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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봐도 답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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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19일) - 돌아봐도 답은 어디에
어디선가 백이 한 수를 놓쳤을까.
백의 결단이 하나 정도 부족했을까.
실전1 흑45를 보는 순간 마음에 스며드는 의문이다. 솟구치는 의문이다.
실전1
흑45가 과연 좋은 수였는가? 형세는 어떤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답을 알고 싶다면, 그 방법 중의 하나는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흑45를 왜 두었을까? 언뜻 보아서는 아주 강하디 강한 백의 두터움 속에서 지푸라기 하나를 탈출시키는 정도의 수로 보여진다. 그런데 왜 최 6단은 흑45를 두었을까.
당시 인터넷 해설을 맡았던 김승준 8단도 흑45를 의아해 했다. 당시엔 의아해 했다. 왜 저 수를 둘까요.
누구나가 가질 수 있는 의문이요, 이상한 수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법하다. 흑45를 왜 두었을까.
참고도1
참고도1을 싫어한 때문일까.
참고도1이면 우중앙의 백집이 7집 정도 생긴다. 선수로. 저 집을 크다고 본 것인가.
그럴 것이다. 그 이유 빼놓고는 실전의 흑45를 둘 이유가 없다.
자, 그렇다면 말이다. 다음 수순으로 떠나기 전에 의문을 하나 제기하자.
참고도2
그렇다면 이 국수는 실전의 백44로 참고도2 백1을 먼저 할 수는 없었던가?
이 그림은 백이 아주 좋다.
답이 당연히 따라 나온다. 없었겠지. 그렇게 상변을 선수할 수 있었다면 왜 두지 않았겠는가. 이 국수가 백44에 들인 시간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지.
백44에 7분 40초.
아니다. 그 이전부터 반상은 벌써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었다.
흑43, 9분 01초.
소낙비를 머금은 한 여름 두터운 먹구름이 이미 반상을 덮었다. 그 前兆로 반상엔 빗살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흑43, 9분 01초.
백44, 7분 40초.
흑45, 5분 33초.
이 소비시간이 알려주는 바 의미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두 대국자의 내면을, 두 대국자의 수읽기를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는 힌트를 준다.
참고도3
아마도 흑43을 두기 전에 최 6단은 참고도3 흑1을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직감으로 떠오르는 흑1 모자.
참고도4
그러나 그 후가 잘 이어지지 않는다. 참고도4 백2 젖힘에 무너진다. 흑이 우변에서 뻗어나온 백 대마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하귀의 손실을 보상받을 희망이라도 있을까? 그건 없다.
참고도5
참고도5도 흑이 곤란한 그림이다. 백을 공격하기는커녕 수습에 힘이 빠진다.
참고도6
약간만 더 이어볼까. 참고도6으로. 백2 백4의 이단젖힘으로 흑의 앞길이 끊긴다.
참고도7
그래, 한 줄만 더 잇자. 참고도7. 흑이 패망하는 그림.
실전의 흑43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렇다. 자신을 지키지 않고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무모한 짓이다.
자, 이제 다른 문제다. 백44로 참고도2를 결행할 수는 없었을까.
참고도8
참고도8이 그 답이 될 것이다. 흑2 흑4가 강직한 반발이다.
참고도9
참고도9는 그 다음의 진행. 백이 얻은 게 없다. 수순은 마치 백의 멋진 사석작전처럼 보이지만.
참고도10
다시 눈으로 확인할까. 참고도10이 보여주듯이 흑은 상변에서 얻은 집이 적지 않다. 두텁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백은? 중앙 백을 손 뺄 수 없다. 흑4 흑6이 매섭고도 넉넉한 공격. 백에게는 매섭고 흑에게는 넉넉하다. 평범하되 무서운 진행.
그래. 실전의 백44는 어쩔 수 없었겠구나.
참고도11
물론 다른 수도 많이 검토해 보았을 것이다. 참고도11도 당연히 그 검토 속에 들어갔을 것이고. 몰론 백의 앞길이 험난하다.
참고도12
참고도12는 없었을까? 왜 없었겠나. 백1은 괜찮은 수인 듯하다. 흑A가 두렵지만 백B 흑C 백D까지 흑이 오히려 손해다.
참고도13
그 다음은 참고도13으로 이어질 수 있고.
참고도14
운 좋으면 참고도14 흑1도 만날 수 있겠지. 백2를 멋들어지게 만들어주는 그 흑1을.
참고도15
참고도15와 참고도16은 그 다음의 그림.
참고도16
하하하. 이거 참, 내가 나를 보고 웃어야겠다. 한참 지나도 너무 지났다. 옆길로 빠졌다. 하하. 이런 걸 두고 慣性의 법칙이라고 하던가. 아니다. 제멋대로,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하던가.
이 국수와 최 6단의 苦心어린 흔적을 이런 식으로 지우면 곤란하지!
그렇고 말고!
그렇지만, 참고도12 백1은 있었을 법하다.
이 국수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검토는 했을 것이다. 이런 수 저런 수, 갖가지 수가 지나가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백44에 들어간 7분 44초는 아주 긴 시간이다. 앞서 내가 그렸던 여러 참고도는 한 눈에 지났을 것이다. 1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좀 더 진실에 가깝게 말하면 내가 그린 참고도 정도는 눈에 걸리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훨씬 더 깊은 것. 그 무엇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국수 정도라면 그 정도는 되리라고 믿는다.
아니, 그래도 설마. 그 정도까지야 되랴. 나도 꽤 본다. 맘을 작정하고 보면 말이다.
나는 이 日記를 무책임하게 쓰지는 않는다. 시간도 적잖게 들어가고, 생각은 더욱 적잖게 소비된다. 日記 쓰는 시간 이전에 이미 생각은 따로 놀고, 나의 다른 생각과 병렬해 놀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답은 이런 것이다.
백42 흑43 백44 흑45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오늘 흑45를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흑45도 요긴했다. 최 6단다운 수였다.
그 결과 백이 약간이나마 부족한 형세였다면 - 이 국수도 뭔가 미진했다고 말했고, 최 6단은 흑이 잘 풀렸다고 말했다 - 그 이전에 어디선가 누군가가 뭔가에 미흡했던 것이다.
그렇다. 그게 답이다.
아. 여름이다. 봄은 벌써 지났다. 오늘 아침 창을 젖히고 들어오는 햇살이 그걸 말해주었다. 햇님이 일찍이도 솟았다. 부지런도 하시지.
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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