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 돌들의 인연을 그려본다.

기리에 미천하여 그 효율성을 논하기는 언감생심이라 그저 봉사 코끼리 더듬기 식으로 한번쯤 더듬어 보기로 생각한지 오래지만 바둑 이야기는 광장에서 하는 것이 원래의 패턴인데 광장에서 경망 떨다가 자숙하기로(일년)하여 여기서 산사의 공백을 이용하여 다루어 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흑백 논리가 바둑에서 비롯되었는지 아니면 바둑의 오묘한 이치를 단순 비교에 오용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절대 단순한 기능으로 바둑을 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청선생의 글이나 여타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서도 나타나지만 오래전부터 바둑은 도와 예를 중시 하지만 그 승패에 초연한 적도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도. 예. 승패에 관계없이 즐길 줄 아는 이를 진정 도인이라 제쳐두고 작금의 바둑은 기능인의 능력 위주로 가고 있음은 사실이리라. 그러나 내가 바둑으로 찾는 것은 문득 인연의 연속이라는 의외의 느낌에서 비롯되어 바둑을 두는 관점이나 상대를 보는 관점이 확실하게 달라졌으며 나름의 즐기는 바둑 그러니까 내 돌들의 움직임과 처세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문득 생로병사 희로애락을 바둑에서 느낀 것이다.

인생이 나 아닌 것과의 인연의 연속이라 볼 때

상대와의 부딪침은 불가분의 일이고 때로는 생이별을 때로는 기사회생 하여 감격의 재회도 하고 때로는 적과의 동침도 해야 할 것이며 생존을 위해 팔다리를 잘라내는 일도 있을 것이며 영생을 위해 죽으러 가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이모두가 바둑과 삶 그 인연들의 모습이다

바둑과 인생의 차이라면 나는 계가 즉 승부 확인을 하고 못하는 것으로 본다.

우리가 바둑을 둔다면 신도 바둑을 둔다고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점의 돌 일 것이고 우리의 인생은 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행마로 목적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고 우리는 이를 인연 혹은 악연으로 구분하지만 아마도 필연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고 보고 여기에 우리 즉 돌의 의사가 반영될까. 아니겠지만 뭐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바둑을 알고 바둑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여러 유형의 이론과 경험들이 있겠지만 선달이는 바둑 두는 사람은 곧 신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의 인생이 인연이 단 한판의 바둑으로 기억되지만 실은 신의 입장에서는 무한정의 판수를 두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기억을 못하는 것이고 그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우리는 삶의 바둑에서 한 점의 돌 일뿐이니 대세관은 모를 수밖에 없고 오직 가시적인 인연들과의 이해관계를 아는 것조차 힘들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수없이 쓸어 담고 다시 두고 하는 바둑을 그저 놀이로만 볼 수가 있겠는가.

나의 의사대로 돌 하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죽였다 살렸다 하며 장래를 점지하고 혹여 환경이 변하거나 마음이 동하면 계획도 수정하고 내 뜻대로 따랐지만 필요에 따라 버리기도 하고 그런 뜻으로 써먹기도 하는 것 이게 신이 아니고 뭐겠는가.

그래서 감히 바둑을 두는 사람을 신이라 보는 것이고 내가 바둑을 둘 때는 신이 되어 보는 것이다 뭐 누가 나무랄 것도 없으며 눈치 볼 것도 불손할 것도 없으니 어쩌면 바둑을 더욱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나만의 즐거움을 글로써 나누는 이 순간 이후로 나의 생각은 또 다른 생각들과의 부딪침을 감수해야하고 내 생각의 무게가 다루어 질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글이란 것이 그런 것 아닌가.

세상사 인연을 풀어감에 혼란이 있을 때 나는 바둑을 두고 내 인연(돌)과의 관계를 승패를 떠나 그 과정을 음미하면서 간혹 아~! 하고 뭔가를 느끼면 내가 바둑을 알게 되었다는데 너무 감사하고 오늘도 바둑을 두고 두는 사람들 옆을 기웃거리고 그리고 바둑 이야기를 하고 싶고 듣고 싶어 오로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컴이 고장이라 연휴 이틀을 기다렸다 지금 시험적으로 한줄 횡설수설 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