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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청락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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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6월 15일) - 망우청락집-1
망우청락집 忘憂淸樂集을 해야겠다.
그래 그래야겠다. 망우청락집을 해야한다.
우리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바둑책, 망우청락집.
중국 송나라때 南宋 때 황제 옆에서 바둑 두는 것을 직업 - 기대조 棋待詔- 으로 삼은 이일민 李逸民이 편찬한 것.
중국에는 분명히 이 망우청락집보다 더 오래된 책들이 많았으리라. 그렇게 짐작된다. 그 넓은 대륙에 어디 아무 곳이나 땅만 파면 진기한 역사 유물이 나오는 나라에 바둑책이야 나오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어디냐. 혹시 대나무로 깍아만든 책 冊에 바둑이라도 새겨져 있을 수는 없을까?
없다. 그런 건 없다. 없으리라.
가장 오래된 바둑책이라…
내가 가진 것은 제대로 된 - 그러니까 영인본 影印本이 아니다. 지난 1996년 상해문화출판사가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어디선가 영인본을 본 적이 있는데, 음… 그래. 난 장서가가 아니다. 난 이 정도로 만족한다. 부자는 아니되 부유하게 살기를 바란다. 아니다. 부자이면 더욱 좋겠다. 부자이면서 부유하다면, 얼마나 좋으랴. 가만 문군, 과연 너에게 그게 좋을까? 술로부터 너의 안전을 누가 책임질 수 있겠나! 분명 앞뜰에도 술독을 100개는 파묻고 뒤뜰 창고에도 10만 종류 술을 구비하겠다고 말한 적이 분명히 있을 터인데? 술독은 높이가 150센티로 한정하고. 넌 헤엄을 못하잖어?
그래. 그렇지만 말이다. 내가 부자가 되어 봤어야 알지 않겠는가.
아닐세 문군. 바로 앞에서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그것이 자네가 가끔 주장하는 뭐 이론이니 논리의 힘이 아니었나? 그만 하십시오.
기경 棋經13편
기결 棄訣
논기결요잡설 論棋訣要雜說
대국보 19개
정석 비슷한 거와 묘수풀이 등 59개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난 바둑에 관한 작은 글들, 그러니까 바둑의 경전이라는 기경 棋經 같은 거는 별로 안 읽는다. 대충 읽고 넘긴다.
내가 프로기사라서? 그래서 기보만 보아도 만족해서?
아니다. 별로 읽을 만한 가치가 없어서 그렇다.
모든 고서가 고전은 아니다.
옛 사람이 썼다고 해서 다 고서가 된다거나 고전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바둑에 관한 고대 중국의 글은 별로 읽을 만한 가치가 없다. 굳이 세밀하게 읽는다면, 그건 단 하나. 고고학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만 가치가 있다.
시간이 흘러 수천 년이라지만
그것도 펼쳐놓으면 그저 그런 강물 하나.
난 바둑의 역사에 별로 관심이 없다. 왜냐?
꽤 귀찮은 일이기에 그러하다.
난 내 시간도 내 관심사에도 제대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거늘, 고리타분하고 재미도 없고 별로 특별히 맛볼 것도 없는 것을 가지고 뭔가 그 속에 숨겨져 있겠거니 하고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내가 보기에 고대 중국의 바둑에 대한 글들은 그 글을 쓴 사람들이 심심할 때 한 편씩 써 둔 것이다. 아마 지금 여기, 문용직이 쓰는 이 정도의 글 아닐까?
나도 가볍게 쓰고 독자들도 가볍게 읽어서 그저 그런 향기도 맡을 수 없는 멀건 국물같은 글.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바둑에 관한 옛날 글보다는 내 글이 차라리 더 낫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오만하더라도 내 안목에는 그러하다.
그러므로 나는 넘어간다. 망우청락집 앞에 포도처럼 깔려있는 저 몇 개의 바둑에 관한 글을 그냥 넘어간다.
자, 그러나 나는 다음 기보는 넘어갈 수 없다.
손책과 여범의 바둑
삼국지에 나오는 인간 군상들 중 두 사람. 손책과 여범.
먼저 단언한다. 이 바둑은 위작이라고. 후세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굳이 다른 증거를 대고 싶지 않다. 이 기보가 위작임은 바둑의 흐름으로 알 수 있다.
1) 돌의 흐름이 너무나 모범적이다. 나는 착한 사람이오, 라고 말하는 듯하다.
2) 수준이 높다. 전장터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둔 것으로는 지나치게 수준이 높다.
3) 중국 바둑의 전형인 싸움이 없다. 이런 바둑은 어디서도 볼 수가 없다. 실력이 높으면 이런 식으로는 절대로 두지 않으며, 실력이 낮다면 이렇게 진행될 수가 없다.
그래, 내가 틀렸다고 하자. 이일민이 망우청락집을 편찬하기 900년도 전에 뛰어난 머리를 가진 두 사람이 이런 바둑을 둘 수도 있으며 또 중국은 넓으니까 한나라 때 바둑판이 17줄이 아니라 19줄도 있었다고 하자.
그리고 다른 기보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이 기보는 요행히 남았다고 하자. 이 기보가 아니라 다른 기보가 남았어도 나는 이와 똑같은 확률을 적용할 터이니 그거야 내가 편협된 시각을 가진 탓일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진품과 가짜는 진짜로 저 두 사람이 두었느냐의 여부에도 그 기준이 갈리지만
보는 사람의 안목으로도 갈린다.
진실로 저 작품은 그 사람의 작품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면 설령 그 작품이 가짜라도 좋다. 그 만한 가치가 있는 법이다.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가짜를 진품의 서열 속에 매길 수가 있는 법이다.
아니, 오히려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골동품은 그 가치가 많은 사람들의 동의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하지만,
심미안 - 나만의 - 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결정할 능력이 없으면 권위나 시장에 맡기면 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저 작품이 후세의 위작이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그래도 좋다. 위작이지만 그래도 좋다.
왜 좋으냐?
위작이라도 갖고 싶은 맘이 있었구나.
그것을 알게 해주니까 좋다.
우선도
유중보가 여산에서 노파와 두었다는 우선도(遇仙圖)는
자, 그렇다면 말이다. 진실로 위작일까? 신선과 두었다는 것이니 당연히 위작인 것일까?
아니다. 이건 진품이다.
이 기보는 작품이다. 분명히 두 사람이 만든 대국 작품이다.
내일 얘기하자.
날이 덥다.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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