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강원도 영월은 발전소, 탄광, 상동 중석 광업소, 이 세가지가 산업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겁니다. 농토라곤 산비탈 자갈 밭이 전부였죠. 그 외에 목재 산업이 조금 있었고요.

상류 지방에 있는 삼판에서 베어낸 원목을 뗏목으로 만들어 동강을 타고 내려오다, 기차역이 있는 영월에서 그 뗏목을 해체하고 철로로 서울까지 운송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일이 아버님 주로 하시던 일인데 그 일이 꾸준히 있는 일이 아니라, 그 나마도 &#59; 농토가 전무한 그 동네(영월 읍내) 사람들은 광산이나 발전소 직원 빼면 다들 세끼 먹기가 힘든 처지였죠.

더구나 아버님은 왜정 시절, 징용으로 끌려가 북해도 북쪽 섬(아마 지금 러시아와 일본이 다투고 있는 섬들 중 하나인 듯) 광산에서 2년간 노역하다 죽다 살아나셨다며 광산은 쳐다도 안보셨죠.

여담으로 문제 하나 낼까요? 그 때 그 시절(60년대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광부들이 광산에서 몇 년 일하고 나면 꽤 큰 목돈을 벌어 나오죠. 그러곤 힘든 일 때려치고 읍내로 나오죠. 그럼 그 돈 누구 것인 줄 아십니까? 

정답 맞추신 분은 제가 포인이 알이니 포인은 못드리고, 위를 보니 오로볼이 다섯개나(?) 있네요. 그걸 드리죠. 그런데 정답자가 없을 듯...

<누구네 집은 오늘 보리 반 섞은 이밥에 괴기 반찬 해먹데... 누구 생일인가?>조밥, 수수밥도 아닌 보리와 쌀을 반씩 섞은 그래봐야 시커먼 밥이 생일에나 먹을 수 있는 밥이죠.

또 괴기 반찬이 무얼 뜻하는지 아십니까? 요즘엔 소위 웰빙 바람으로 육류보다는 등 푸른 생선이니 뭐니하며 어류를 선호하는 세상으로 바뀌었고, 가격 또한 해산물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당시만 해도 안그랬죠.

타 지방에서 고기 반찬이라 하면 쇠고기, 돼지고기, 적어도 닭고기를 말하겠죠. 그러나 그 곳의 고기 반찬, 그 괴기는 자반 고등어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보리밥에 자반 고등어 반찬이면 생일 상에서나 볼 수 있는 최고의 상이었던 셈이죠.

저의 어머님은 카톨릭 신자입니다. 아니 믿어서 신자가 아니라 신자가 되었죠.

요즘은 카톨릭 신자가 되기 위해 세례를 받을 때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엔 그것이 무척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교리책(문답으로 나와 문답책이라고 했죠 아마) 다 외워야 하고, 이런 저런 외워야 할게 무척 많았던 모양입니다.(세례 받으려는 사람은 많았으나 실제로 받은 사람은 적었거든요) &#59;&#59;그리고 어머니는 성경까지도 거의 외다시피 할 정도였죠.

사실 어머님이 신자가 된 이유는 단 하나, 성당에서 나눠 주는 밀가루 때문이었죠. 60년 전 후, 정부에서 미국에서 원조 받은 밀가루를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배급해 줬었죠. 그리고 성당에선 그와 별개로 천주교 차원에서 외국의 교인들로 부터 모은 구호 물자를 성당에서 직접 배급을 했죠. 그러니 그 구호 물자 배급이 당연히 천주교 신자가 우선이 되었던 것이고요.

사실 어머님은 무학력이셨죠. 그러나 결혼하기 전엔 국민학교 다니는 동생들을 가르쳤을 정도였답니다. 그리고 어머님은 그 어려운 <신자 고시(?)>를 통과하셨고, 그 덕에 가끔 밀가루 한 포대를 얻어 오셨죠. 따라서 다른 집은 정부에서 주는 것이 전부인데 저희 집은 가끔이나마 성당 밀가루를 받게 되었으니, 그 만큼 더 먹을 수 있었죠. (그런 은혜를 잊지 않고 지금까지도 갚고 있는 저의 큰 형님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한 번 할 예정입니다.) 

저희 식구는 총 여섯, 동생이 아기였느니 빼면, 실제 먹는 식구는 다섯이었죠. 아침엔 선지국을 먹죠. 당시에 제일 싼게 선지였죠.(그런데 요새 선지는 그 때만 못한 듯 합니다) 선지에 시장에서 줍다시피한 배춧잎, 또는 시래기를 넣고 끓이죠. 거기에 밥 두 그릇으로 다섯 식구 아침 식사를 하죠.

점심은 건너 뛰기 일쑤고 먹어 봐야 수제비 몇 개, 또는 부침개 서너장으로 해결하고, 저녁은 언제나 손칼국수죠. 매일 오후에 밀가루 반죽하고 긴 밀대로 국수를 만드셨죠. 그것이 늘 우리 집의 저녁 메뉴였죠.

다행(?)인지 또는 그 것 밖엔 먹을게 없어 체념한 것인지는 몰라도, 식구들이 모두 그 음식을 좋아했고, 물리지도 않고 잘 먹었죠. 어릴 적 음식 기억은 어쩌다 아버지가 돈을 벌어 오신다든지 하여 약간의 여유가 있을 때, 꽁치(고등어보다 훨신 쌌었죠) 몇 마리 사다가 구이를 해주실 때, 잔가시까지 다 발라가며 한 토막으로 밥 한 그릇을 다 먹던 것과 칼국수, 그리고 선지국이 전부죠.

지금 어렵니 어쩌니 해도 그 때 그 생각을 하면 행복에 겨운 소리죠. 지금도 종종 그 시절이 생각나곤 하는데, 마침 우연이 겹치는 글을 보고 생각나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