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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력 수담만필手談漫筆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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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열과 친구
2008-12-29 오후 8:31 조회 2350추천 12   프린트스크랩

 

일상에서의 취미는 약방의 감초 같아 정말 좋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취미활동은 따분하기 쉬운 일상의 기분을 바꿀 수도 있고, 잃어가는 생기를 새로이 충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취미란 게 없다면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무미건조할 것이며 또 얼마나 답답할까?

새로운 재미를 통해 구겨진 기분을 펴 가는 것, 어지러운 심기를 새롭게 가다듬는 것, 끊어내야 할 생각은 끊어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심어가는 것도 모두다 취미활동으로 얻어지는 소중한 것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게 잘되지 않는 것 같다. 취미가 좋은 거라면 그대로 좋아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나에게는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이 더 많은 것 같아 씁쓸해 할 때가 많다, 그것도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는 별일 없는데 상대가 있는 것이 문제다.

내 취미 중에는 바둑이란 게 있다. 이놈만 붙들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비교될 게 없는 재미도 재미지만 노인성 치매예방에 좋다고 해서 더 좋아한다. 마치 전장에서 병법을 구사하는 듯한 머리싸움이 재미를 부추긴다. 그러나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다. 장점 못지않게 단점 또한 지독하다. 우선 스트레스다. 소위 죽여주는 재미에 비례하는 스트레스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바둑을 얼마나 좋아 했으면, 그 지독한 스트레스조차 감수하고 있다. 그야말로 울면서 겨자 먹는 꼴이다. 그런데 재미있어 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어디 말이 되는 일인가? 그래서 스트레스를 뛰어 넘는 법을 찾는 것이 열을 잘 받는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건 아니야, 말도 안돼. 이때 이렇게 하지 않고 이걸 따내면 그만인데, 이때 이렇게 할 이유가 없지 뭐.”

일전에 친구와 바둑을 두다가 넓은 공지(空地)를 두고도 번번이 남의 집에 뛰어들어 귀살이를 하는 바람에 소위 열을 받기 시작했고, 핏줄이 굵어질수록 뭔가 본때를 보여주려다가 무리수 때문에 바둑이 꼬여, 뭘 보여 주기는커녕 오히려 몰리다가 양단수에 걸려, 결국 판이 끝나게 되자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이었다.

얼마나 약이 올랐으면 물리자고 정중히 부탁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스로 안타까워 한 독백도 아니며, 정황 설명도 아니었다.

오히려 “여기서의 응수는 이렇게 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인데, 물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는 식의 따지는 꼴이 되고 말았으니,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이쯤 되면 바둑을 둔 게 아니고 열을 둔 꼴이 되었다.

열이란 받기만 하면 냉철한 판단이 흐려지고, 실수가 잦아 바둑이 몰리면서 열을 더 받게 된다. 냉철한 상태에서도 어려운 판에 후끈 더워진 머리로는 될 턱이 없다.

뿐만 아니다. 이 정도면 얼굴은 물론 호흡까지 달아올라 이렇게 몇 시간 보내는 날이면 영락없이 몸은 피로를 지나 아프기까지 한다. 심할 때는 신진대사를 억제시키고 몸에 해로운 물질까지 분비시킨다니 스트레스는 정말 무서운 것인가 보다. 그러나 재미로 두는 것이고 보면 안 두면 그만이지만 사람 사는 맛이 또 이런 것이려니 하니 결코 심각한 건 아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도 아닌 것 같다.  

누구든 상대가 있으면 마음의 흐름에 초연하기 어렵고, 더구나 허둥대다가 스스로 한심한 짓을 할 때는 스트레스의 정점에 이르게 된다.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뿐 원천적으로 스트레스를 피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든지 마음이 그곳에 있는 한, 머리는 그게 아닌데도 가슴엔 은근히 불이 지펴져서는, 겉으로는 허허대지만 속은 까맣게 태우고 있단다. 이러한 내 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했는지, 약 올리던 친구가 순순히 바둑을 물려주면서 하는 얘기가 뜻밖에도 나를 혼돈에서 깨어나게 했다.  

“지금 자네 속이 까맣게 탔겠지. 엊그제는 내 속이 그렇게 탔었네. 우리가 아무리 열을 좀 받아야 재미있다고는 해도 결코 이런 건 아닐세.

내 어릴 적 은퇴하신 아버님이 친한 친구 분과 장기를 두시다가 한 수 물리는 것 때문에 나중에는 고성이 오가는 싸움판(?)이 되어 왕래까지 끊던 일을 보고 어른들이 어찌하여 그만한 일도 삭이질 못하실까 하고 의아해 했는데 지금 우리가 그렇게 되었네. 물론 바둑이 끝나면 먹은 나이들이 있어 모두를 원상으로 돌려놓겠지만 적어도 천명(天命)을 알고 이순(耳順)할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꼴들이지….”  

“….”  

