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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의 비밀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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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력 수담만필手談漫筆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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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의 비밀
2009-11-26 오전 1:07 조회 5323추천 11   프린트스크랩

 

 영월에는 산성들이 많다. 내륙 깊숙이 자리한 산골고을에 무려 4곳에나 있다.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갈라섰지만, 당시에는 6곳이나 되었다고 한다. 영월읍의 정양산성, 태화산성, 완택산성과 하동면의 대야산성, 그리고 단양의 온달성과 정선의 고성들이 그것이라 했다.

 있는 곳보다는 없는 곳이 더 많고, 또 있어보았자 한두 곳이 고작인데, 4곳이나 되는 이곳 주민들은 얼마나 많은 전화(戰禍)를 겪었을까 싶다. 산성이란 본래, 전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월은 아니라고 한다. 영월의 의미부터 알아보라 했다.

 한반도의 중심, 내륙 깊은 곳에 있었기에, 왜적의 침입을 제외하고는 전쟁의 피해가 거의 없었고, 또 임산자원이 풍부한데다, 풍년도, 흉년도 아닌 고른 농사로, 늘 편안하게 지낸다 하여 영월(寧越)이라 했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이런 명당이 어디 또 있을까 싶다.

 백제관할이었을 때에는 거민이 백호를 넘겼다고 해서 백월(百越)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고구려 때에는 어찌내(奈) 살생자(生)를 써서 내생(奈生)이 되었고, 또 통일신라 때에는 내성(奈城)으로 바뀌었다가 고려 때 와서야 비로소 영월(寧越)이 되었다는데,

 이렇게 문패를 바꾸어 단 내력으로 보면, 영월이라는 이름이 과연 어울릴까 싶기도 하지만, 그러나, 언어와 풍습이 같은 동족간의 땅빼앗기였다면, 주인이 누구이듯 땅은 늘 그곳에 있듯이, 주민의 생업에는 별 지장이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영월의 진정한 이름값은, 삼국의통일로, 뺐고 빼앗기는 전쟁이 끝나, 산성들이 할 일을 잃었을 때, 고진(苦盡)은 가고, 감래(甘來)만 남았을 바로 그때가 아닌가 싶기만 하다.

 백월일 때에는 번영의 시작인 듯 했으나, 내생일 때부터 살아갈 일을 걱정한 것 같기도 했고, 내성일 때에는 한으로 성을 쌓았든, 또 성에 한이 쌓였든, 모두가 다 고진의 역사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마지막에 단 영월만은, 와신상담하는 마음으로 진정 이름값을 하자고 스스로 가꾸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다짐이 아니었을까 싶기만 하다.

 어쨌거나, 동강과 서강이 합수하여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을 경계로, 고구려, 백제, 신라가 대치한 그 중심에 영월이 있었다면(지금도 9개의 시군과 경계선을 긋고 산다.)

 그간 많은 고난을 이기고 여기까지 오도록 지켜준 지역정서와 그 뿌리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세상이 버렸는데도, 죽음을 각오하고, 도리를 좇아 임금의 주검을 수습 해준 의로운 충직은 어디서 왔으며, 이곳과는 무관했던 사람이 굳이 이곳을 찾아와 살면서 예향의 향기를 뿌리게 한, 한 방랑시인을 이곳으로 불러온 매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전화가 잦았다면, 그들의 피 속에 이를 견딜 수 있는 끈기가 스며있었을 것이고, 이름처럼 편안히 여기까지 왔다면, 평화가 길러내는 너그러움이 또한, 이들의 마음속에 피어나지는 않았을까? 

 결코 꺾이지 않았든 끈기는 인내심을 길러주었을 것이고, 너그러움은 은둔자의 그것처럼 웅지를 몰래 가슴속에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화를 입을 때에는 운명으로, 또 자족하며 살 때에는 평화를 묵묵히 지켜 온 그 침묵의 의지가, 바로 오늘의 영월로 연단된 힘이 되었고, 그것이 또 지역의정서로 거듭 태어난 것은 아닐까 싶기만 하다.

