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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달의금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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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야스쿠니 선열 2
2022-03-11 오전 9:26 조회 620추천 12   프린트스크랩

최윤경은 바구니에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상여에 매다는 하얀 종이꽃을 담았다. 상여 집에 가져가려는 것이다. 그녀는 동네에서 가장 많이 상여 집을 드나드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물론 그녀의 바구니 밑바닥에는 여러 식량꺼리가 담겨져 있다. 어제 가져다 둔 식량은 이미 박혁이 다 먹었을 것이다. 어제 본 그는 상당히 기운을 차린 모습이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기력을 온전하게 회복 할 수 있어 보였다.

집을 나서기 전 그녀는 밤길임에도 다시 한 번 더 매무새를 다듬었다. 상여 집에 있는 환자를 돌보러 가는 길이건만, 마음이 설레는 것은 숨기기 어려웠다. 가슴이 콩닥거리고 괜스레 허둥거려졌다. 밖으로 나서니 달이 휘영청 밝았다. 보름달이 길을 밝혀주니 좋았으나, 남들의 눈에 띌까 한편으로는 염려스러웠다.

오빠가 배고프겠다.’

발걸음이 자꾸만 빨라지는 것을 그녀는 순전히 그가 배를 곯을까하는 걱정인 것으로 치부하려 애쓰고 있음을 스스로도 부인 할 수 없었다.

 

박혁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왼 팔을 제외하고는 아무 불편함이 없었다. 왼 팔의 총상도 뼈를 다치게 하지는 않은 듯 몸통에 팔을 고정 한다면, 뛰는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제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상여 집을 나서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동료들의 안위도 걱정되었지만, 우선은 복귀를 해서 3지대의 지대장에게 작전 수행에 대한 보고를 해야 했다. 지령은 완수 했지만, 그 뒤의 여파가 만만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동지들에 대한 일제의 대대적인 검거를 피할 길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의 핍박도 더욱 거세질 것에 대비해야 했다.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바짝 긴장했던 박혁은 전달되는 익숙한 신호에 긴장을 풀었다.

그녀가 온 것이었다.

지금 그의 마음은 그녀에 대한 미안함 보다는 반가움이 더 커졌다.

긴박한 상황이 주는 마음의 변화인지, 미안함이 바뀐 감정인지, 청춘남녀의 젊음이 가지고 있는 뜨거운 열기 때문인지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서둘러 그의 팔부터 살폈다.

잘 아물어가는 상처를 보고 안심이 되자, 그녀는 바구니를 열었다. 그녀의 눈에 구석에 있는 그릇들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아팠던 자식이 밥그릇을 다 비워내는 것을 바라보는 엄마의 심정처럼 그녀의 얼굴에 밝게 웃음이 번졌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도 따뜻함이 넘쳤다. 주섬주섬 바구니에서 음식을 꺼내는 그녀를 돕던 그의 손에 그녀의 손이 닿았다. 잠시 그대로 멈춘 서로의 손길...... 그리고 허공에서 맞닥뜨린 서로의 시선!

그녀는 서둘러서 눈길을 피하고 손을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도 바구니에서 손길을 거둔 채, 바닥에 음식을 차리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에게서 이미 이곳은 상여 집이 아니었고, 그들은 도피자가 아니었다. 달빛이 푸근한 날에 소풍을 나온 사람들 마냥 마음은 들떠있고, 얼굴도 발그레했다. 각시가 정성스레 차린 밥상을 신랑이 맛있게 먹고 있는 듯 했다.

