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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다의 창작집 - 묘수풀이집-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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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11월 15일) - 마에다의 창작집 - 묘수풀이집-9
11월 14일.
밤 9시 55분.
오래 된 일이다. 1933년 연말.
일본 바둑계에 긴장감이 몰려왔다. 슈사이 명인이 패배할 지도 모른다. 그런 초조함이 일본 바둑계, 좀더 분명하게는 본인방 가문을 초조하게 했다. 어떤 대국이었던가. 오청원과 슈사이 명인의 대국. 초점은 다음 장면에 머물렀다.
인연의 대국
바둑책 囲碁史談에 보니까 인연의 묘수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바둑, 바로 이 장면에서 백이 둔 묘수를 두고, 그리 표현했다. 괜찮다.
극동의 혼란기인 20세기 초. 일본과 중국은 필연적인 전쟁을 하게 된다. 그건 시간 문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전쟁은 피할 수 없다. 그 어느 시대나 차이야 사소하겠지만, 시대 속에서 개인은 그 얼마나 무력한가.
승자의 입장에 서 있어도
패자의 입장에 서 있어도
개인은 무력하다.
부족하지만 잘 잤다. 11월 15일 아침 9시 35분.
1시간 여 전엔 세상이 주황으로 물드는가 했다. 주황으로 물드는 그 때 좀더 깨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그 인연의 대국엔 누가 등장하는가.
흑을 잡은 청년 오청원. 백을 쥔 슈사이 명인.
그리고 중국과의 전쟁을 눈앞에 둔 일본국민.
스러진 에도 시대의 가문 본인방에 속한 슈사이 명인의 제자들.
오청원을 아끼는 세꼬에 선생과 민족 못지 않게 인류를 걱정하는 사람, 사람들.
팽창하는 식민지와 경제 발전에 반드시 따라 다니는 일본의 정신적 불안.
한 사람 더 등장한다.
마에다 노부아끼(前田陣爾 1907-1975).
마에다는 슈사이 명인의 제자로 특히 수에 밝았다.
대국이 힘에 겹던 슈사이 명인에게 제자들은 힘이 되었으리. 굳이 제자들에게 封手 이후 어떤 수를 두어야 할 것인가를 명인이 묻지는 않았으리. 그런 자존심도 없어서야 명인은 고사하고 제자들의 스승이라도 되겠는가. 스승의 이름이라도 얻겠는가.
하긴 요즘 세태를 보면… 그럴 법도 하다.
나라고 다를까. 나도 나를 자신할 수 없다.
내가 책을 쓰면 그 책이 여기에 소개하는 책보다 더 나으리라는 자신을 가질 수 없다.
오늘쯤엔 하나 밝힐까. 사실 책을 썼다. 수법의 발견이라는 시리즈물. 10권. 문고본 정도의 크기. 박영문고와 같은 거보다는 크다. 곧 나온다. 한 달에 10권을 썼다. 교정 중이다. 내용과 수준? 평범하다. 그저 나쁘지만 않으려 했다. 집에 갇혀서 한달을 지냈더니, 사람이 좀 변했다. 세상 보는 눈도 편견이 심해지고. 수법에 관한 것으로는 처음 썼다. 다른 책에 비해서 그리 부족한 수준만 아니면 되지 않느냐? 그것을 기준으로 했다. 그저 그렇다. 지금껏 괜히 이 도서일기를 써서 스스로 부족함을 드러내고 부끄러운 기준만을 제시한 듯해서 맘은 별로 편치 못하다. 내 책의 수준, 아니 나의 수준을 미처 생각지 않고 평에 평만을 타성에 젖어 한 것 아닌가. 그러나 이 말도 나의 책에 대한 핑계꺼리가 되리.
어제 최명희의 혼불을 몇 페이지 읽었다. 책의 날개에 어느 평론가가 이리 말했다.
… 여성적인 넋의 고혹스러움과 섬세한 문체의 마력으로 …
혼불은 앞으로 소설의 울타리를 넘어서서, 우리 민족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중요한 문헌의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
동감한다. 내 지난 10년 동안 읽은 소설 중에 혼불 만한 수준을 보지 못했다. 작가의 소설 袂別, 晩鐘을 찾아읽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나는 가끔 혼불의 책장만을 보더라도 부끄러움을 가진다. 아득히 아프고 두려워 할 것을 미루어 두려워해서 다시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저 놈의 각시 복사꽃!
인연의 대국-묘수
마에다가 발견했으리라고 알려진 슈사이 명인의 역전의 묘수는 다음 기보에 있다. 백1이 바로 그것이다.
인연의 대국-묘수 이후
실전은 다음이다. 흑2가 겨우 묘수를 견딘 수. 그러나 승부는 이로써 기울어졌다.
마에다는 일본기원 편집담당 이사를 지냈다. 그의 만년은 기사보다는 妙棋작가였다고 한다.
그는 대단히 많은 묘수집을 펴냈다.
우리 나라에 소개된 것으로는 1982년 현현각에서 펴낸 奇手妙手集이 있다. 더 있는지는 모르겠다.
묘수작가로서의 그의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문제를 실전에서 얻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급부터 고급까지 모든 수준에 걸쳐서 사활을 다루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소개한 그 어떤 묘수작가보다도 마에다는 훨씬 광범위하게 문제의 수준을 넓혔다.
이거 참. 그러니까 더 할 게 없구나.
광범위한 수준을 포괄했다.
실전에서 대부분 끌어왔다.
수다한 묘수집을 펴냈다.
실전에서 이끌어낸 문제가 많다 하더라도 그 자신의 창작이 돋보이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런 일은 별개의 문제다. 발작이 수백 권의 소설을 썼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랴. 그 중에서 읽을 만한 것이 불과 몇 권에 불과할지라도 그게 무슨 약점이 되랴. 하나라도 남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값을 하리.
애기가에게 도움이 된다.
바로 그 기준도 괜찮은 기준이 되리.
사실 프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마에다의 묘수풀이는 그 정도의 생기는 지니고 있다.
독특한 인상보다는 다채로운 표정을 짓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반갑지 않은가.
마에다의 묘수풀이 몇 개로 그의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창작의 태도를 맛보도록 하자. 마에다의 이런 태도도 우리에겐 필요한 것이리. 우리? 아, 우리 모두 말이다. 우리 모두. 모든 우리 말이다. 물론 이웃을 사랑하라. 그런 말을 나는 약간은 조심한다.
마에다의 묘수-문제
마에다의 묘수-답
10시 36분. 쏟아지는 잠에 하루를 시작한다. 이 불규칙한 생활. 아직은 지겹진 않다.
건강한 하루 하시라. 날이 차갑다고 한다. 창을 여니 바람결이 부드럽고 매끄러워 사랑할 만하다. 가벼운 옷으로도.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서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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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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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발견,수담과 무언......수법의 발견이라,어떤 내용일지 기다려집니다.시리즈물이라니 더욱......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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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출판사를 통해 책이 나오나요? 이곳에서는 출판사를 모르면 주문이 가능치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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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으시는데 .. 설마 불편하시기라도...음 교정 때문에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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