坂田 선생도 만나고

2004-05-07 프린트｜스크랩

나의 반상 圖書 일기(5월 7일) - 坂田 선생도 만나고

07시 17분.

어제와 마찬가지로 나는 다시 예전에 써두었던 글을 올린다.
나 스스로 다시 읽어본다.

지난 해 봄, 일본에 다녀왔다. 妻와 安玲二 선생과 함께 여행을 하였는데, 목적인즉슨, 책을 두 권 쓰려고 자료 수집 차 간 것이었다. 책 두 권은, 『신포석』(1933)에 대한 해설서와 사까다의 『포석의 妙』에 대한 재해석이었다.

그러나 한 마디로 잘 놀다온 여행이었다. 地獄谷 온천에서, 그 유명한 신포석의 産室로 알려진 바로 그 방에서 하룻밤 잘 자기도 하였다. 동경으로 돌아와서는 바둑 전문 서점에서 책도 사고. 신포석 시대의 월간지도 20 여권 구했다. 흐름을 좀 자세히 살펴볼까 하는 욕심에.

오청원 선생과 사까다 선생도 만났다. 책 쓰는데 동의를 구하였다. 어느 평론가의 집에서는 정말 맛있는 사케도 마셨는데, 그 맛과 향은 지금도 잊지 못하겠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선술집에서 맛본 그 다양한 맛과 향의 사케, 사케들. 하나하나에 鹽度를 표시해 두었는데, 골라 마시느라고 나를 잊기도 했다.

아! 그렇지만 돌아와서는 글 한 줄 쓰기 힘들었다. 갈 때와는 달리, 쓸 만한 내용을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나라의 아마추어도 상당한 수준의 포석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책 쓸 필요성을 더욱 감소시켰다. 우리 나라 애기가들의 실력이 휴가를 길게 만드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였다는 것은 유쾌하다 하겠다.

그러나 여행 후 1년, 마음이 바뀌었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바를 쓰면 그것이 곧 책이 아니겠느냐고. 읽기는 독자가 하겠지, 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역시 편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에 다시 책을 쓴다. 나는 쓰고 누군가는 읽고. 그것이 이유가 되지 않을 이유는 없겠다.
책의 수준은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이 뒤섞여 있다. 당연하다. 어려운 가운데 쉬운 점이 있고, 쉬운 가운데 어려운 원칙이 숨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냥 쓴 글이다(典據를 달지 않았다). 기초적인 포석 이론을 동네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루었다. 왜 이런 방식을 취했을까? 모르겠다. 읽고, ‘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구나,’ 또는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면 고맙겠다.

사유의 지평을 넓힐 필요는 있다. 수십 년 바둑 둔다고 실력이 쉽게 늘지는 않는다. 공부해야만 느는 것이다. 그런데 공부? 공부란 무엇일까? 쓸모 없는 책을 또 하나 남긴 것 같아 마음은 답답하다.

2002년 5월 문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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