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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사쿠의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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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사쿠의 6시간
이제 시합엔 습관적으로 나갈 뿐이다. 그러니 대국장에 승부사로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동료들 얼굴이나 볼까 하고 가본다. 승부를 다투는 기사로써의 ‘나’는 벌써 오래 전의 기억. 보급기사라고나 할까. 그렇겠다.
나는 지각도 잘 하는데, 그다지 미안하게 생각지 않는 나 자신이 약간 부끄러울 때도 없지 않다. ‘약간’이라고? 그건 이렇다. 제한시간 3시간일 때 1시간 지각이면 기권 당하지만, 1시간 이하이면 두 배를 공제하므로 30분 늦으면 제한시간에서 1시간을 제한다. 그래서 ‘약간’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얼마 전의 상대는 승부를 지향하는 후배. 5분 늦게 대국장에 나타난 나에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853년의 일인데, 당시 본인방(本因坊) 슈사쿠(秀策)는 흑1 협공에 대해 백2 이하 백6까지 세 수를 두는데 6시간을 소비했다. 상대는 22세 연상인 오오다(太田)로 야스이(安井) 가문. 대국은 실력의 차이를 다투는 30번기 제17국으로써 치수를 고치느냐 마느냐의 승부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장고(長考)해도 되는 걸까. 상대에게 미안하지는 않을까.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 바둑은 6월 5일, 15일, 21일, 그렇게 2주일에 걸쳐서 세 번에 나누어 두었는데, 당시 제한시간은 없었다. 그래도 그렇지, 초반 돌이 10개도 채 놓이지 않은 상태에서 세 수를 착점하는 데 6시간을 소비한다? 정말이지, 대단한 시절이었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슈사쿠는 고향의 부친에게 보내는 편지에 백2 이하 백6을 새로운 시도라고 하면서 스스로의 수법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실 이 수법은 그 후 지금까지 150년 간 누구나 즐겨두는 것이 되고 있다.
다시 나로 돌아가서, 나는 슈사쿠의 상대였던 오오다의 입장을 생각해봤다. 그 6시간 동안 뭘 하고 있었을까. 아무리 반상을 내려다봐도 흑3과 흑5를 발견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을 것이다. 슈사쿠의 편지에서도 스스로 6시간을 들였다고 하니까, 서로가 6시간을 나누었다는 것보다 슈사쿠가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오오다는 당시 47세로 기사로써는 장년을 넘어섰다. 앉아 있기 힘들었겠지만, 시간을 인정해 주었기에 슈사쿠도 6시간을 고민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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