달의 정기는 보름달이 떠오를 때 가장 강렬하다. 그때를 맞춰 어떤 동물들은 군무를 일으키듯이 짝짓기를 하고, 땅위의 많은 생명체들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킨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난 박혁은 옆에 나란하게 앉은 최윤경의 손을 잡았다. 그녀도 손을 빼지 않았다. 그녀는 찢어진 한지 창문 사이로 보이는 둥근 달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길을 따라 달을 바라보던 그가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칼을 들어 올리고,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주었다.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그의 손길에 순응하는 그녀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흘렀다. 두 사람의 몸은 시선을 달에 둔 채로 거친 지푸라기 위로 누여졌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망막에는 아직 보름달이 남아있었다. 망막에 있던 보름달은 머릿속으로 자리를 잡더니 그의 몸짓에 따라 입술로 옮았다. 입술에서 한동안 머물던 둥근 달은 어느덧 그의 손길을 따라 수줍은 가슴으로 옮아갔다. 부끄럽게 가슴을 달이 비추니 그녀는 몸을 어디엔가 숨기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눈을 꼭 감아버렸다. 그의 손이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둥그런 달은 이제 가슴을 지나 허리춤으로 향했다. 그 간지럽고 부끄러운 느낌에 그녀는 몸을 비틀고, 입에서는 나지막하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의 몸짓으로 생겨난 지푸라기의 거친 부스럭거리는 소리조차 그녀에게는 감미로운 선율이었다. 잠시 후 그의 손은 그녀의 몸에서 모든 실오라기를 걷어냈다. 이제 둥그렇고 휘엉청 밝은 달은 그녀의 가장 은밀한 부분에 도달했다. 그의 몸에서도 모든 실오라기가 떨쳐졌다. 수컷의 본능을 잘 알고 있는 그의 몸이 그녀의 속살을 헤집었다. 뜨겁게 변한 강렬한 보름달이 이제 그녀의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 보름달이 왜 이렇게 뜨거울까?’

주변을 꽉 채운 보름달의 광채 때문에 그녀는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그 빛이 너무 강렬해서 그녀는 허공에 손을 허우적였다.

세상에 이런 황홀경이 존재하고 있다니!’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어느덧 보름달이 지고 있었다.

 

권철식의 얼굴에 만족한 웃음이 번졌다. 며칠 동안의 탐문 수사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밤늦게 첩보 하나가 들어왔다. 마을의 상여 집으로 밤에 젊은 여자가 들어갔다는 보고였다. 그의 촉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밤에 상여 집에 간다는 것은 자신으로서도 꺼려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상여 집에 무언가가 있다.’

그는 부하들을 급히 소집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서에서 그 마을까지는 거리가 제법 멀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일을 그릇 칠 수 있었다. 누군가가 그곳에 있었다면, 밝은 달빛을 이용해서 밤에 탈출을 시도할 것이 뻔했다. 그가 자신이 쫒던 범인이거나, 아니면 다른 독립군의 잔당일 수도 있고, 설령 그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불순분자일 것이 분명했다.

 

최윤경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집으로 옮겼다. 그를 홀로 두고 나서는 길은 무척이나 힘에 겨웠다. 박혁도 그녀를 배웅하며 내일 저녁에 만날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짚 더미에 몸을 누였다. 그 곳에는 아직도 그녀의 체취가 남아있는 듯 했다. 그녀를 안았던 조금 전의 일이 꿈결 같았다. 그는 어서 이곳을 떠나 그녀가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고 싶었다. 앞으로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야 하겠지만, 잠시의 이별이 서로의 앞날을 위해, 현명한 판단이라는 것을 믿었다. 내일 저녁에 그녀가 오면 그녀에게 늦은 밤에 독립군에 복귀하기 위해 이곳을 떠날 것이라고 말하리라 다짐했다. 아직 완전하게 완쾌되지 않은 그의 몸은 격렬했던 행위로 인해 그의 눈꺼풀을 무겁게 만들었다.

너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것일까, 주변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움에 겨우 눈을 떴다. 어둠속에서 들리는 여럿의 긴박한 대화가 들리더니 상여 집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그가 자신이 위험에 노출되었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동네가 온통 소란스러웠다.

최윤경은 황급히 일어났다. 분명 늦잠을 잔 것이 아니었는데 식구들 모두가 이미 일어났고, 모두들 허둥거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신작로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들은 공회당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그녀에게 다가 오더니 그녀를 잡아끌었다.

언능 우리도 가자!”

엄마, 무슨 일인데. 어디로 간다고?”

밤에 일본 순사들이 상여 집에서 독립군 한명을 사살했대!”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은 엄마의 말에 그녀는 다리가 푹 꺾였다.

