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승부 - 도전의 얼굴들 - 자신의 위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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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1월 25일) - 5년간의 승부 - 도전의 얼굴들 - 자신의 위치는
이른 새벽 4시 18분.
커피를 내리면서 몸을 뒤로 젖혀본다. 가벼운 체조도 못 되는 호흡.
자리에 앉아본다.
창밖을 내다보기 위해 불을 잠시 껀다.
누군가의 싯구 詩句처럼, 밝은 한낮엔 별을 볼 수 없다.
겨울이구나. 여명 黎明도 멀다.
한국 바둑계의 여명은 언제쯤이었을까.
적어도 1980년대는 아니었다.
1960년대로 볼까.
1980년대는 새로운 군상 群像들이 모습을 활기차게 드러낼 때였다. 그들 새로운 군상들에게 그들의 여명은 1970년대였을 것이다.
그들은 “도전 5강”이라 불렸다.
장수영, 백성호, 강훈, 김수장, 서능욱.
당시로서는 이르게 입단했던 이들. 14세-17세 정도.
사실, 이 사실 하나만 보아도 시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둑의 시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984년엔 이들의 나이 20대 중반. 입단한 지 10년. 단위는 6-7단.
내 아마시절의 일기에서 1970년대를 1960년대와 구분하여 한국바둑이 발전하던 시기였음을 강조했는데, 만약 1970년대를 몰랐다 할지라도 1984년의 이들을 보았다면, 그리고 1984년의 프로들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면, 1970년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짐 兆朕은 미래에 대한 것만 보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의 통찰도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1984년엔 이들 도전 5강은 이미 한국 바둑계의 핵심이었다. 조훈현과 서봉수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김인과 윤기현, 하찬석이 한 발만 물러서 있었지만. 김희중도 있었지만.
도전 5강이라 불리는 이들은 모두들 정상의 바로 아래에 있었다. 본선은 이들이 쥐고 있었다. 도전자의 위치에 있었다. 조훈현과 서봉수에 대한 도전을 미루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타이틀 획득에는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그러나 20대 중반.
당시 20대 중반은 어린 나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20대 중반은 할 수 있는 나이였다.
나는 이들에 비해 나이가 한두 살 적었다. 그러나 입단은 10년을 늦었다. 승부세계의 호흡을 알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나는 이들을 바라보기만 했었다. 그들과 나와의 사이에는 큰 강물이 놓여져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도저히 못 미칠 것만 같은 예감 - 예상이 맞을 것이다 - 이 잠재의식에 자리잡고 있었다.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패배감을 미리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런 예상을 예감인 듯 갖고 있었다. 분명하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예정된 패배감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을 뿐이다. 나 스스로에 대해. 시대에 대해서도 약간은.
묘한 것이다.
한계를 알면서도 부딪쳐 보고 싶은 자의식 自意識.
바둑에는 그런 게 있다.
그래도, 의문은 든다.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매김하고 있었을까. 당시에 말이다.
새벽 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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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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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승부에 강이 흐르면 이미 프로가 아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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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천차만별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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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만나쓰
문용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