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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청락집-거위를 얻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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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6월 22일) - 망우청락집-거위를 얻으며
비.
서울의 비도 나는 맞고 다닌다. 언제나는 아니지만 가능하면 그냥 마주하고 다닌다.
뭐 특별한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비를 즐길 때가 되었을 뿐이다.
비 그칠 때 흙을 밟는 요행이라도 오면 그건 정말 운이 좋은 거다.
그 향기를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깊은 밤에 내리는 비는 그 얼마나 또 뜻이 없는가.
23시 33분.
망우청락집은 고대 중국 바둑의 근원이라 할 만하다.
우리가 흔히 현현기경을 중국 바둑의 고전이라고 들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현현기경이 바둑의 근원이라는 것은 아니다.
현현기경이 독자적인 창작물인 것은 더욱 더 아니다.
망우청락집에는 사활묘수 문제가 37문제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 29개가 현현기경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하나 하나 대조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틀림이 없을 것이다.
망우청락집이 세상에 나온지 약 200년이 지난 후 현현기경이 나온 것을 생각하면 그 얼마나 자료가 잘 보존되었고 또 널리 분포되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겠다.
현현기경은 망우청락집을 저본(底本)으로 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가만, 과연 그럴까.
그럴 것이다. 망우청락집의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해한다면 현현기경이 망우청락집을 뒤로 하고 편찬될 수는 없었으리.
하긴 저본까지는 아니리. 현현기경은 망우청락집도 얻고 다른 책도 거두었으리. 창작도 포함시켰으리.
먼저 얼마나 어려운 문제를 망우청락집이 갖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고대 중국 바둑의 수준을 이해하는데 큰 기준을 주리라. 과연 망우청락집 수준 정도가 탄생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다음 문제는 어떠신가. 제목은 거위가 홀로 창공을 날아간다는 뜻의 독비천아세(獨飛天鵝勢).
독비천아세
무엇을 요구하는 문제인가. 변의 흑 7점을 살리는 것을 요구한다. 이 문제를 척 보면 마치 중앙 백 7점을 잡는 것에 초점이 모아지는데 힌트를 준다면 그건 아니다. 중앙 백은 잡을 수도 없다.
언젠가 이 문제를 기사실에서 루이 9단 안조영 8단에게 낸 적이 있었다. 아, 그런데 말이다. 척 보더니, 몇 초 지났을까. 첫수를 척 하니 맞추지 않던가. 깜짝 놀랐다. 과연 정상급의 실력이란 이런 거구나. 이 정도의 수읽기를 가지고 있구나. 그 때 새삼스레 알았다.
답을 드린다. 답1이 답이다.
독비천아세-답1
독비천아세-답2
백에게 반발은 없나? 답2가 반발이 없음을 보여준다.
독비천아세-답3
중앙 백은 정말 무사한가. 무사하다. 답3이 그 증명이다.
참 어렵다. 정말 어렵다.
멋진 문제다.
그런데 대체 저 문제의 이름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아(鵝)는 거위다. 거위는 무엇인가. 도교의 상징이다. 중국의 문화를 지배한 것은 유학과 도교와 불교. 위진남북조 시대에 특히 도교는 융성했다.
어디선가 저 문제를 황정경(黃庭經 - 도교의 경전)과 비교해서 나온 것을 본 듯도 한데, 잊었다.
좌우간 정확성 여부는 내 자신할 수 없지만 하나는 기억난다. 환아황정세(換鵝黃庭勢)라는 문제가 바로 이와 같았다.
왕희지가 거위를 좋아했다. 그래 누군가가 황정경을 써주면 거위를 주겠노라고 했다. 그래서 왕희지가 황정경을 써주고 거위를 얻었다는 것인데…
문제의 형태가 거위가 두 날개를 펴고 창공을 향해서 날아가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그리 붙인 걸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오로를 아끼는 분. 부디 몸과 마음을 닦아 맑아지시라.
망우청락집은 이로써 안녕이다.
언젠가, 못다한 뜻은 다시 밝힐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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