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이  벌어지면 확전되기 일쑤요, 평화로울 땐 따분할 정도로 한없이 고요하니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시끄러움 보다 그 따분함을 견디지 못하는 듯하다. 평화는 짧고 갈등은 길었던 역사가 그 걸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글쓰기 조차 그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나작에 들어온 후 지난주까지 기술적으로 글을 올리기 어려운 일요일 빼곤 거의 매일 한편씩 글을 올렸었는데, 또 어떨 땐 쓰고 싶은 주제가 서너개씩 겹쳐 어느걸 올릴까 고민했었는데, 지난 토요일 부터 세가지 원인으로 도저히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첫째는 <평등과 균등> 이란 제하에서 글을 쓰려고 했다. 사실 그 주제가 너무 큰지라 몇 편으로 나눠 쓸까, 한편으로 간략히 쓸까 하고 생각하다가, 일단 조금 길더라도 한편으로 줄이자고 생각하고 쓰다 보니, 그 길이가 너무 길어지더니 급기야는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데, 저절로 사상 문제로 빠져들고 말았다.

왜냐하면 평등과 균등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상대적 개념인 자유 역시 건드릴 수 밖에 없는데, 자유, 평등, 균등이 곧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의 근본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런 얘기 해 봐야 공허한 소리 밖에 더 되겠나. 또 메아리가 울리고 논쟁을 해 봐야 또 뭐하겠나. 그리고 말이 논쟁이지 싸움 밖엔 더 되겠나. 그래서 쓰다가 중지하고, 새로 쓰기 시작했다. 교육에 관한 문제에 국한하기로...

그런데 그 문제에 국한 했음에도, 보니 또한 예민한 전교조 문제가, 3불 정책에 관한 얘기가 나올 수 밖에. 그 또한 가치관 문제를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내가 먼저 분란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마음 속의 다짐과 어긋나는 일이라, 또 다시 새로운 관점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술에 술탄건지 물에 물탄건지 도무지 헷갈리는 밍밍한 글로, 내가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도통... 정말 글도 아닌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둘째는 <평등과 균등>이란 제하의 글쓰기를 일단 포기 하던 차에 반짝하고 이것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아무리 내가 잘 알고 확실한 내용일지라도 근거를 제시한다든지, 어떤 수치를 제공 할 때 또 왠만한 내용은 일단 확인하는 습성이 있다.

단순히 말을 하는 것도 그럴진대 하물며 눈에 보이게 남아 있는 글이라면 더더욱 잘못된, 틀린 것을 인용하고 제시하면 안되지 않겠나. 하여 이번에도 한 가지를 확인하려고 인터넷에 접속, 그런데 네이버 초기 화면에서 그만 다른 것이 눈에 띄어 그 걸 먼저 보느라 잠시 한눈을 팔고 그 다른 것에 대한 생각을 좀 했다.

그런데 왠걸, 애초에 내가 뭘 쓰려고 했는지 그 걸 잊어 버렸다. 아 꼭 쓰고픈 얘기였는데 그게 뭐였지? 사실 이럴 때가 가끔은 있었지만 그래도 금새 다시 생각나 별 문제가 없었었는데, 이번엔 생각을 해도 해도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진짜 노망의 시작인가?

세째는 난 근본적으로 어떤 생각에 빠지면 어느 정도 내게, 그에 대한 해답을 줄 때까지 그 생각을 지속한다. 어떨 때는 그 한 생각이 몇 달을 지속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약간 나를 혼란에 빠트린 일이 생겼다.

지난 광장 오프 모임에 참석한 후 어떤이가 그 때 본 사람들의 면면을 평가한 글을 올렸는데, 물론 그 글 그냥 무시해 버리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불행히도 내가 그 글을 읽었고, 그 글 속에 그 때 참석한 십 수명의 인물 평가가 있었는데 그 중 내가 첫번째로 평가를 받는 영광(?)을 누렸지만, 그 간의 사이버상의 만남과 대화, 상대에 대한 기본 인식, 그리고 오프때의 나와의 아주 짧지만(약 30초) 명확했던 대화로 미뤄 보아 그걸 그냥 받아 들이기엔 너무 찜찜한 구석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오로에 들어와서 또 광장 글을 읽으며 받은 즐거움 못지 않게 내게 해악을 끼치는 점이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그렇게 변하는 나 자신이 슬프다.

그 글 내용이 <천원 정석님 글보다 얼굴이 너무 선하다 ..어찌 그렇게 선한 얼굴에서 그리 매서운 글이 나오는지 ...>

더구나 그 글의 제목이 <탈>이다. 글의 흐름이 속과 다른 탈을 쓴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는 글이다.

그 글을 앞 뒤 아무것도, 제목도 생각하지 않고 해석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까지는 마음 한구석이 뭔가 찜찜한 걸로 막힌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이렇듯 세가지 요인이 결합해서 생각의 머리를 꽉 막고 있는 느낌이다. 도무지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다른 이의 글을 읽으면, 불쑥 솟던 생각도 사라져 버렸다.

며칠 전만 해도 생각의 관성, 글쓰는 관성이 지배하더니, 갑자기 고요의 관성이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설마 이대로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여하튼 지금의 내 머릿 속은 꽉 막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상태이다. 지금 이글을 쓰는 것도 그러한 머릿속을 뚫어 보고픈 심정 때문이다.

추가 : 이미 작성해서 많은 분들이 본 이 글을 없앨 수는 없고요, 댓글과 함께 본문 밑에 글 내용의 정정과 사과문을 함께 올립니다.

아래 글 쓴 분의 댓글로 세번째 문제는 제가 많이 모자라 오해하고 곡해했던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그 글을 쓰신 분께 사죄드립니다.  좋은 뜻으로 쓰신 것에, 괜한 오해와 넘겨 집기를 했습니다. 글로 먼저 사과 드리며 만일 또 만날 기회가 된다면 술 한잔 올리며 정식으로 사과하겠습니다. 이 글 추가로 올리기 전에 글을 보신 분께는 어찌 사과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네요. 제가 머리가 풀려 다음 글을 쓴다면 이 내용을 첨언함으로써 최대한 저의 잘못으로 인한 님의 명예훼손을 바로잡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