 한 권?
1971년 김천중학교에 입학하니 선생님이 점심 시간에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오라고 한 방은 우물 옆에 자리 잡은 작은 宿直室. 선생님들이 숙직할 때 주무시는 방이었다. 가 보니, 두 분 선생이 계셨다. 한 분은 유장열 선생으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분이었고 다른 한 분은 사회를 가르치셨던 권태진 선생.
두 분 모두 기원에서 뵙던 분이었다. 유장열 선생은 강한 1급을 두시던 분으로 9점으로 배워본 적이 한 번 있었다. 내가 6급 두던 때였는데 물론 내가 졌다. 권태진 선생은 나와 비슷한 실력이었던가 싶다. 중학교에 입학할 당시 내 실력은 4급. 하하. 4학년 말인가 5학년 때인가 바둑을 배워서 2년이 지났는데에도 불구하고 겨우 4급이었다니! 요즘 바둑 배우는 소년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겠다.
두 분 선생님은 그저 나를 보고 싶었던가 싶다. 바둑을 한 판 두었던 것 같기도 한데 유장열 선생님과는 두지 않았다.
그런 시절이었다.
당시 서울에서는 지금의 조대현 9단이 제1회 어린이국수전을 우승할 때였는데, 물론 나는 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하나 있는데 잠시 찾아보겠다.
이런, 없다. 최규병 9단의 어린이 국수전 우승 기보를 찾아두었는데 어디 갔을까.
다시 찾자.
오후 1시 59분.
찾는데 1시간이나 들였다. 자료가 있어도 이런 식이니, 자료가 없다면 그 얼마나 아쉬울까. 자료를 잘 정리해둔다는 것은 실로 쉬운 일이 아니다.
제4회 어린이국수전 결승
1973년 2월 20일 한국기원 5층
백: 최규병(충암국민학교 4년)
흑: 이승하(화계국민학교 5년)
백222 이하 줄임.
백 3집반 승.
갑조 을조 병조로 나눈 이날 전국 25개 학교에서 88명의 어린이가 참가했다. 취학전 아동 두 명도 참가했다는 것이 이채롭다고 기사에 적혀 있으니 참으로 오늘과는 거리가 멀다.
대국 내용을 보자.
좋다. 뛰어난 재주가 엿보인다. 실수도 많지만 그보다는 감각이 매우 활기차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력으로는 백이 상당히 앞선다. 그러나 흑에게도 찬스가 없지는 않았으니 그것은 흑151이겠다. 백222 자리에 두었으면 승부는 만만찮았을 것이다. 재밌는 것은 백124 이후. 백126을 흑133 한 위에 젖혔으면 빈축으로 흑 아홉 점을 잡았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실력인가.
필자가 두 점 접기 힘들겠다. 그러니까 당시의 아마추어 정상 바로 밑이다.
그런 1973년 필자는 1급을 두었다. 중학교 1년 때 4급이었으니 그래도 꽤 늘었다.
나는 그런 어린이 세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까맣게 몰랐다. 김천은 어떻게 보면 궁벽한 곳. 세상의 물살이 뒤늦게 흘러가는 곳. 우리 집의 첫 세상 나들이는 큰 형이 1968년 서울대에 입학한 것이었다. 법대에 들어갔는데 그건 적성보다는 실력에 맞추어서 간 것이다. 적성을 맞추었다면 수학이나 물리가 맞았다. 그러나 법대 간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또 그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세상의 변화에 대한 정보도 갖지 못했다. 그게 우리 집이었고 김천의 전반적인 수준이었다.
김천에서 내가 가진 서울에 대한 정보는 소년중앙과 어깨동무와 같은 잡지를 통한 것이 전부였다.
나는 간간이 바둑에 대한 정보를 늘려갔는데 그건 내일 얘기 하겠다.
날이 차갑고도 간촐하다.
밝은 하루 하시라.
오후 2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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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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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풍정괘의 괘사가 허허롭습니다. 개읍불개정 무상무득 왕래정정 이라 자의적 해석이 또 눈에 거슬립니다. 오는 이 가는 이 함께 그 우물물에 목을 축이는 것이 본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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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보다 해석의 논리가 중요합니다. 귀납인지 연역인지 누구도 말 못하고 그저 그러니, 그건 아쉽지요. 그것이야말로 자의적 아니겠습니까? 사실 해석이란 필요도 없고 해도 안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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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벽운선생님, 요즘 환자들은 안녕하신지요. ... 감사드립니다. 실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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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운선생 |
｜ 2005-01-13 오후 11:2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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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문사범님께 먼저 결례의 글을 올림을 용서구합니다. 어쩌면 고향의 선배같으신 사범님이신데, 제 태를 묻은 곳이 김천(금릉) 인근의 선산이니 말입니다. 그런 까닭에 예전 정창현 사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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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운선생 |
｜ 2005-01-13 오후 11:2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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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에 대한 연고의 글을 올렸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것이야, 제 천직이니 늘 평강한 마음으로 행하고 있습니다. 늘 글밭에 알곡이 풍성하시고, 을유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뜻하는 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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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운선생 |
｜ 2005-01-13 오후 11:2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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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이룸이 많으시기를 빕니다. 문사범님의 좋은 글 기쁘게 보고 있습니다.^^ 저 또한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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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