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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囲棋史- 바둑의 정리-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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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10월 19일) - 韓國囲棋史- 바둑의 정리-14
내 어릴 때 무심히 재미로 읽던 글. 이것저것이다.
정말이지, 잡지도 꽤 읽을 만했다. 女苑도 읽고, 주간중앙도 선데이서울도 읽었다. 정운경 화백의 왈순아지매야 그 재미 더할 수 없으리.
대체 왜 우리 집엔 책이 별로 없었을까. 우리 형들이 바보들도 아니고, 사실 나보다야 훨씬 똑똑했고 똑똑하다.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아닌데 집에는 시시한 읽을거리밖에 없었다. 우리 부모님? 공부야 별로 아니 하신 분들이지만, 그래도 다른 부모님들과 같이 자식 걱정하시는 분들이었다. 우리 어머니야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여자가 똑똑하면 안 된다는 - 공부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던가? - 우리 외할버지의 말씀에 학업을 포기했는데… 아, 이런 얘긴 그만해야지. 하하. 정말이지 재밌는 얘기다. 음, 우리 어머니야 지금도 아쉬운 맘 있으신가 본데, 어쩌겠나. 운명이 그런 것을. 내가 그래도 자식인데 이런 글 써도 되나?
부자 친구 집에는 전집류가 턱하니 자리를 잡아, 나를 기다렸다.
문고본을 비롯, 문학류 많은 친구 집에는 친구 부친께서 언제나 유모레스크, 바이올린 켜고 계셨지. 아, 그 선율. 아리도록 슬픈 감정 일으키는 딴따단따 딴따단따 딴따단따 딴따단따 딴따단따 따다다다다…
난 그저
아, 그만 쓰자. 밝은 날 쓰자. 10시 53분.
19일의 아침이다. 9시 07분. 한결 마음이 밝다.
인간은 역시 아침과 저녁에 다른 감정을 지니는가 보다.
일반화하면, 인간의 마음은 조건의 반영인가 보다.
어제, 잡지 얘기를 먼저 꺼낸 것은 이유가 있었다.
韓國囲棋史 (金龍國, 1975 서울: 瑞文堂)
이 책은 월간 바둑에 연재가 되었던 글을 모아 펴낸 것이다.
나는 이 분의 글을 먼저 책 이전에 잡지에서 읽었다. 물론 내 김천 중학교 때는 이 분의 글이 실린 바둑 잡지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 올라오니, 바둑잡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974년 이전의 잡지, 또한 찾아 읽을 수 있었다.
잡지에 연재되었던 것이라 해서, 가벼운 수필 정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엄격한 논문 또한 아니다.
김용국 선생. 이 분은 본래 역사가였다. 약력을 보니, 해군본부 戰史 편수관을 거쳐 민족문화추진회 古典國譯위원을 역임했고, 독립운동사 편찬위원도 지냈다.
펴낸 책으로는
한국海戰史
한국海上貿易史
한국官吏列傳
황해도의 名勝古蹟
그 외에 많은 번역서가 있다.
이 책의 序言, 그러니까 自序를 옮기고 싶다.
自序
오묘한 계교 잠시간에도
일만 번은 변하는데
험난한 길 눈앞에서
일천 바퀴나 돌고 도네
楚나라 군사
漢나라 성 두르듯
위태롭기도 한 것이
齊나라 나그네
秦나라 관문 지나듯
급히도 달려야 하네
機心萬變須臾裡
險路千回尺寸間
危似楚兵臨漢塹
急如齊客度秦關
이것은 조선왕조 초기의 문인 정치가 樗軒 李石亨의 圍棋詩이다.
잠시간에도 수없이 바꾸어지는 對局者들의 運籌의 심경을 말하고, 좁은 바둑판 위에서 일어나는 千變萬化의 험난한 局面을 말한 것이나, 局勢의 위급한 경우와 作戰의 태도를, 저 중국 고대 역사 중에서 項羽의 楚나라 군사가 漢 沛公의 城內를 둘러싸던 일, 齊나라 孟嘗君이 갖은 계략을 다 써가며 秦나라의 函谷關을 九死一生으로 탈출하던 사리에 비유한 것, 모두 바둑의 무궁한 묘리, 심오한 경지를 잘 말한 것이라 하겠다.
