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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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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끝
2022-06-07 오후 7:14 조회 624추천 12   프린트스크랩

어제 밤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잠을 잘 잤다. 

좋은 꿈도 꾸었다. 만능기계 겸 로봇을 다루는 것과 우주항공국을 방문한 꿈이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신나게 활동하던 꿈의 기억이 확실했으며 몸에 활기가 돌았다. 

이런 날은 대부분 일진이 좋다. 

반면에 그제 밤에는 잠이 잘 안 왔었다. 

온갖 잡생각만 들고 잠은 오지 않아서 이리 저리 뒤척거리며 밤을 새웠다. 

그래서 어제 낮에는 낮잠을 잤는데도 불구하고 눈이 아프며 하루 종일 피곤했었다.


잠이 잘 오는 날과 안 오는 날의 원인을 잘 모르겠다. 

다만 몸 상태가 좋아서 잡념이 있는 날에는 잠이 잘 오지 않고, 몸이 피곤해서 푹 쓰러져 자는 날은 잠이 잘 오는 걸로 봐서 조물주가 몸 상태를 적절히 조절해준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오늘은 대학교 동창회가 있는 날이다. 

친구아들의 혼사도 있어서 겸사겸사 동창회를 연 것이다. 

 몇 년 만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되는 날이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참석을 못한다.


며칠 전 동창회 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친구에게 꼭 참석하겠다고 전화연락을 했다. 

그런데 딸애가 그 소리를 듣고는 펄쩍 뛰었다. 

자기가 그날 선약이 있단다. 

자기가 미리 나한데 말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쳤다. 

듣기는 들은 것 같은데 그냥 흘려들었었다.

 나는 몇 년 만에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므로 꼭 나가겠다고 우겼다. 

그러나 고집이 나를 닮은 딸애는 결코 밀리지 않았다. 

둘이 모두 나가면 치매기가 있는 아내는 누가 돌보는가? 

나는 결혼하여 따로 사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된다는 대답이었다. 

그날 주말근무가 있다고 하였다. 

나와 딸애가 싸우는 소리를 듣던 아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더듬거렸다. 

“내가 가정에 분란만 일으키고 있으니...” 

아내의 눈물을 보자마자 내가 고집을 접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집안 사정 때문에 참석을 못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딸애가 나가면서 미안한지 거금 4만원을 주었다. 

마음대로 쓰라고 하였다. 평소에는 2만원을 주었었다.


아내와 나는 예전에 살던 묵동의 장미축제에 가보기로 계획했다. 

우리가 거기에 살 때에는 냇가 둑에 장미가 드문드문 심어져서 눈에 띠지 않았으나 10년 정도 지나서는 중랑구 축제로 변했고,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서울시 축제로 변했다.


우리가 장미 축제에 가는 실제 목표는 장미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장미도 구경을 하지만 장미꽃을 구경한 다음에 찾게 되는 예전의 단골 숯불 갈비집이다. 

그 집에 가면 우리는 꼭 삼겹살을 먹는다. 

삼겹살 맛이야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나고 그 집의 또 다른 특징은 서비스 품목이다. 

서비스는 첫째와 끝에 있다. 

첫째는 천엽이고 끝은 냉면이다. 

처음에는 간도 천엽과 같이 나왔으나 어느 때 부턴가 없어졌다. 

첫째와 끝이라고 하니 뜬금없이 생각나는 것이 있다. 

옛 직장에서 누군가가 나를 소개할 때 한 말이었다. 

“이 분은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분이십니다.” 허허 쑥스러워라.


전철에서 내린 다음에 아내에게 꼭 다짐을 주었다. 

만약 나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할 것이냐? 

절대로 나를 찾으려고 돌아다니지 말고 꼭 그 자리에 있어야한다.

 며칠 째 몇 번이고 주의를 준 다짐이다.


많은 인파를 뚫고 장미꽃 구경을 했다. 

초입에는 먹을 것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고 중간 중간에 가족끼리 와서 차려놓고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내는 그 광경을 보고는 계속 입맛을 다셨다. 

“조금만 참아.” “알았어요.” 

장미꽃 향기는 온 천지를 휘감고 있었다.


음식점에 가니 빈자리가 거의 없이 손님들이 꽉 들어차있었다. 

간신히 빈자리 한 군데를 찾았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우리 한 팀만 덩그러니 한 자리에 앉았던 기억이 났다. 

주로 돼지갈비를 먹고 있었다. 

주인이 돼지갈비를 시킬 거냐고 물어왔다. 

“아니오, 삼겹살 2인분하고 밥 두 공기,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주시오.”


음식이 무척 빨리 나왔다. 

손님이 많으니 미리 훈련이 잘 된 모양이었다. 

