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측의 입이 약간은 뾰루통해졌다. 첫회에 이어 두 번째 대회서도 우승을 놓쳤기 때문이다. 아니 첫 회는 그나마 해볼만했지만 두 번째는 중국팀 입장에서 거의 무참하게 깨졌다.
올해까지 2회가 진행된 한중아마대항전의 이야기다. 한국팀은 올해 5월 시작된 이 대회서 류수항 선수가 4연승, 문병권 선수가 4연승, 이호승 선수가 2연승을 해내 10-4의 스코어로 중국팀을 완파했었다. 이 대회는 한,중 아마추어 선수들 10명이 참가해 연승전 방식으로 겨룬다.
중국측에서 판 맛을 본 선수는 리다이춘(3연승)과 바이보오샹(1승)이 단 두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한국선수는 5명만이 출전했고 마지막 판이 끝난 다음에 6명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5명의 선수는 아예 손에 돌도 잡지 않았다.
9월 21일 수요일, 서울 초동의 '우촌'에서 한중아마대항전을 승리로 이끈 한국팀의 시상식 겸 '우승 회식'의 자리가 마련됐다. 중국팀이 약했던 것도 아니고, 개인 선수들의 실력도 나쁘지 않았지만 한국팀이 2회대회를 손쉽게 이겼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한국팀 선수들은 중국이 차기 대회를 포기할까봐 은근히 염려하는 눈치다.
이에 대해 대회 주최측(사이버오로)을 통해 중국 측의 뾰루퉁(?)한 입장도 들을 수 있었다.
중국측은 2회 대회가 끝나갈 때 '한국측이 정말 강하다. 다음엔 만나서 둬 보면 어떨까'라는 의사타진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서 진행되는 대회인지라 아마도 한국상위랭킹의 프로급 선수로 손 바뀜이 일어나지 않았을까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아마 팀의 구성이 '한국 프로대회 8강진출'이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게 중국 아마팀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확실한 증거라면 제2회 한중아마대항전에 출전한 10명의 한국팀중 4명이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는 것. 3명(류수항,박영롱,김현찬)은 입단대회를 통해 입단했고 1명(조인선)은 명인전 8강에 진출에 성공해 누적 입단포인트로 입단했다.
중국 아마팀도 '전직프로' 및 '전국대회 입상자'들로서 프로에 못지 않은 실력을 가졌지만 한국팀에는 조금 못 미쳤다. 한국 선수들중에 중국 선수들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 방심하면 바로 진다.
2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 지은 이호승 선수는 "중국 국가소년대 수준의 프로급 선수가 중국팀에 가담하면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 같다. 그러면 다음 대회의 한국팀도 승리를 자신하긴 힘들다. "라고 평가.
사이버오로 정용진 이사는 "우승을 축하한다. 2회 대회까지 우리 한국 아마선수들이 잘해줘서 매우 기쁘다. 중국이 크게 져서 대회개최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음 대회는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 대회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한 뒤,
"한국팀에서 올해 입단에 성공한 아마들이 많다. 우리 대회가 결과적으로 프로입단의 산실이 된 것 같다. 모두들 축하한다. 한 회가 끝났으니 이제 모두들 새롭게 시작하는 자세로 임하시길 바란다. 여기 계신 분들이 또 매월 개최되는 월간 랭킹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시길 바란다 "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다음 회식자리에서 오고간 이야기.
▲ 아직 고기도 안왔는데, 일단 한 잔 하자는 분위기
○●.. 10초바둑 Talk
- 10초 바둑 애호론
20초 바둑만 둬도 상대가 생각할 때 인터넷을 검색한다. 30초 바둑을 두면 더욱 심하다. 시합바둑도 아닌데 인터넷서 30초 바둑을 두면 몸살난다. 10초 바둑은 그럴 틈이 없어서 좋다. 10초 바둑을 두려면 어쨌든 완전히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딴 짓할 겨를 없이 한 판을 빨리 끝낼 수 있으니까 좋다. 또 10초 바둑의 승률을 높이는 방법은 어렵게 두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 10초 바둑 폐해론(?)
한동안 안 두다가 두면 반드시 첫판을 진다. 두 판째부터 감각이 생기고 이후부터 승률이 올라간다. 많이 두다 보면 기계처럼 두게 된다. 10초 바둑을 두다보면 자연히 공격이 아닌 타개를 택하게 된다. 보통 공격보다 타개가 쉽기 때문에 '어디 한 번 죽여보라'고 손을 빼는 배짱도 10초바둑에선 훨씬 자주 부리게 된다.
▲ 사이버오로 정용진 이사가 한국팀 대표 우동하 사범(좌)에게 우승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 10강 Talk
"류수항과 문병권이 끝낸 대회, 우리는 거들 뿐"
- 류수항이 4연승, 문병권이 4연승을 하고나니 중국측은 2명만 남았다. 둘에 의해 대회가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누군가 한마디.
"우린 합의했다. 대회 우승하고 나서, 입단한 사람들은 우승상금 배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농담)"
- 한중대항전엔 소정의 우승상금이 있다. 이 상금 배분에서 프로입단자를 빼기로 했다며 입단자들에게 한 턱 낼 것을 주문, 그러자 어디선가 한마디
- 그럼 조인선은 어떡해? (프로대회에선 아마추어 선수는 상금이 없고, 아마추어 대회에선 프로라고 상금 못받아?)
"형이 져야 저도 출전할 수 있고 대회도 재밌어집니다."
- 이호승과 중국의 후위칭이 겨룬 대회 최종국 전에, 이호승에게 조인선이 이런 말을 했었다고 한다. 이호승은 충고(?)를 무시하고 이겨버렸다.
"최종국 기보를 프린트해서 도장(양천대일)후배들이 보는데 굉장히 민망했다"
- 도장에 가보니 이호승의 최종국(우승 결정판) 기보를 인쇄해서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면서, 조금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는 이호승의 쑥쓰러운 모습.
한국팀 10강의 선수들 구성은 대한바둑협회의 아마랭킹을 기준으로 했다. 제2기 팀원들중 가장 고참 선수가 이세돌 9단과 동갑이다. 모두들 연구생을 나온 이후에도 열심히 바둑인생을 살고 있으며 프로입단을 노리고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제2회 한-중아마대항전은 사이버오로와 중국의 시나바둑이 주최했다. 사이버오로 창사 1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던 ‘1회 한-중아마대항전’은 팬들의 관심 속에 약 3개월간 치러졌고, 한국이 중국에게 10-8로 승리했었다. '한국아마'가 강해도 너무 강해서 중국측에서 대회에 대한 보완책을 고려할 정도.
회식이 끝난 후, 선수들은 실로 오랜만에 맥주 1잔을 가볍게(?) 더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술을 마실 줄 알아도 평소엔 입에 한잔도 안 댈 정도로 절제력이 강한 젊은이들이었다. 다만 오늘 하루 만큼은 모두 한 잔 마셔도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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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고기도 안왔는데, 일단 한 잔 하자는 분위기
▲ 사이버오로 정용진 이사가 한국팀 대표 우동하 사범(좌)에게 우승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 조금 늦게 참석한 이호승 사범(가장 오른쪽), 한국 우승을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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