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어떤 날인지 아십니까? 하하 별 특별한 날은 아니고, 올 수능 D-100일이랍니다. 아들 놈이 고3이라서요. 며칠전 아이가 지 엄마에게, "엄마, 8월 4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당연히 알리 없는 집 사람이 "날은 무슨 날, 그날이 보충 마지막 날이냐? 아니 보충은 수요일 까지인데..." 그러자 그 날이 D-100일인데 선물 뭐해줄거냐는 겁니다. 또 그 날 친구들이 술을 마셔야 액땜이 된다며 술 마시자고 한다네요. 그러자 집사람이 "선물 뭐해 줄까? 그래 그 날 저녁 피자 한 판 사줄께. 그리고 너도 술 마시러 갈거니?" 저는 "으이그 이것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술은...액땜할 시간에 공부나 한자 더 해라 해라..." 그러자 아들 놈은 내 말엔 대꾸도 않고, 겨우 그게 선물이냐며, 좀 더 좋은 걸로 쏘라고 한다. 사실 난 큰 애 작은 애 할 것 없이 크게 애들 걱정은 안한다. 지금까지 한번도 사고를 치고 들어오거나, 학교에서 가져오는 가정 통신란에 걱정 할 말을 본 적도 없다. 사실 어쩌면 그것이 내겐  살아오면서 집사람을 만난 것 외에 가장 큰 위안이요 살아가는 힘인지도 모른다. 술 마실 애가 술 얘길 할 리 만무 아닌가. 집사람 또한 술마실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술 마실거냐고 묻는 것도 아니다.  동아리에서 1박 2일로 연수원 갔을 때도 다음 날 들어오자 마자, 묻지도 않은 소주 두잔 마신 얘기를 하는 아이이기에, 그냥 믿어 준다. 아니 신경을 끊는다.

오늘은 지 엄마가 피자를 쏜다했으니 그걸로 때우고, 난 주말에 식구들 다 데리고 함흥냉면이나 쏴야겠다. 특히 딸내미가 특히 좋아해 자기가 쏠테니까 같이 가자고 하면, 못이기는 척 데려가서 사주곤 했었는데, 무더운 여름, 시원한 냉면 국물로 조금이나마 몸을 식혀 줘야겠다.

D-100일인데, 요즘엔 클래식에 꽂혀서, 집에만 오면 음악을 듣는단다. 뭐 공부를 시켜서 할 수 있는게 아니잖는가. 내 스스로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 봐도, 나 역시 똑같았으니. 그리고 내 부모님도 내게 공부하라 마라 한 적 없지 않은가. 늘 하시던 말씀, "지 공부 지가 하는거지..." 사실 나도 똑 같은 심경이다. 지가 알아서 해야지 어떻게 강제로 시키나. 그래도 두 애 모두 중고 6년간 사교육비 한 푼 안 들어간  그야말로 순수 독학파 아닌가. 얼마전 청소년 문학 공모전에 출품했는데 낙방이란다. 집사람이 물어본 모양이다. "야 너 낸 거 왜 아무 소식이 없냐?" "떨어졌으니 암말도 없지..." 그러면서 거의가 예고에서 휩쓸었다고 하더란다. 어제 저녁 산책하다 집사람에게 그 말을 들었다. "뭐 당연한 거야. 얘는 배워서 쓰는게 아니잖아. 실제로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한 마디로 요구하는 틀에 맞추질 못하는거지." 그러곤 "잘 할거야... " 한 마디 더 덧 붙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