음식점의 기쁨은 몸은 조금 고되더라도 손님들이 북적 북적대는 것이리라. 

‘암, 바쁜 것이 파리 날리는 것 보다야 백배 천배는 더 낳지.’


소주를 한 잔 잔에 따라 조금 마시고는 천엽에 손을 댔다. 

딸애가 왔을 때는 반씩 나눠먹지만 아내가 천엽을 먹지 않으므로 천엽 한 접시가 온통 내 차지가 되었다. 

신선하고 꼬들꼬들하다. 

그리고 참기름의 맛까지 더해져서 고소하기도 하다. 

나는 소주 한 병 일곱 잔 중에서 천엽에 두 잔을 할애했다. 

천엽은 삼겹살이 익기 전에 다 먹어야한다. 

삼겹살의 진한 맛이 입에 들어오고부터는 천엽은 그냥 무맛이 돼버린다.


삼겹살을 굽고 자르는 아내의 손길이 달라졌다. 

익을 때 까지 잘 기다리고, 또 침착하게 잘 자른다. 

아내의 상태가 조금은 나아진 모양이다. 

내가 소주를 마시는 동안 아내는 커피를 빼다가 홀짝 홀짝 마셨다.


배불리 먹은 다음에 길을 나섰다. 

바로 옆의 전철역을 놔두고 태릉 역까지 한 정거장을 걸어갔다. 

묵동의 옛 이름은 먹골이다. 

이곳에서는 예전에 먹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묵동삼거리에 이 고장 출신 왕방연의 돌 비석이 서 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아시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길을 걸으며 느꼈다. 

내 고집을 관철하여 무언가를 얻는 것도 기분이 좋지만 내가 한 발 양보하여 안정감을 찾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기분이 좋은 일이라는 것을. 물론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저녁때 술에 취한 친구의 카 톡이 왔다. “네가 안와서 무척 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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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부 |  2022-06-07 오후 8:24:08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짜베님. 글을 읽으며 가슴 한쪽이 저리며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저의 글 『사랑의 준비』의 마지막 구절에 썼던, 『진짜 사랑은 못 보면 보고픈 것이 아니고, 못 보면 걱정이 되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입니다.
과연 『치매에 걸리면 어떤 부분까지 구별이 되며, 어느 부분까지 행불행을 느낄까?』라는 것을요. 물론 병증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요..

짜베님의 글을 읽으며, 지금의 사모님은 정말 행복을 느끼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일상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한편으로 잔잔히 마음에 감흥을 주는 글이었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짜베님과 사모님. 모두 오래동안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처음과 끝이 한결같으신 분..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의 유형이지요.

그런데 짜베님은 소주를 한잔 씩 원 샸을 하시나 봐요?
저는 나누어 마시는데요. 그러면서 안주를 즐기지요..캬~.^^.

(저번에 박영석 국회의장과 동기라면 51년 생이시던데, 혹 실례가 안 된다면 사모님과는 몇 년 차이가 나시는지요?.^^.
그리고 마땅한 호칭이 어려워서 사모님이라 칭했습니다. 예의에 어긋나더라도 이해해 주시기를..^^)
 
백궁고수 엽부님의 진면목
짜베 박영석-> 박병석
저도 소주 한잔을 두번정도 나눠 마십니다.
저는 토끼띠이고 아내는 4년아래 양띠입니다.
엽부
사모님과의 사랑이 너무 보기가 좋아서 그냥 물어봤습니다.
실례가 되었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사모님과 짜베님의 행복과 건강을 빌겠습니다.^^.
⊙신인 |  2022-06-07 오후 11:20:38  [동감2]  이 의견에 한마디
수필의 참 맛이 이런것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짜베]님의 글!
읽을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가게 만드는 따뜻하고 부러운 평화로움으로 제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십니다. 따님과의 다툼마저 제게는 정겹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엽부 ⊙신인님.
저는 아래 부분의 글을 읽으며 상상을 했는데,
이 세상에서 이리 아름다운 것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습니다..ㅠㅠ.

『전철에서 내린 다음에 아내에게 꼭 다짐을 주었다.
만약 나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할 것이냐?
절대로 나를 찾으려고 돌아다니지 말고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며칠 째 몇 번이고 주의를 준 다짐이다.

많은 인파를 뚫고 장미꽃 구경을 했다.
초입에는 먹을 것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고 중간 중간에 가족끼리 와서 차려놓고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내는 그 광경을 보고는 계속 입맛을 다셨다.
“조금만 참아.” “알았어요.”
장미꽃 향기는 온 천지를 휘감고 있었다.』
자포카 |  2022-06-16 오후 3:50: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자게판에서 엽부님의 댓글보고 읽었습니다 두분 내외의 사랑에 감동하고
참 좋은 글에 감동하고
주옥같은 문장에 또 감동을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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