“열이 오를 때 열에 쌓여 자신을 태우기보다 그 열을 옆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틔우면 평상심의 인자와 불에 타는 인자를 볼 수 있을 꺼야.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도사가 따로 있겠나. 또 잘만하면 열받는 과정에서 볼 수 있을 수도 있으니, 세속의 재미로 마음 한 번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잖은가? 또 보지 못하면 어떤가, 본다는 마음만으로도 열은 받지 않을 테니까. ”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전차에 받힌 그런 기분이었다.

이렇듯 내가 놀랐던 것은 친구의 마음이다. 이재(理財)나 인간관계 등 특히 세상살이 쪽에 다재다능한 비교적 형이하학적(形而下學的)이었던 친구가 이렇게 놀라운 사색과 고민을 언제부터 이처럼 다듬어 왔느냐는 것이었다.  

좋은 바둑이 지독한 스트레스를 주지만 그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면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지 알기 어렵지만, 다만 좋고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것을 보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친구야, 어쨌든 고맙네, 나를 미망에서 깨어나게 해준 것도 고맙지만 열받는 바둑 때문에 오늘 내 친구를 하나 얻게 된 것이 더 고맙다네. 친구가 무엇인가. 외로울 때 동행해 주고, 길이 아닐 때 채근해주며, 정신을 잃고 있을 때 그 미망을 깨워주는 게 바로 친구가 아닌가?  

친구야 정말로 고맙네.” 

 

-끝-

   


┃꼬릿글 쓰기
고기뀐지 |  2008-12-29 오후 8:40: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또 한분 오셨네...  
팔공선달 요즘 경기가 경기니만큼 뀐지님하고 같이...^^* 어서오이소. 방갑심데이.~
고기뀐지 ^^ **
월력 반갑습니다.
달선공팔 |  2008-12-29 오후 8:52:4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새로운 작가님이...

월력님 어서오세욤^^  
월력 감사합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얘기 나누었으면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달선공팔 저가 부탁드려야죠^^
월력 하여간 고맙습니다.
달선공팔 |  2008-12-29 오후 8:57: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렇듯 내가 놀랐던 것은 친구의 마음이다. 이재(理財)나 인간관계 등 특히 세상살이 쪽에 다재다능한 비교적 형이하학적(形而下學的)이었던 친구가 이렇게 놀라운 사색과 고민을 언제부터 이처럼 다듬어 왔느냐는 것이었다. >

우리는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도 너무도 모르는 부분이 많을지도...

 
월력 옳으신 말씀입니다. 예컨데 우리가 살아오면서 지은죄만 생각해보아도 알수있을 것입니다. 죽는다해도 누구에게도 얘기할수없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더구나 하나님의 율법으로는 더 ... 바로 이게 인간의 숙명적인 모습일진데 어찌 가족인들 알 수있겠습니까?
돌부처쎈돌 |  2008-12-29 오후 10:02:0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일체유심조의 심정으로 환영합니다^^!
월력님^^  
월력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지내길 바랍니다.
멀리보며 |  2008-12-29 오후 11:05: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월력님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월력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선비만석 |  2008-12-29 오후 11:07: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나작 입성을 환영합니다.~~~~좋은글 많이 쓰세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짝짝짝  
월력 졸필,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youngpan |  2008-12-29 오후 11:47: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일체유심죠..ㅎ 제일 좋은 수죠..  
월력 그렇습니다. 제일 좋은 숩니다.
저격병 |  2008-12-30 오전 12:01: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반갑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친구라는 것은 모래를 한줌 쥐었을 때, 다 흘러내리고 손바닥 안에 남아있는 몇개의 모래알이랑 비슷하다고...
계속해서 붙잡지 않으면 모두 흘러내려서 다른 모래알과 구별되지 않는...  
월력 고맙습니다. 친구는 참으로 소중하지요. 몇개가 아니라 한알만 있어도 행복한 분입니다.
才英사랑 |  2008-12-30 오전 12:23: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안녕하세요^^
원래 제가 첨 점방여시는 분들께 댓글 1등을 잘하는데..
아쉽네요 ㅡ.ㅜ
일단 추천은 드리고요^^

근데 월력님~!
저만 그런지 글씨가 작고 흐려서
읽기가 힘이 드네요.
 
저격병 이하동문 ^^
월력 낯설고 서툴러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배워서 고쳐보겠습니다.
才英사랑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월력 재영사랑님도 하나님가호 있으시길 빕니다.
당근돼지 |  2008-12-30 오전 8:45: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나작에 입성하심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월력 감사합니다. 살림이 서툽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저니 |  2008-12-30 오후 5:02:0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처음 뵙겠습니다. 점방 주인이 되셨군요. 건필하시고 자주 뵙기를 소망합니다.  
才英사랑 저니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월력 고맙습니다. 자주 왕래하시길 바랍니다.
별天地 |  2009-01-01 오전 8:48: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세상에서 가장 힘든일이란 열 받기전 마음을
가라 앉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글이 잘 통하는 ,,
앞으로 많은 활약 부탁합니다 ~  
월력 졸필도 잘 통한다는 격려 고맙습니다.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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