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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까다의 창작집(2) - 묘수풀이집-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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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11월 7일) - 사까다의 창작집(2) - 묘수풀이집-7
11월 첫째 일요일.
나에게 있어 월요일은 다른가. 요일이 특별히 의미를 갖는 생활이 아니니 휴식을 취해야하는 날이 아니다. 그래도 창을 열면 뭔지 모르게 소리는 나직하게 들리고 정경은 한가롭게 취한다.
시간을 규칙적으로 만들어가야만 하는 직업은, 견디기가 고통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그것을 견디고 즐기는 사람들만이 프로가 되고자 했던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힘이 든다.
나는 짐작한다. 연구생 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에 입단한 프로들은 대부분 독특한 생활, 삶에 대한 기대, 뭐 그런 것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비록 그 의식이 무의식의 표면에 머물러 있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나에게 있어 늦은 입단은 복이 아닐까. 아마 두세 번은 써먹었을 것이다. 지난 9월 김성동 씨 집에서 문인들이 문예국수전을 열었을 때 안영이 선생에게도 말씀드렸다. 물론 사소한 대화. 선생도 웃고 나도 웃었다. 때라고 하는 것이 언제나 the moment에 존재하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술을 적게 마신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입단을 일찍 했으면 용돈은 충분했을 것이고 그랬으면 더욱 많은 술과 시간을 갖지 않았을까?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으리.
후지사와 선생이 내멋대로 산 인생이라고 말씀한 적도 있는 듯한데, 사까다 선생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을까. 읽은 듯도 하다.
나의 경험이지만, 지금도 경험하고 있지만 정말 쉽지 않다. 프로의 생활은 견디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 있어보라. 허구한 날 공부만 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그건 집중을 견디는 것보다 더욱 힘드는 것이리.
그래서 프로가 책을 한 권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본에서는 프로들이 책을 꽤 낸다.
그런데 내 알기로, 일본의 경우 유명한 기사들에게는 글을 맡는 분들이 함께 한다 들었다. 한 사람이 기사 한 명만 상대해서야 수입은 말도 안될 터니까, 부업일 수도 있으리. 전업이라면 정말 그건 어려우리.
그래도 그런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면 책의 수준을 달리 이끌 것이다. 직접 글을 쓰는 기사들도 있긴 하다. 中山典之. 이 분이 쓴 책은 50권도 넘는다고 안다. 나에게도 이 분 책이 두 권 정도는 있지 싶다. 물론 내가 볼 책은 아니다.
대표기사 명국선.
그런 전집을 구상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에 포함되는 유명 기사들의 글이 나올 터인데 - 기보를 포함해서 - 평상시에 그 기사를 잘 알고, 기사 또한 글쓰는 분을 잘 안다면 그 내용이 충실해질 것은 당연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일본의 전집류가 볼 만한 거 아닐까. 그리 추측한다.
묘수집도 그래서 괜찮은 거 아닐까.
물론 묘수집에 들어가는 글은 기보 해설과 달리 보다 엄격한 ‘手의 읽기와 쓰기’가 바탕 되어야 한다. 手를 제대로 밝혀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다.
나부터 보자. 방금 오로산책에 들어갔더니, 내가 틀린 점을 - 그것도 수읽기에 있어서 - 지적한 분이 계셨다. 프로도 읽는데 그냥 넘어가는 것이 적지 않은 것이다. 신문 연재에서 묘수풀이는 두세 번 되짚어보는데, 그래도 1년에 한두 개는 틀리는 것이 나온다.
묘수집을 펴낸 김수장 사범과 권오민 사범은 두 분 모두 원고를 직접 쓰고 校訂도 직접 반복해서 했다. 내가 본 바에 의하면 틀린 것이 없었다. 매우 예외적인 일이 되리.
바둑책을 프로 홀로 쓰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아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프로는 해설하는데 충실하면 그것으로 좋은 시스템이라고 할 것이다. 사실, 대국과 이름에 바쁜 기사가 해설 외에 글까지 쓸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하시모또 우따로 선생의 묘수집 힐기세시기는 그야말로 예외적인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바둑책을 한 권 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으로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회적으로도 그러하다.
일본에서 다양한 바둑책이 나오고, 그것을 우리가 읽고, 우리는 왜 그만 못하냐? 아쉬워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일이다. 우리의 경우 사회적 뒷받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필요한 사회적 뒷받침이냐?
그거까지는 내 모르겠다.
그러나 다음 한 마디는 틀리지 않으리.
사까다의 창작집 珠玉詰碁는 생동감 넘치는 묘수집이다.
왜 그러냐? 함께 협력해서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생활을 그려볼 수 있으리.
1) 사까다는 대국에 온 힘을 쏟는다.
2) 다까가와 선생이 작고한 뒤 매일신문의 사활묘수 출제를 맡는다.
3) 원고를 받으러 누군가 집으로 오리. 기원에서 만날 수도 있으리.
4) 오셨군요. 인사하고 사까다는 돌을 놓아본다. 어제 둔 바둑, 또는 옆에서 본 바둑에서 막 스쳐지나가려고 하던 것을 잡아채리.
5) 그 원고를 받아 간다. 신문에 올린다.
6) 때로 사까다는 대국도 없고, 또 마땅히 떠오르는 착상도 없다. 그러면 생각을 하리.
7) 생각을 해서 나오는 것은 생동감이 떨어진다. 왜냐? 불안정한 반상을 멀리해서 얻은 거니까.
8) 그런 경우 출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형태를 떠올릴 수 있다. 그게 바로 고전이나 다른 데에서 본 것인데, 중복인 줄 모르고 무심히 출제하리.
200문제 중에서 24문제는 바로 그 7번과 8번의 과정에서 나온다.
내 추측이 틀렸을까? 아니다. 비슷한 윤곽은 그렸을 것이다.
왜 자신하냐?
내가 프로이기 때문이다. 프로의 생활을 알고, 프로는 대략 어떤 경우에 문제를 만들거나 떠올리고, 또 어떤 경우에 착상에 답답함을 느끼는지 약간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문제를 만들어 봤기 때문이다.
묘수집의 내용과 독창성과 수준은 바둑계의 시스템과 자산의 힘에 달린 것이다.
내용과 수준, 독창성이라…
내용보다는 문제의 형식이라고 표현할까. 그게 더 적당한 듯한데….
오후 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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