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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양론을 넘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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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6월 5일) - 발양론을 넘기면서
5일의 낮.
날은 흐리고, 하늘은 무겁다. 내가 좋아하는 날씨.
하루 종일 뭐할까, 뭐할까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4시 52분.
후지쯔배 관전은 즐거운 일.
참, 저렇게 둘 수 있다니! 감탄하고 감탄한다.
이창호 국수의 바둑은 참으로 두텁다.
흑을 잡고 저리 두텁게 두는 걸 보니 참 바둑이란 게 넓구나 한다.
하긴 넓지 않은 세상이 어디 있겠냐마는, 참 그래도 바둑이란 게 참 묘한 게임이구나 한다.
요다 9단이 방금 둔 하변의 젖혀 이음. 과연!
1도
1도의 백2 백4. 백2로 밀고난 다음에 백4 젖힐 것은 난 생각 못했다. 다만 젖히는 수가 아주 크지만 흑이 2로 미는 수도 정말 두터운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관전하고 있었다.
이창호야 말할 것도 없지만, 요다도 인정해줘야 한다. 훌륭한 바둑이다. 민족이 다르다는 건 1만년의 눈으로 보면 사소한 거다. 민족이 다르기에 다양한 문화의 발전이 가능했던 것이다. 문화가 민족을 만든 부분도 있지만 말이다.
이창호의 덤이 문제가 되는 국면이다. 나 같으면 백을 잡겠다. 요다의 반집을 드는 것이다. 자, 과연 실전은 어찌 될 것인지?
2도
나는 언젠가 쓴 적 있지만, 요다 9단은 정말 좋은, 잘 두는 바둑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기사다.
2도 백2에는 감탄했다. A로 막는 것이 이득인데 단 1초도 생각지 않고 턱하니 백2를 착점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었다. 두터운 수다. 백B 흑C 백D의 맥이 남아 있다. 물론 실전의 모양은 달랐다. 여하튼 턱 하니 백2를 둘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실력이다. 기백도 넘쳐난다. 저 1선의 백2에도 기백이 숨겨져 있다. 난 그 때 그걸 봤다.
그나저나 이제 발양론도 넘겨야 할 때인가 싶다.
처음 발양론을 잡았을 때가 벌써 옛날이다. 30년.
그 때가 떠오른다. 우선 현현각에 감사한다. 참 책도 귀한 시절이었다. 우리 말로 된 바둑책은 볼 만한 것이 드물었으며 일본의 1년 바둑을 집성한 연감 年鑑이 최고의 책이었다.
물론 그건 지금도 그러하다. 우리 한국의 바둑연감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바둑의 수준이야 이제 한중일 모두가 비슷하니 달리 투정할 게 없지만 책으로서는 다르다. 일본의 연감이 제일 낫다.
다른 바둑책에 대해서도 미리 말하지만, 우리 나라의 바둑책은 아직 멀었다. 제대로 된 책을 몇 권 정도 꼽을 수 있을까. 내용과 편집 모두를 보았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말이다.
음, 김만수 5단은 이창호(흑)에게 반집을 주는군.
이 글을 쓰면서도 궁금한 건 옆에 둔다. 컴퓨터의 발달이 참 괜찮다. 난 특별한 책을 읽을 때가 아니면 약간 산만한 편이다.
아! 그래 말이 나왔으니 다음엔 연감에 대해서 써볼까. 그것도 꽤 쓸 꺼리가 된다. 20세기에 제일 좋은 바둑책을 고르라면 그 중의 하나로 연감을 반드시 넣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구나. 그렇군. 미처 생각 못했다. 쓰다보니 알겠다.
이러하다.
논문이든 아니든 뭔가를 쓸 때 누군가와 얘기하면 대단히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설령 상대가 나의 얘기를 들어줄 정도의 수준이 아니더라도, 그래도 큰 도움을 받는다. 왜냐? 나 스스로 내 생각을 돌이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 말이다.
특히 논문은 다른 사람에게 읽혀야 한다. 글이 완성되기 전에. 草稿가 어수선하더라도. 생각이 정리가 안 되었더라도.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이라도.
그러면 어찌 되나? 부끄러운 수준의 글이 약간 더 나아진다. 한두 사람에게 부끄럽지만, 다행히 많은 사람들에게 받게 될 부끄러움을 덜 수 있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정도가 되면, 그건 그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그렇다.
그래, 다시 돌아가자.
발양론.
난 저 발양론에 큰 도움을 받았다. 名人因碩에게 감사!
그 앞을 밝혀주었던 현현기경에 감사! 그 앞을 밝혀주었던 망우청락집에 감사! 그리고 또 …
나만이 아닐 거다. 1970년대의 모든 바둑꾼들이 감사해야 한다. 그 바둑꾼들이 아마추어든 프로이든. 우리의 수준이 저 책 한 권으로 크게 일어섰다. 현현각의 安永二 先生이 저 책을 펴내지 않았다면 金寅 國手가 저 책을 감수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바둑 실력은 아직 저 아래에 있을 것이다.
좋은 책을 펴낸다는 것은 안목이 없으면 안되는 것.
좋은 책을 펴낸다는 것은 경영 외에 다른 가치를 생각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
그 좋은 책을 사보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하는 것.
5시 37분.
참 잘 둔다. 누가 유리한지 모르겠군. 흑도 두텁구나. 아까는 백이 두터운 듯하더니.
그래. 분명하다. 수준이 다른 것이다.
발양론은 아마추어가 굳이 볼 책은 아니다.
시간의 낭비가 될 것이다.
프로를 지망하는 자만 보는 것이 좋다.
넘지 않으면 안 되는 絶代의 책이다.
반드시 넘겨야 한다.
발양론 이외의 책에 대해서 내가 禁書로 지정하고픈 것도 물론 있다.
프로를 지망하는 자들에 대해서도 난 금서로 하고 싶은 바둑책이 있다.
그건 적당한 때 밝히기로 하겠다. 지금은 곤란하다.
모두에게 좋은 한 때가 되시라.
발양론의 문제 하나와 답을 남긴다. 단수 당한 백이 수습하는 문제다.
문제
답
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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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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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산2003 |
｜ 2004-06-07 오전 11:5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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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한국기원에서 문제풀이 유형별로 체계적으로 정리된 묘수풀이 대백과사전(3000페이지정도)을 발간했으면 좋겠습니다. 실전의 참고도를 함께 싣는다면 금상첨화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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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양상국의 절묘한 맥(전 5권), 이창호, 조훈현 이름으로 나온 맥점에 관한 책, 한국기원 발간 맥의 백과 등 좋은 책이 이미 많은데 왜 한국기원에서 또 그걸 만드나요 돈낭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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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더나 요새 사람들은 두꺼운 책 질립니다. 이전에 나와 있는 책들로도 충분한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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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사활고급2 문제가 조훈현 기력테스트 유단 문제와 완전 겹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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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림출판사 바둑책들은 편집이 엉망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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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혜원출판사 바둑시리즈가 정돈이 잘된듯 보였음. 저자가 다 일본기사들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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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님들 저서좀 많이많이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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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드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