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승부 - 기사회의 존재 - 함께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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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1월 10일) - 5년간의 승부 - 기사회의 존재 - 함께 한다는
아침 9시 46분.
어제 프로기사들의 기사회 棋士會가 있었다.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일반적으로 기사회는 대국이 있는 날의 오후에 연다.
그래야 많은 기사들의 참석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의 안건은 기사회장을 선출하는 것.
조대현 九段이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기사회의 회장은 명예직에 가깝다. 물론 안건의 제출 등을 관장하기에 그 영향력이 없다할 수 없으나 그래도 특별한 권리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기사회의 성격에 있다. 일종의 친목단체에 가까운 것이 기사회.
프로 바둑계에서 기사들은 모두가 승부를 제1의 목적으로 한다. 승부는 개인적인 것. 그러므로 기사들의 모임은 위계질서가 사회문화적으로만 잡힐 뿐, 자본주의 회사처럼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이는 그런 조직이 아닌 것이다.
오래 전이다.
작고하신 강철민 사범이 말씀했다.
대국시간이 아침 10시로 되어있는데, 아침 9시로 앞당기면 어떻겠느냐고. 그 안건을 냈다. 모두가 빙긋이 웃었다. 물론 부결. 안건으로 상정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부결. 실제로 안건 상정 이전에 모두의 반응을 보고 강철민 사범이 웃으면서 안건을 철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하.
왜 그럴까. 승부의 생활은 개인에게 초점이 맞추어져야만 한다. 하루 종일 집중해야만 하는 기사들에게 저녁은 매우 피곤한 것. 그 전날 저녁 말이다.
9시를 선호할 수도 있고 10시를 선호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렇다.
9시를 선호한다면 10시에 두어도 된다. 그렇다면 10시를 반기는 기사들에게 9시는 양보하는 것이 좋다.
승부의 리듬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들이 늦게 일어나기 때문?
그건 아닐 것이다.
매인 데 없는 생활을 하는 프로들이지만, 아침의 리듬은 여느 생활인과 거의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 차이가 없지도 않겠지만.
기사회는 그나마 매일 만나지 않는 기사들에게 일종의 단결심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뿐. 기사회는 근본적으로 친목단체다. 기사들은 모래알처럼 모인 집단이다. 함께 하는 게임이 아닌 것이 바로 바둑. 개인적인 능력이 중시된다. 실력은 승부로 가려진다.
어제 말했었다.
나는 기권을 반 半 이상 하는 타입이라고. 승부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승부에서 멀어진 기사들은 기권을 가끔 한다.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실이다.
그것만 보더라도 기사들의 모임이라는 것이 강제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기사란 직업은 근본적으로 개인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것. 실제 기사들의 활동을 관장하는 것은 한국기원 사무국이다. 한국기원의 미래 계획을 결정하는 것도 사무국이요, 나아가서는 한국기원 이사회이다. 한국기원은 법인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입단한 직후부터 바둑에서 관심이 멀어질 때까지는
기권은 해보지 않았다. 아마도 단 한 번도.
그래도 승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반상은 자신이 책임져야만 하는 공간이 된다. 그 공간을 벗어나서 승부할 곳은 없다. 자신의 유일한 권리요, 의무가 응집하는 자리다.
기사회는 프로들에게 즐거운 회식 자리이기도 했다.
회의가 끝나면, 가까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다. 가벼운 술을 곁들이는 것은 당연하고. 2차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작은 거마비도 나온다. 하하. 정말 작다. 적다기보다 작다. 하하.
저녁 자리는 오랜 만에 만난 기사들의 잔치집 같은 풍경도 곁들인다. 대국 스케줄이 서로 다르고, 또 지방에 거주하는 기사들은 서울로 올라올 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세대가 달라 서로 만나는 그룹에 약간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사회의 풍경은 많이 변했다.
기사의 숫자가 어언 208명.
함께 회식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격세지감이 없다 할 수 없었다.
삼삼오오 흩어지는 것이 어제의 풍경이었다.
그나저나 어제는, 조대현 九段이 기사 회장으로 선출되었는데, 이 친구는 내 오랜 술친구로 남아 있다. 물론 요즘엔 이 친구 술을 못한다. 술 끊은지 오랜 친구다. 그 참!
대국 후의 술 자리.
내 승부의 5년을 이야기할 때 놓칠 수 없는 주제.
아침 1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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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 사범님...... 뉴스로 접했습니다. 기대가 큼니다. 바둑도 정치도 술을 멀리해셔서는 안 되는데...... 술, 일종의 살신성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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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 仁, 그것. 언제나 그렇듯이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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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9
문용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