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승부 - 13년만의 한일 교류전 - 조훈현의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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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2월 12일) - 5년간의 승부 - 13년만의 한일 교류전 - 조훈현의 성취
아침 6시 50분.
1984년 가을이 지나갈 때.
한국 바둑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을까. 일본에 비해서 여전히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도 그랬고 다른 기사들도 그리 생각했다.
조훈현은 어땠을까.
11월 9일.
답이 하나 주어졌다.
1971년 이후 13년 만에 재개된 제1회 韓日 專門棋士 交流戰.
조훈현과 임해봉
서봉수와 가또
윤기현과 다까기
임선근과 恩田
대국장은 한국기원 5층.
약간의 통제로 대국장에의 발길이 제한되었지만, 프로들은 잠깐씩 지켜볼 수 있었다. 내 프로된 것이 기쁜 일 중의 하나. 그러나 프로들도 조심했다. 매우 주의 깊게 행동했다. 대국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먼 발치에서 바라본다. 약간의 잔치 같은 분위기와 팽팽한 긴장감. 그런 것이 대국장에 떠돌았다.
승부는 조훈현만이 이겼을 뿐이었다.
(강박을 넘어선 조훈현)
白 九段 조훈현
黑 九段 임해봉
제한시간 각 3시간. 덤 5집반. 162수 끝 백 불계승.
대국 내용은 활기찼다. 특히 백의 행마가 그랬다.
그러나 내가 읽은 대국의 분위기는 달랐다. 조훈현이 임해봉보다 무거운 기분으로 앉아있는 듯했다. 나는 그 이유를 조훈현의 과거 경험에서 찾았다. 임해봉이 명인이 될 때, 그리고 명인으로 있었을 때, 그 언젠가 한 번 정도는 조훈현이 기록을 맡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내 기억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임해봉이 명인일 때 조훈현은 빨라도 四段 정도의 저단 低段이었을 것이다.
나의 상상으로는, 조훈현은 임해봉과 같은 大棋士에게 어느 정도는 강박감 같은 것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 보았다.
그러나 대국 내용은 백이 활발했다. 자신감이 뚝뚝 넘쳐흐르는 경쾌한 행마.
흑에게 상변 흑25를 내 준 것은 결단. 백32는 일찍이 하시모토의 바둑에서 보았던 그런 경쾌. 백48도 뛰어나다.
초반 몇 수를 보다가 4층 기사실로 내려온 나는 대국보를 중간 중간에 받아보았다. 그리곤 점심이 지난 후에 대국장에 올라갔다. 상변에서 흑이 흑115 승부수를 던질 때였다. 조훈현의 얼굴을 보았다. 자신만만한 손길. 이미 모든 것을 다 읽었다는 태도. 꾹 다문 입술. 승부를 명확하게 결정하려는 자신감 넘칠 때 그는, 입술을 꾹 다물곤 한다.
좌상귀를 버리고 상변을 얻어서 바꿔치기는 흑이 큰 손해. 그것으로 승부는 끝났다.
최후 백162에서 돌을 던졌는데, 흑A는 백B 이하 백F까지 그만이다.
나는 그리 보았다.
조훈현이 일본이라는 강박을 떨쳐버린 대국. 그 첫 대국.
나는 이리 본다.
뒷날의 응씨배 우승에 앞서서 한국 바둑의 미래를 보여준 대국.
뒷날 유창혁과 이창호가 일본을 넘어설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대국.
바둑이라는 것은 자신감이 없으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상대가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는 手를 두었을 때, “왜 두었지?” 그런 태도를 가지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1984년은 나에게도 “바둑이란 무엇이냐?” 그 점에 대해서 한 마디 던져준 해였지만, 그래서 나에게서 바둑을 대상화 하는 단계였지만,
“일본의 바둑이란 무엇이냐?” 그에 이르는 길을 한국 바둑계에 제시한 시간이었다.
그랬다. 그건 실로 대단한 사건이었다.
조훈현의 한국 바둑계에 미친 영향으로써 특히나 남겨두어야 할 시간이었다.
심리적으로나 기술 技術에 있어서나 바둑의 스케일과 안목에 있어서나.
아침 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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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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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집의活 |
｜ 2005-12-14 오후 11:46: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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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저도 그 당시의 기억이 또렷합니다......그리고,박치문씨의 기보해설을 보면서,흐뭇해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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