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貨가 良貨를 驅逐한다. - T.Gresham

서두에 장황한 듯 설명했지만 사실 고등 학교 다닐 때 배운 경제 상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법칙이 비단 금속 본위 시절 금화, 은화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똑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예전 직장 생활 하였을 때의 계열사 직원들과 연수를 하며 들은 말을 각색한다.

동종의 물품을 만드는 갑, 을, 병 세 개의 회사가 있었다. 그 중 갑사는 업계에서 가장 오랜 전통도 있을 뿐 더러 만드는 제품 또한 최고 품질을 자랑했다. 그리고 을사는 거대 자본의 모기업을 등에 업고 새로 진출한 회사였다. 그리고 병사는 그 생산 물품의 국내 최대 수요 기업의 계열사로 만들어진 회사였다.

그리고 그 세 개의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의 질은 갑사는 소위 A급이 80%, B급이 15%, C급이 5% 정도의 비율이었고, 을사는 그 비율이 50 : 25 : 25 정도, 병사는 갑사와는 반대로 5 : 15 : 80 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생산 원가가 갑이 100이라면 을은 90, 병은 80정도로 갑사가 제일 많이 든다고 한다. 그 원인은 기술 인력의 질적 차이에 따른 노임의 차 (고급 인력이니 당연히 노임이 많을 수 밖에) 에서도 발생하지만, 특히 거대 장치 산업으로서 고급 설비에 따른 금융 비용의 차에서 발생 한단다. 그 결과 갑사는 수출 시장에서, 그리고 국내의 고급 시장에서는 최고로 인정 받았다. 물론 병사는 수출은 꿈도 못 꿨고.

여기서 갑사의 고민이 생겼다. 원래 가지고 있던 국내 시장을 다 빼앗기다 시피 했기 때문이다. 갑사는 100원, 을사는 90원, 병사는 80원을 받으면 타산이 맞는 구조인데, 병사가 90원으로 판매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의 돈은 병사가 다 벌고 을사는 겨우 타산을 맞췄으며, 갑사는 출혈일 수 밖에.

그런데 그 생산 물품이 직접 소비재가 아닌 생산재의 핵심이요, 국가의 중추적인 산업 물품이다 보니, 또 국제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각국 모두 자국 산업 보호 목록 1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 물품의 수출길이 제일 먼저 닫혀 버렸다.

그리고 결국 원가는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갑사는 부도가 나 버렸다. 해외 시장에서의 싸움도 자금을 당시 평균 연리 18%로 조달하던 갑사와, 갑사와 함께 당시 업계 세계 1위를 다투던, 정부 정책 금리로 연리 1%로 조달하는 일본 경쟁사와의 경쟁은 이미 경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회사의 부도는 국가적으로도 심대한 타격이었다. 사실 그 회사의 부도 원인의 핵심은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소비자의 행태에서 비롯 된 것이다. 소비자들이 오직 하나 가격만을 보았을 뿐 제품 속에 감추어진 품질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제품은 중간 생산재였던 관계로 엄밀히 보면 완성품을 만드는 중간 소비자가 최종 수요자에게 제품의 질을 속였다 할 수 있다. A급을 쓰나 C급을 쓰나 완성재의 품질이 당장 그 차이를 들어 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종 소비재의 내구성에 차이가 발생하는 등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품의 차이가 발생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최종 소비자가 그런 걸 따지는 사람이 없으니, 만들어 파는데엔 중간 원료로 어느 것을 쓰던 상관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저급을 싼 값에 사용하고, 가격을 조금 내리면 더 잘 팔리고 이윤 또한 더 많으니, 당연히 저급을 쓸 수 밖에. 후일 소비자가 보는 피해야 먼 훗날(적어도 몇년) 얘기요, 자기와는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위의 법칙 <惡貨가 良貨를 驅逐한다.> 대로 된 것이다.

또 하나 원인의 핵심은 국가에서 보호해야할 산업임에도 국가에서 보호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만 해도 어떠한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정책 금리로 지원을 하고 있건만, 우리는 정치인들의 싸움 탓에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다니다 부도가 나고 해고를 당하게 되면 경영자를 비난하고 소유주를 비난하기 마련이다. 그게 인지상정 아닌가. 지금의 쌍용사태를 보라. 세상 어느 회사에서 부도가 난 후 해고 당한 근로자가 소유주 안됐다고 생각하는 회사 본 적 있는가? 들어본 적 있는가?

그 회사는 사실 박정희가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회사란다. 박정희가 <국가에 꼭 필요한 것이니 돈이 많은 네가 만들어 달라.>고  했단다. 당시 재계 서열은 10위 안팎이었으나 자금력은 현대 삼성보다 좋았단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의 진출을 포기하고 진심으로 국가를 위하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회사란다. 돈을 버는 족족 다 투자한 회사였다.

사실 국가의 지원 없이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것은 천치나 할 짓이었다. 생각해 보라 국가의 지원이 없이 포철이 가능했겠나. 원래 장치 산업은 그런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지원을 한푼도 못받고 쓰러졌다.

솔직히 쓰러지던 날 직원들, ‘그러면 나 해고 되는것 아냐?’가 생각의 서두가 아니라 ‘그럼 우리 회장님은?’ 이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라서가 아니라 진짜로 보호해야 할 회사가 부도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정치인, 명목은 왜 정경 유착 하느냐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를 비난한다. 겉만 보고 진짜 속을 못 본 것인지 안 본 것인지 단지 그의 머리는 정쟁과 정권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자가 바로 그자다.

지금 여기 오로에서도 그런 것 같다. 일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꾸준히 이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익명이라고 대놓고 막말을 한다.

마음 약한 사람은 그걸 참고 볼 수 없으니 <그래, 내가 떠나고 말지. 저런자와 댓거리 하면 내 입만 더러워지지...>하고 떠난다. 나는 아무리 훌륭한 논리와 글재로 뛰어난 글을 쓰는 자일지라도, 아무 이유 없이 설명 없이 욕설부터 퍼붓는 자는 재사라고 인정할 지 언정 양화는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늘 그런 악화가 설쳐대는 듯히여 아쉽기만하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한번 뒤돌아 보아 <나는 악화인가 양화인가>를 곱씹어 보지만, 적어도 오로에 들어오는, 광장이나 나작에 들어오는 모든 분들이, 양화는 되지 못할 지라도 적어도 악화는 되지 말자는 스스로의 다짐을 한번씩 이나마 해 보면 어떨까 한다.

에휴, 오늘도 제목만 딱 정하고 글을 쓰다 보니 산으로 강으로 마구 달린 듯 합니다. 그리고 아래 글은 꽁꽁수 님에 대한, 저의 곡해에 대한 사과의 글입니다.

제가 어제 올린 글에 언급한 세 번째 항목에 대하여 말씀드립니다. 꽁꽁수님께서 좋은 뜻으로 복선을 깔고 언급하신게 아닌데도 제가 그 뜻을 몰라 보고 괜한 오해와 넘겨 집기를 했습니다. 글로 먼저 사과 드리며 만일 또 만날 기회가 된다면 술 한잔 올리며 정식으로 사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