 영월이 충절의 고장이요, 낭만과 해학의 향기가 흐르는 예향으로 불리고는 있으나, 은둔의 세월을 청산한 지금의 영월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포효 하듯, 힘찬 기세를 느끼게도 한다.

 이제는 충절과 예향보다 자연과 역사를 통해 주민이 가꾸어내는 영월의 개성이 훨씬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역사와 별마로천문대가, 동강과 시와 별이 흐르는 영월을 만들기도 하고, 대 도시에나 있을법한 박물관이, 이 산골 고을에 16개나 있다니 누가 얼른 수긍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모두 살아있는 역사이고 보면, 이것이 바로 영월의 개성이요, 저력이 아닐까 싶다.

 그곳에는 조선시대의 민화가 살아있고, 17세기에 한반도를 걸어서 누볐다는 김정호의 숨결도 보이는데, 이 한반도가 시대를 건너뛰어 옹정리 서강 변에 거대한 실물로 다시 태어난 것은, 영월을 가장 영월답게 가꾸려는 지역민들의 충정의 발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곳에서 살았든 희귀한 생물들이 화석으로 살아있는가 하면, 고대로 부터 이어온 우리민족의 다(茶) 문화도 이들의 찻잔 속에서 온전히 보존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한반도도 비좁다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세계의 석학들을 비롯한 일천여 명이 모여, 단종대왕의 영정 앞에서 치른, 세계 국립대학총장들의 문화예술에 관한 교육 심포지움이, 뻗어나는 영월의 힘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숱한 전화 속에서도 비교적 편안하게 지내왔다는 산골 고을이고 보면, 오늘의 영월은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길고 긴 은둔의 세월 속에 묻어둔 영월의 동력을, 이렇듯 무서운 힘으로 일깨워놓은 것은, 지역민들의 인내와, 웅지가 서려있던 이곳, 산성에서부터 시작 된 것은 아닐까?

 아득한 옛날, 도 지방과 시절, 이곳에 출장 왔을 때, 아무 힘없든 말단직원에게도 영월을 기억해 달라며 현안사업들의 필요성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던 군수님의 그 열정이, 과연 무엇 때문이었고 또 어디서 시작 되었는지를, 이제 와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 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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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  2009-11-27 오전 10:46: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올만에 오셨네요..^^ 건강하시져? 즐감하고 갑니다 .  
팔공선달 근데 어째 이글이 제 아래 있는감?
AKARI 운명?이예요..ㅋㅋ
월력 선달님, 여전하시네요. 반갑습니다.
죽시사 |  2009-11-27 오후 12:50: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물을 너무 좋아 하는 저로서는 우리 나라를 여행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살고 싶었던 고장이기도 합니다.....문명이 자연을 위협하는 세대에 가장 비싼 자연을 소유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월력 반갑습니다. 우리나라는 영월뿐만이 아니라 곳곳마다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캐어내야 한다고 봅니다. 그냥지나면 영원히 묻치고 말것입니다.
AKARI |  2009-11-28 오전 10:07: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한번씩 오셔서 잊지 않고 귀한 글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덕분에 영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월력 반갑습니다. 우리나라는 영월뿐만이 아니라 곳곳마다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캐어내야 한다고 봅니다. 그냥지나면 영원히 묻치고 말것입니다.
당근돼지 |  2009-11-29 오전 8:56: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랜만에 뵙네요......자주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길 기대하면서  
월력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끼그늘 |  2009-12-01 오후 7:18: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랜만이시네요. ^^
영월군수님이 월력님꼐 탁주한잔 대접하셔야... ^^  
월력 오랜만입니다. 어째 좀 서먹서먹하네요. ^^^
유프라테 |  2009-12-02 오전 1:53: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영월~!! 멋진곳...
산성은 밟지 못했는데...좋은 글 감사합니다..~  
월력 졸필이지만 잘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월력 졸필이지만 잘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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