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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나의19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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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하나.
2020-04-18 오후 6:02 조회 314추천 11   프린트스크랩
▲ (__)

똑똑똑.”

누구세요?”

 

인터폰이 고장 났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몇 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새벽에 일 나갔다가 잠시 쉬고 점심을 먹으려는데 문간에서 인기척이다

요즘은 어머님이 간병으로 집을 거의 비우다시피 하니 찾아올 사람도 없으며

집사람 아이들은 따로 살고.

나는 할머니 살아 계실 때 치매 관계로 주변엔 거의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데.

 

그러다 보니 절간 같은 집에 기껏 찾아오는 사람은 신문 구독 강요하는 앵벌이와

전도사들과 잡상인 아니면 옆집에 사람이 없어 단골로 두드리는 택배 문디 뿐이다

그래서 인터폰 없이 지내는 게 오히려 편했다.

어머님이 달려가고 나는 그러려니 하며 밥을 한입 삼키며 볼멘소리를 지른다.

뭐고?”

조금 열린 문 사이로 하얀 백발의 할머니가 미안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짚고 서 있다

마침 내가 쉬는 날이라 어머님이 잠시 다니러 오셨는데 할머니의 표정이 환해진다.

언제 왔어?”

^^ 잠시 다니러 왔어 예. 할매도 건강하지 예

어머님이 내 눈치를 보시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모시라고 했다

우리 할머니 살아 계셨을 때 자주 놀러 오셨더랬는데.

그래서 우리 할머니 말동무 되어 주시는 걸 무척 고마워했었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 가신지가 벌써 3년이고 일주일 후면 3년 상이 끝난다.

세월이란.

 

걸음걸이가 여의치 않아 보이는데 늘 동네를 돌아다니시는 걸 자주 본다.

우리 할머니와 또 앞 동에 사시던 밀양댁 할머니가 단짝이셨는데

한 분은 영원으로 또 한 분은 밀양으로 그래서 이제 혼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심심해서 운동 삼아 돌아다니지.”

올해로 연세가 92.

할매는 내 몰래 무슨 나이를 그렇게 잡수셨소.”

어머님이 놀란 듯하자.

형님 가신지가 언젠데 설 쉬면 그래. 벌써 4년이잖아.”

형님이 계실 땐 밀양 동생하고 늘 놀러 갈 곳이 있었는데.........”

여기 말이야.”

심심해.”

“....................................................”

할 일도 갈 곳도 없는 노년이 삶인지 죽음인지.

 

갑자기 가슴이 짠해지고 목이 메어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참 마음이 여린가.

할머니 이야기만 나오면 마무리하기 전에 꼭 말꼬리가 말려든다.

청승인지 주책인지.

사실 할머니를 보내 드리고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다

늘 생각하고 곁에 있는 듯하고.

우렁각시와 나눠 낀 할머니의 쌍 은가락지가 늘 우리의 손에서 반짝인다.

올해는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 추웠는데 잘 계시는지.

부부는 등 돌리면 남이고 애먹이는 자식은 웬수라고 했던가.

내가 부모님의 웬수였다면 지금 나의 자식이 되어 버린 웬수들과 살아가고

웬수와의 시간이 이렇듯 애틋하니 세상은 사랑하지 않을 게 없겠다.

 

뒷동 할머니는 치마 안으로 손을 쑥 집어넣더니 고무줄 에 멘 쌈지를 꺼내 든다.

요즘 택시 장사 안 된다던데.......”

아이고 뭐 하러..”

서로 밀고 당기면서 실랑이를 하다 마지못해 받으려는 어머님에게 인상을 썼다.

할마시 씰데없이…….”

하면 안 되는 행동을 우리는 스스럼 없이 하면서 당연한 이유를 댄다.

나를 돌아보고 겸연쩍게 웃으시며.

우리애가 놔두래요.” 하시며 다시 쌈지를 치마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동안 울 할매와 놀아 주신 것도 고마운데 태워 드리면 얼마나 더 태워 드릴까.”

그래도...........”

 

자자 갑시다요.”

두 노인네를 재촉하고 할머니를 동네 목욕탕으로 모셨다.

