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시인이 멋지게 홍대거리를 지날 때
나는 막대사탕을 빨며 변두리에서
어느 낯선 여자의 꽁무니를 따라가고 있었는지 모르지
시인이 철학교수와 암스테르담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때
나는 음침한 골목 슬라브 담벼락에 세워둔 트럭 뒤에서
애인과 벽치기를 하고 있었는지 모르지
홍대거리나 변두리나 암스테르담이나 슬라브담이나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시간들을
디지털 시계로 본 것인지
벽장시계의 쾌종소리로 들은 것인지
여전히 불투명하기는 해
어이, 시인이어, 내게 시달리느라 그동안 수고 많았어
한참을 멋진 당신의 뒤를 미행하다 싫증이 나 관두기로....
점잖게 나를 꾸짖어도 이제 당신을 모른다
시인이 삐까번쩍한 홍대 거리를 계속 지나든
흐린 주점에 앉아 있든 말든 그 사이에
나는 낙서나 끄적이며 잘 놀고 있으니까,
낮이면 돌담길에서 자전거나 오토바일 타다가
밤이면 허름한 대폿집에서 한 잔 마시기도
조용한 찻집에서 마음 탁 놓고 구닥다리 추억의 팝이나
유행가 가락에 젖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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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youngpan
팔공선달
이끼그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