엄마, 지금 뭐라고 말했어?”

순사가 우리 동네 사람들 다 공회당으로 모이래. 우리 마을에 독립군에 가담하고, 도와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색출해 내겠대!”

격렬하게 몸부림치는 딸을 보며, 어머니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순사들이 찾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딸임을 알아버린 것이다.

 

경찰서로 끌려간 그녀는 모진 고문을 받았다.

그렇지만 일본 경찰은 그녀에게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그녀는 정말 박혁 말고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는 그녀를 보호하려고 더 이상 깊이 그녀가 독립군 일에 관여하지 않도록 조치를 해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온전하게 풀려나지는 못했다. 권철식의 악독한 고문은 그녀의 다리를 망가트려 남은 일생을 절뚝이며 살도록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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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인트 |  2022-03-11 오후 4:09:3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미소지으며 읽다가 마지막에 울컥했습니다. 아프네요... ~ ♡♡♡♡♡♡♡ ~  
⊙신인 어릴적에 아이들이 울면 어른들은 '저기 순사온다'고 말했어요.
서글픈 역사가 남긴 편린 하나입니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날카롭게 지적해주실 선배님을 의지하며 다시 먼 여정을 떠
납니다.
용기와 희망과 질책,,,,기다릴게요!^^

선배님!
출판사에서 1527억 인쇄를 시작했습니다.
이달 하순경, 늦어도 4월 초에는 서점에서 보실 수 있으십니다.
신국판으로 만드니 400페이지가 나왔어요.
축하해주십시요!!^^
머루 |  2022-03-11 오후 9:26: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마을 외딴곳의 상여집이 떠오르는군요.
요즘에도 보존 되어있는곳이 많은줄 알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여운이 남는군요. 고맙습니다.  
⊙신인 제 어릴적 기억에 만장을 앞세우며 꽃상여가 나가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그 무서운 상여집이 어느 청춘남녀들에게는 물레방아간 역할을 했다는 소문도 있
었구요!^^
저도 고맙습니다!!
영포인트 |  2022-03-12 오전 2:29: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가끔 들르는 단골서점의 진열대 앞줄에
[신인]님의 소설이 진열되는 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그 날이 왔네요.
네...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까지는 아마츄어의 글쟁이였다면 이제부터 [신인]님은 [소설가]입니다.
[문인협회]에 들어가실 자격이 생기신 것이고
어디에 가셔도 자신을 소설쓰는 사람으로 소개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입니다.
그냥 지금처럼 언제까지나 멈추지 마시고 정진해 주시기를
[애독자]로써 당부드리며 응원합니다.

[1527억]을 [내돈내산]하는
그래서 [신인]님의
진정한 애독자로 언제까지나 남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너무 좋습니다.
내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
내 다니는 서점의 서가에 진열되어 있을 상상을 하니 말입니다.

사랑합니다. [신인]님!!!  
⊙신인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두터운 마음으로 응원하시고 제가 앞으로 나아갈 바를 일러 주시는 정이 듬뿍 담
긴 격려의 말씀...
선배님 같은 분의 응원을 받을 자격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
주향 |  2022-03-12 오후 7:42: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제 2편... 시작일 뿐인데 팽팽한 긴장감이 드는군요
글은 이렇게 긴장감의 연속성이 있으면 독자로서는 참 좋을것 같습니다
전편 1527억 글이 이젠 서점에서 제가 구할 수 있음을 환희로 생각합니다
축하 드리면서 항상 좋은글에 감사하는 맘 입니다  
⊙신인 제 생각에는 [주향]님이 글을 다루는 일을 하셨던 분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예사롭지 않은 감각과 깊이가 다른 이해로 은근하게 제게 도움을 주셔서요.
부족한 부분이 보이시면 더욱 아낌없이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부족한 글에 '환희'라는 엄청난 표현으로 저를 기쁘게 해주시는군요.
고맙습니다!!💚💖💚
삼나무길 |  2022-03-18 오전 9:59: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신인 [삼나무길]님의 마음에 닿는 글이 되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채찍도 격려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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