여탕이 1층이었으면 좋겠는데 2층이라 입구까지라도 모셔 드리려는데

됐어. 저 계단 손잡이까지만.”

에이 그래도 올라갑시……. ”

. 할머니 어소세요.”

마침 목욕탕에서 매점을 하는 아줌마가 내려오기에 뒷 일을 부탁했다

오는 길에 룸 밀러에 비친 벙거지 털모자를 둘러쓰고 창밖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조만간 울 엄니와 얼마 전 울 할미의 모습이 교차 되어 보였다

외롭지 않게 해드렸을까.

울 엄니는 외롭지 않게 해 드릴 수 있을까.

 

얼마 후 저녁 무렵에 만난 뒷동 할머니는 다시 동네를 돌고 있었다.

할머니 잘 다녀오셨어요.”

인사하는 나를 보고 나지막이 던지는 소리는 나의 심장을 멈추게 하였다.

우리 애들도 아는 척 안 하는데 볼 때마다 인사하고.”

하하하 그게 당연한데...”

아니야.”

아무도 아는 척 안 해.”

그래서 갈 데는 없고 목욕탕까지라도 내가 돈벌이 좀 해주려고 했는데.“

그냥은 안 받을거구.”

자네 정말 고마워.”

 

“.............................................................................................”

 

 

 

 

 

 

 

 

 

세월은 간다.

코로나로 지나가는 세월 안타깝지만 붙들 수 있는 세월이 있으랴.

배신하는 사람도 있고 가슴 여미게 챙겨 주는 사람도 있다.

정치와 이념은 토닥거리지만 세상 사는 사람들의 온정은 작은 것을 내밀며

큰 위안을 받아 살아가는 것이라 본다.

벌써 돌아가신 할머니의 친구 할머니의 마지막 방문과 남긴 말이 가슴 여미게 한다

 

우리 애가 바쁘다 하니 내 마지막으로 부탁하니 목욕탕 한번 태워 주시겠나.”

 

 

기꺼이 태워 드렸고 마다하는 나에게 잔돈은 나중에 달라며 5만원을 주셨다

참 할머니에게도 잘 하더만......”

그게 마지막 말씀이었다. 목욕탕에서 쓰러지셨고 그렇게 돌아가셨다.

나는 남은 돈을 돌려 드릴 수 없었지만 그 자식들에게 돌려줄 가치가 없어

절에 가서 영면을 빌어 드렸다.

 

 

그 할머니는 냄새난다는 식구들 때문에 그렇게 목욕탕을 다녔던 것이다.

 

우리는.?

 

 

 

 

 

 

┃꼬릿글 쓰기
虛堂人 |  2020-04-18 오후 10:34: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옛시가 생각나네요...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못이뤄 하노라...
콜나든 좌파든 우파든 그저 지나가는 유행병일진데...
왜 그리 아웅다웅 지지고 볶았는지...
세상에 진실도 진리도 실종된지 오래이건만....

노인공경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추천합니다.  
팔공선달 ........먼저 선구자적 민주주의 투쟁의 길을 걸었건만 나이와 경험이 쌓이며 신중해지려니 수구골통이라네요. 수정 보완 된 가치관을 전할 길 없네요. ㅇㅇ
⊙신인 |  2020-04-19 오전 10:04: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달님의 글은 구수하고 읽기 편한 매력이 있어요!!
일상을 담담하게 써내려가시는 필력도~^^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팔공선달 신인님의 매력도 만만찮으니 마음 껏 발휘하여 소통 마니 나누시길 ...^^
번개불 |  2020-04-21 오후 12:21:1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가슴 여미게 챙겨 주는 사람"......
아!....참말로 기가 막힌 표현입니다....
그랬던 그녀는 지금, 어디에......*^^*  
팔공선달 ^^
즐벳 |  2020-04-21 오후 4:43: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찌나 그러케...저도제모습과 지난날이 글을 읽으면서도 생각이 까마득 해집니다...  
팔공선달 먼 훗날 같은 미래가 어느 듯 손에 낀 장갑처럼 둘러 쓴 모자처럼 나와 함께 하네요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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