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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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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
2004-02-18     프린트스크랩
밝다. 아침이 밝아온다.
어제의 피로는 밤의 깊은 수면이 거두어갔구나. 감사의 마음이 일어난다.

창을 여니, 어젯밤 떠오른 달은 아직 남산에 기대어 있다. 7시 10분. 엷게 형해만 남은 저 좌현(左弦)달은 곧 붉은 해에게 자리를 비켜주리라. 해와 달이 서로를 갈마들어 천지의 변화를 일으키고(日月相推移生變化), 역경(易經) 계사전(繫辭傳)의 말씀이 떠오른다.

달은 점차 뿌옇게 몸을 가리고, 어둔 앞산은 지난 밤에 밀려왔던 무거운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 몸을 일으키고 있다. 7시 18분.

아침이다. 오늘 아침은 5시 50분에 시작했다. 일어나서 찬물을 마셨다. 그리곤 자리에 다시 누어 이틀 전 써 두었던 신문사 관전기 초고(草稿)을 추고(推考)했다. 살풋 잤다. 1시간이 지났다.

하늘이 푸르게 변하고, 산 능선 주위는 붉은 빛을 머금는다.

자, 이제 바둑을 생각하자.

나에게는 바둑판이 없다. 나무 바둑판이 없다. 2,3년 전부터 컴퓨터가 나무 바둑판을 대신했다.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머릿속으로도 웬만큼 그릴 수 있으니 구태여 좋은 비자 바둑판이 필요하지도 않다. 시무(時務)에 익숙해져 가는가. 그게 그러면, 그렇게 하면 되리라.

화면을 누른다. 아니, 올린다. 노란 바둑판이 떠오른다.


기보1

저게 뭘까.

아홉 개의 화점(花點, 星)이 눈에 잡힌다. 저 눈꽃이 없다면? 그러면 나는 어떤 바둑판을 바라볼 수 있을까? 나는 어떤 눈을 취할 것인가.

모른다. 모르겠다. 아직 모른다.

돌을 놓아본다.













기보2

나는 왜 이 순서로 돌을 놓는 걸까.
편하다. 이 그림이 편하다. 나는 이 그림을 좋아한다. 익숙하고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안정감을 느낀다.

7시 32분. 그만 다른 일을 하고 싶다. 금강경(金剛經) 제16 능정업장분(第十六 能淨業障分)이 떠오른다.

7시 36분. 아침이 크게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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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  2004-02-18 오후 12:1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새벽 공기와 함께 들이키는 찬물... 시원,상쾌 하시겠습니다. *^^*  
제이 |  2004-02-18 오후 12:1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우상에 흑점으로 시작하는 모양이 저도 제일 편안하게 눈에 들오는거 같네요. ^^  
고운가락 |  2004-02-18 오후 12:45: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새벽 공기를 들이키며 심연에 갖힌 마음을 꺼내어 바라보는 반상은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이 아닐련지요....아름다운 글이 되기를 바라며....{^J^}  
soss1234 |  2004-02-18 오후 7:05: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구도로 신작로 온고이지신? ^^* 1. 건강한 기존가치보존 2.좋은 방향으로의 애씀 (건강한 맞섬)명령체제가 아닌 아님 서로 동반자적 조화를  
soss1234 |  2004-02-18 오후 7:0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상대방 입장에서의 수읽기 즉 이해  
무구 |  2004-02-19 오후 5:05: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문사범님! 아침에 들이키는 찬물은 독이나 마찬가지랍니다. 상식에 의하면 위에도 좋고, 몸을 청소한다지만 조심해야 됩니다. 그 이유는 www.babmool.com에 나옵니다.  
scole |  2005-02-07 오전 3:23: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문사범의 칼럼을 늦게나마 읽게 되어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글이 꼭 사람 같군요. 계속 열심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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