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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전의 길을 걷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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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10일) - 나는 실전의 길을 걷겠다
어제는 참 대단했다. 목진석 7단의 그 기백과 수읽기라니! 3번이나 손을 빼고도 대마가 산다? 강심장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사실 말이지, 승리를 설명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변수를 떠올릴 수 있지만, 하나로 귀일시킨다면 그 하나는 수읽기의 힘이지 싶다.
정확하고도 깊은 수읽기 없이 배짱만으로 대마사활의 운명을 결정한다면 그건 필부의 만용에 불과할 것이다. 독한 마음으로 승부에 나서도 결국은 수읽기의 뒷받침이 있어야 긴장이 주는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다.
왜 이창호는 졌을까. 나는 이 질문은 그다지 좋은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국수는 분명히 강하다. 세계최강이리라. 그러나 누구라도 질 수 있다. 오청원 선생도 언젠가는 무너지지 않던가.
목진석 7단과 최철한 국수에 초점이 잡혀지는 것이 좀더 넓은 설명력을 가질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이창호 국수의 실력과 수준을 같이 한다. 명인급의 바둑. 단지 운이 좋아서, 그래서 - 실력은 약간 부족하다는 전제를 하자 - 한 판이라도 이길 수 있을까? 절대로 없다. 있어도 한 판으로 끝난다. 목7단과 최 국수는 최근의 전적에서 볼 때 이 국수와 50%의 승률을 나눠가진다. 이미 실력이 비슷함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국수의 투지도 대단했다. 정말이지, 참고도1의 진행을 볼 때는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저 강렬한 집념이라니!
참고도1
과연 바둑은 치열하기 짝이 없는 게임이다.
그러나 흑백이 부싯돌처럼 격하게 부딪혀서 불꽃을 일으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불도 적당한 때가 도래해야 빛을 발하는 법.
국수전 도전2국으로 돌아가자.
참고도2
내가 백이라면 나는 참고도2처럼 두고 싶다. 바로 이 국수가 선택한 길이다.
이유가 있다.
1) 충분히 둘 수 있는 형세다. 백이 부족하지 않다.
2) 흑17이 쌍립을 들여다본 악수의 형태로 변했다. 수나누기를 적용한 참고도3을 보자.
참고도3
백1 이하는 흑을 굳혀 주어서 분명히 손해이다. 그러나 백7은 자신을 지키는 수로써 손색이 없고 흑8은 한 수가 논 꼴이다.
어떨까. 백도 나쁘지 않다.
3) 무엇보다 선수를 잡았다. 그것이 중요하다.
참고도4처럼 당장 진행해도 충분히 둘 수 있는 국면이지 않을까?
참고도4
4) 무엇보다 오늘의 나는 싸움이 두렵다. 자신이 없다. 그러기에 두렵다. 이제 나는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아니다. 나는 예전 그 실력이라 할지라도 내 후배들은 무성한 나무로 성장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나는 영양분이 부족한 척박한 땅에 뿌리내린 나무와 같다. 비교할 수도 없다. 생동감이 다르다. 내 나무는 물을 끌어올리기에도 힘이 든다.
참고도2의 선택은 그런 나에게 힘이 된다. 두텁게 두는 것만이 나의 승부를 약간이나마 편하게 해준다.
아니다. 참고도4는 너무 정직한 진행이다. 고지식하다. 참고도5가 어떨까.
참고도5
우하귀 백3 이하의 수법은 아낄 필요가 없다고 본다. 왜냐? 백은 폭넓게 바둑을 이끌어야 하는데, 나중에는 이 수단이 듣지 않을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흑집이 단단하지만, 백도 둘 수 있다. 결정할 때는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 다음은?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참고도6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참고도6
그런데 또 그 다음은?
하하하. 내가 해도 참 딱한 질문이다. 그러나 아니 할 수도 없는 질문. 참고도7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참고도7
하변이 넓어져서 충분히 둘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실력에 달린 일이다. 백의 실력이 흑보다 앞선다면 둘 수 있다. 그러나 흑의 실력이 백보다 앞선다면 도처에 마련한 흑집이 큰 소리를 칠 수 있을 것이다.
검토실에서는, 이 정도까지 오면 대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등장한다.
그만하지요.
그만하자.
아, 뭐하는 거야?
이렇게 한 판 두어볼까요? 뭐 한 만원만 걸고.
그러면 돌을 걷는다. 하하 하고. 모두들 돌아간다. 실전으로 돌아간다.
나의 시간이 온다. 9시 30분.
아침 식사를 해야겠다. 빵과 커피 어떨까? 밥도 있다고? 죽도 있다고?
밥맛이 없는데…. 음
말야. 오늘 아침은 진한 커피로 활력을 얻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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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K
밤과꿈♬
soss12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