생각하면, 처음에 비교적 간단한 놀이에서 시작된 바둑은 3,4천 년의 장기간을 지내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實戰과 연구에 의하여 그 法數가 크게 발전되었으며, 군왕에서 서빈에 이르기까지 널리 애호하는 바 되었다. 또 중간에서 펼쳐지는 生殺 勝敗의 정세가 마치도 전쟁의 진행이나 정치의 變幻과도 같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널리 전파되어 왔다. 따라서 동양에서 이미 3천여 년의 역사를 가진 바둑은 지금 널리 歐美各國으로까지 보급되고 있다. 바둑이야말로 最古의 역사를 가진, 가장 高尙優雅한 게임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바둑의 이러한 긴 歷史에 비하여 그 史實을 적은 문헌은 극히 희소하다. 다만 中國 역대의 史實을 拔萃收錄한 歷朝弈事輯略이나, 일본의 史實을 모아 적은 坐隱談叢 정도이니, 이야말로 361目의 바둑판 위에 4귀의 花點을 놓은 폭도 안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일찍부터 善棋國으로 內外에 알려지기까지 하였던 우리나라의 바둑史는 겨우 몇 줄씩의 斷簡片鱗으로, 그나마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을 뿐이니, 어디에서 韓中日 3國의 바둑 역사를 함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랴?
필자는 이런 점에 留意하여, 이 방면의 史料를 모아 정리하여 온 지 벌써 10여 년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正史 집필의 자신을 갖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淺學膚識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바둑이 일반적으로 여가를 이용하는 게임인 것처럼, 나의 이 일 역시 여가의 餘事라는 점을 들어서 自慰하기도 하는 바이다.
이 圍棋史는 1967년 8월, 韓國棋院 기관지 바둑(다시는 棋界)의 창간과 함께 4년 간 연재하였던 것을 수정 정리한 것이다. 그때그때 모은 사료를 월간지에 1회 1회씩 게재하였던 것이니만큼, 체계 있는 圍棋史라기보다 한 제목씩의 談叢 論叢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할 것 같다.
그러나 본서가 이뤄지기까지에는 많은 내외 문헌의 섭렵이 있었다는 점, 바둑지에 연재중에는 또 많은 독자들의 격려와 협조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본서의 간행은 의의있는 일이라고 자부하고 싶다. 삼가 독자 諸賢의 아낌 없는 지도 교시로, 보다 완벽한 圍棋史가 이루어지는 날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975년 2월 15일 江南精舍에서
以上이 그 분의 自序이다.
9시 55분이다. 음, 힘이 드는군.
그러나 이 自序는 내 보기에 이 책의 수준과 가치를 조금도 더 하지도 않고 덜지도 않는 정확하고 솔직한 평가라고 보고 싶다. 아니, 그렇게 본다.
자신의 책에 대해서 이 정도로 솔직하게 평하고 또 그 평가가 독자의 눈에도 틀림이 없으리라는 것은, 사실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책의 내용 또한 이로써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하나 더한다면,
모두 35개의 항목으로 나눠진 주제를 내 일일이 …
아니다. 적어두자.
1. 바둑의 기원
2. 바둑의 발달과정
3. 한국의 바둑
4. 일본의 바둑
5. 국제圍棋
6. 신선 놀음
7. 전쟁을 앞두고
8. 君臣간의 대국
9. 문인들의 바둑 詩
10. 내기 바둑 逸話
11. 棋經
12. 棋譜
13. 棋局, 棋子
14. 바둑의 명칭
15. 소년기사
16. 여류기사
17. 圍棋僧
18. 정치인과 바둑
19. 觀棋
20. 승부
21. 棋癖
22. 國手
23. 圍棋圖
24. 임진왜란과 바둑
25. 茶와 바둑
26. 술과 바둑
27. 拙棋의 辯
28. 棋法의 변천
29. 棋品
31. 棋碑
32. 上下同樂
33. 韓日간의 바둑
35. 獨立運動志士와 바둑
책의 쪽수가 모두 327페이지니, 대략 하나의 주제에 10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단순히 史實을 옮긴 책이 아니다. 의문이 드는 곳은, 깊게 파헤쳤다.
그러면서도 글은 단아하다. 自序에서 이미 짐작하셨으리.
우리 나라에서 나온 우리 나라 바둑 역사에 관한 책으로는 처음인데, 이 후에 더 나은 책이 나온 적이 없다.
문학과 역사, 이 두 영역을 적절히 소화해서 누구나 읽기에 평이한 문체, 설득력 있는 서술, 그것이 크게 돋보인다. 단아한 필체. 아름다운 마음. 인간에 대한 넓은 시각.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대단한 노력이 들어간 勞作이다.
거급 말하지만, 이 분의 自序에 조그만치의 자만이나, 겸손은 없다.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이다. 자만도 겸손도 다 필요 없다.
우리 나라 後人들은 본받을 일이다. 말은 많이들 하지만, 이 정도 책을 누가 썼던가.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다음과 같다.
우리 나라 바둑 역사를 몇 마디 개념으로 요약하고 정리하는 것. 그 점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하겠다.
하긴, 그것도 하지 못한 바둑꾼들이 감히 말할 일이 아니다. 이 정도 자료를 앞에 접하고서도 말이다.
10시 14분. 가을 햇살이 가득하다. 어느새. 나도 餘事를 좀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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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장이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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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한자의 압박...아흐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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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②
임동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