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승부 - 2년이 저물어가도 - 목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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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월 5일)- 5년간의 승부 - 2년이 저물어가도 - 목표가 없었다
아침 6시 58분.
오늘 날이 맵다고 하는데 어떤가. 뉴스를 보니 현재 서울은 영하 9.5도.
85년 당시에는 참으로 꿈도 꾸지 못한 환경이다.
개인 pc와 인터넷의 등장.
나는 무감각했다. 세상변화에 대해 민감한 대응은 거의 하지 못했다.
하긴 나만 그러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기술 혁신에 비해 정신은 지체 현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소수의, 극소수의 미래 지향적인 안목을 지닌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는다던가 커피를 내리고 쉰다든가 하는 버릇이 없어졌다.
눈은 떠지는데 뭘 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다. 정말 목표를 정해놓지 않고 사는 것은 고통스런 일이다. 화성인 - 남자 - 은 다 그런가. 아니, 목표보다 의미를 두는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 좀더 적절한 듯하다.
나는 사회적으로는 실패한 인간일까.
바둑도 승부에서 멀어진지 오래고, 정치학도 관심 끊은지 8년이다.
내 두 개의 목표 외에 지금까지 뭘 했던가.
…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을 보니, 여전히 나는 목표지향적인 인간인 모양이다.
뭔가 하지 않으면 고통스런 것이 우리네 인간일 것이다. 20세기의 무의미, 부조리를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삶은 몽매蒙昧하다.
1985년도 다 지나갈 때, 나는 내가 뭘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도 저도 아닌 생활이 그 해의 내 생활이었다. 물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 바둑도 두고 책도 보았으며 연애도 할 뻔했다.
그러나 소외감이 나를 천천히 둘러싸기 시작했다. 무의미한 일상에의 인식을 소외감이라고 불러도 될까. 뭔가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았던 정치학은 예상보다 훨씬 막막한 넓이에 약간 위축되었고, 프로의 성적은 말이 아니었다. 생활은 그런대로 할 만했다. 중앙일보에서 고정적으로 나오는 약간의 급여가 꽤 도움이 되었다. 많은 돈보다 적더라도 정기적인 돈이 생활에는 힘이 되는 법.
그러나 시간은 아직도 내 편이라는 일종의 근거 없는 믿음은 그 이전과 같이 여전히 나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다. 뭔가 의미 있는 삶을 나는 살 수 있으리. 그런 막연한 기대.
며칠 전 일기에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을 아쉽게 바라봤다 했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거야 나의 자의적인 판단. 결국엔 결정을 해야만 한다. 결정의 정보는 각자에게 주어진 것. 아니, 내가 욕심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눈앞에 펼쳐져야만 믿음을 가지겠다는 그런 자기중심주의. 그럴지도 모른다.
만약 사랑이라도 해서 상대가 결혼을 하자, 생활을 하자, 그리 말한다면 나는 어찌 했을까. 하하. 정말이지 상상도 못해봤다. 지금 해본다.
이건 맞는 얘기다. 나는 막내로 태어나 집안에 대한 의무감 같은 것은 없던 사람. 약간의 생활비가 있어 하루하루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던 84년 이후.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바둑이라는 기댈 언덕이 있었다는 사실(그러나 공부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삶의 긴장을 풀어주는 술과 친구들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인류의 역사에서 한반도의 역사에서 전쟁이라는 극한 환경을 벗어나 경제적 성장기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 그래서 얻은 자유와 사회적 여유.
바로 그런 현실의 조건들이 나를 급하게 몰고 가지는 않았다. 그 어떤 결정으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 누구나 그러할 것이라고 믿는데 - 바로 그 때문에 약간 뒤쳐져도 별로 아파하지 않았던 거 아닐까.
나는 85년 2학기를 보낸 후 86년은 휴학하기로 맘을 먹었다.
85년 바둑계는 젊은 세대의 등장과 기대로 신선한 기운이 힘을 더했다.
1) 22살의 양재호 四段이 기왕전에서 서봉수 八段과 도전자 결정전을 가졌다. 패했다.
2) 오규철 차수권이 일반인 마지막 입단대회에서 입단했다. 다시 말해, 앞으로의 프로바둑계는 연구생을 기반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결정이 있었다.
3) 조훈현과 도전5강의 위험대결 이후 새로운 기획이 시도되었다. 조훈현과 양재호, 조대현, 유창혁 3 신예의 탐험대결이 바로 그것으로, 86년의 결과는 정선定先에서 시작해 호선互先으로 치수를 고쳤다. 85년엔 결과를 미리 알 수야 없었지만, 결과로 미루어보아 이미 한국바둑의 실력이 상당 수준 높아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사례를 제시했는데, 조짐일까, 희망일까, 흐름일까.
참! 이창호 소년이 연구생으로 있었는데, 참 묘했다.
바둑을 두세 판 두어봤는데 분명히 초중반까지의 형세로 보면 내가 유리한 듯했다. 그렇게 나는 보았다. 치수는 先. 그러나 승부는 모두 소년에게 돌아갔다. 역시 형세판단의 재주가 남달랐던 모양이다. 소년은 일반인 입단대회에서 6승 5패인가 했다. 이미 상당한 실력이었던 것이다.
소년의 할아버지가 옆에서 소년을 보살피고 있을 때가 많았다. 우리를 보면 근처 음식점으로 초대하곤 했었다.
1985년 12월 바둑 첫 장을 보니 채근담菜根譚 구절이 하나 있다.
鷹立如睡 虎行似病 君子 要聰明不露 才華不逞
매는 조는 듯 서있고 호랑이는 병든 듯 걷는다. 군자는 총명을 드러내지 않고 재주 휘두르지 않는다.
바로 그것인가.
소년의 바둑을 찾았는데 없다. 하긴 그 어느 바둑, 그 어느 때의 이창호를 보더라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아침 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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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회2007 |
｜ 2006-01-06 오전 11:1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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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문사범님 드뎌 사랑이야기가 나오시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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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yond0 |
｜ 2006-01-07 오후 8:3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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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목표가 시간이라는 괴물을 만들지요...현재의 나와 되고 싶은 나 사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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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범님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좋은글 많이 써주세요^^,표정선택이 안되네~저만 그런가요 운영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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