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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나의19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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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무정
2020-04-23 오전 7:55 조회 309추천 10   프린트스크랩
▲ (__)

수탉이 회를 치면 동녘이 얼굴을 붉힐 때 사람보다 먼저 소죽부터 끓이고

집마다 밥 짓는 연기 모락모락 오를 때면 허드렛일 시키기 위해

개똥아 봉선아…….

어미가 애들 깨우는 소리 앙칼지게 동네방네 흐드러진가 하니

소 울음소리 나지막이 깔리고 개 짖는 소리 고양이의 거만한 하품하는 소리에

클라이맥스로 막걸리 같은 경운기 소리가 탁탁탁 거리며 고향의 아침이 열렸다.

그땐 그저 그런 소리가 지금은 예배당 종소리보다 더 아련하다.

 

빌딩 숲 사이로 쫓기는 달보다 동산과 들을 거니는 정겨운 달이 여유로웠고

마을 한가운데 고즈넉한 정자나무는 툇마루에 앉아 담배 문 할아버지 같은 위엄이 있었다.

아무 데서나 대소변을 보았지만. 그곳 만은 성지였고 지나칠 땐 한기마저 느꼈다.

머리에 항상 수건을 둘러쓴 엄니와 할미는 늘 분주했지만 우리는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세상만사가 놀이고 산과 들에 널린 게 먹을거리요 학원이 없어 시간도 널널했다.

온 동네를 까르르거리며 돌아다닐 때면 할머니의 일갈이 다시 우리를 나뒹굴게 했지.

야 이놈들아 배 꺼진다 고마 뛰어 다녀.”

 

방앗간에서 벙커 c 유를 호스로 빨아올리다 한 모금 꿀꺽해서 죽는다고 울고불고할 때

동네 형이 괜찮다며 속에 회충 다 죽으니 몸에 좋다는 말에 히죽대며 울음을 그쳤지.

그리고 그 기름으로 횃불에 불을 붙여 지금 생각하니 산천어 같은데

냇가에서 수십 마리 잡았었는데 그 와중에 그 기름을 몰래 한 모금 먹는 친구를 보고

히죽 웃으며 귀엣말로 (야 너도 똥구멍 간지럽냐) 하며 키득거렸다.

 

봄여름 초가을까지는 소 먹이러(방목) 다녔고 겨울에는 나무하러 다니면서

감자며 고구마며 삶아 먹고 구워 먹고 길목 좋은데는 꿩 토기를 잡기 위해 덫을 놓았었지.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뤘지만 그래도 나는 뱀은 질색했다.

친인척 따질 것 없이 아무 집에서나 잤고 밥도 달래서 먹었고

밤이면 호롱불 아래 모여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지새웠고 누군가 불을 훅 불어 끄면

그때부터 비명소리가 온 동네로 퍼져갔다.

 

놀이라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변태라기도 그렇고.

그 짧은 순간에 마음에 드는 여자아이의 봉긋한 가슴을 만지는 블랙타임.

한쪽으로 몰려 서로 부딪쳐 쌍코피가 터지는 불상사도 허다했지만

다음 날도 여자아이들은 샐쭉거리며 모여들었고 민형사상으로 문제 삼는 일도 없었다.

 

이제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도 산소에 묻혔고 할미 엄니들의 수다도

디딜방아간과 함께 사라졌다.

멱 감고 고기 잡던 냇가는 수풀이 우거져 들어가기조차 겁나고

동네에 뛰노는 아이들은커녕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사촌 5촌의 형제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거나 유명을 달리했고

그 자식의 자식들은 왕래가 뜸했던 세월에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서로 멀뚱멀뚱하다.


고향에 묻히고 싶다는 말에 진한 향수를 느꼈었는데 산천은 의구해도

내가 버린 것인지 버림받았는지 이미 고향은 마음 둘 곳이 없어져 있었다.

그저 내가 그래었지 하는 곳 한번 둘러보고 나면

어디 불쑥 들어가도 반겨주던 그런 곳이 뭔가가 등을 떠미는 그런 곳이었다.

낯선 이들이 더 많은 고향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를 들렀다가 동산에 걸터앉은 나는 들꽃 한 송이 입에 문

인디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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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뀐지 |  2020-04-23 오전 8:16: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달님고향이 산천어가 사는 강변 마을이었군요 ? 고향의 흙냄새가 많이 풍깁니다.1960년대의 우리나라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고기뀐지라는 대명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모쪼록 생각하지 않아도 읽혀지는 좋은 글 감사드리며 건승을 바랍니다> 꾸벅  
팔공선달 같은 고향을 공유해서 감사합니다.
⊙신인 |  2020-04-23 오전 8:46: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마을 졍경을 묘사하시는 필력이 프로작가도 흠칫 놀라겠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며 잠시 저도 마음속의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팔공선달 우리가 가진 고향이 마지막 같아요 ㅇㅇ
虛堂人 |  2020-04-23 오후 12:47: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옛날의 그 시절..시골 고향은 어느새 스러지고..
어린 아이 울음소리도 그치고...소금장수 이야기 들려주던..
어르신들도 하나둘...요양원을 거쳐서...떠나가고....
고아가 된 장년들은..덧없는 망향가만..읊을 뿐이니...
코로나보다 더한 소슬..상실감만...  
팔공선달 너나 없이 상실감은 인디언 인가 봅니다.
nhsong |  2020-04-23 오후 1:08: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도 그때 그 고향이 그리워 몰래(?) 다녀왔는데 허허로운 마음만 가득했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  
팔공선달 여기 또 다른 인디언 ㅇㅇ
초보할부지 |  2020-04-25 오전 6:42: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달엉아는 자게판가튼디가서 때를묻히지말구 나작에서만 머물러주시길...  
팔공선달 (__)
즐벳 |  2020-04-25 오전 7:19: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외할머니 보고싶어~집니다..아주어릴때 어머니 손잡고 갓던곳 이네요...  
팔공선달 그런 고향이 있다는 건 달무리 지는 밤 별을 헤며 앉아 있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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