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영어 이야기를 하면서 중학교 1학년 때 거의 죽도록 맞은 얘기, 제가 체력적으론 전혀아니다라는 등의 얘길 한 걸 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제가 비록 보이는 체격과 체력적으론 누구나 무시 할 만 할(?)  정도로 약골이었지만, 실은 제가 그 누구보다도 독종이란 걸 주위에선 대부분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군에서도 이유 없이 지분거리던 고참이 제게 그런 기질이 숨어 있음을 알고 부터는 이유 없이 저를 괴롭히는 일이 없어졌죠.(그런 사람에게도 총이 있잖습니까. 더구나 전 사단 최고의 저격수요 3보 전진 무의탁 사격을 5초가 아닌 3.5초에 끝내는 실력이었거든요)  다행히 저의 숨어 있는 그 기질이 아직 한번도 발현하진 않았지만요.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제가 맞은 기억은 군에 있을 때와 학교에서 단체로 얻어 맞은 것, 그리고 어머니께 한번인가 회초리 맞았고, 그리고 지금 얘기하려는 두 차례가 있네요. 군에서도 학교에서도 또 집에서도 위의 한번 빼곤, 제가 잘못해서 맞은 적은 단 한번도 없죠. 그리고 반대로 전 지금까지 살면서 제 아들 놈, 지 누나하고 치사하게 다툴 때, 죽을 때 까지 누나를 보호해야 할 놈이 그런 걸로 누나와 다투냐며 羞惡之心을 100번 쓰라는 벌과 함께 몽둥이로 몇 대 때린게 전부입니다.

군에서도 단 한 차례도 안 때렸죠. 생각나네요. 한번은 하급자 한 명이 제게 대드는 겁니다. 그 순간 동기가 철모를 벗어 후려치면서 <야 이 **야. 우린 졸병 때 1년간 안 맞으면 그 날 밤 잠을 못잤어. 그런데 정석 병장이 ‘그래도 우리는 하급자 때리지 말자’고 해서 안 때리고 너희들을 대하는데 감히 니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석 병장에게 대들어? 나한테도 한번 대들어봐..> 하며 그야말로 확실하게 패 주더라구요. 어쩌면 그가 아니었으면 저의 철모가 날아 갔을지 모르겠네요

그런 제가 고3 때의 일이네요. 친구 녀석이 그 때 무슨 장난을 치다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기억으론 수업 끝나고 청소하다가 벌어진 것 같네요. 갑자기 화를 내며 제 턱으로 한 대 날아온 거죠. 순간 저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졌는데, 웬걸요 그의 코가 눈 앞에 보이는 겁니다. 그리곤 곧 주먹이 풀어졌고, 그 친구도 더 이상은 없었죠.

원래 싸움이란 상대가 받아 줘야 이뤄지는 법 아닌가요. 그런데 상대가 한 대 맞고도 참고 있으니 싸움이 이어질 수가 없었죠.

그런 일이 있기 한 달 전 쯤 그 친구가 어떤 사고였는지 코를 크게 다친 적이 있었죠. 그 때 그 친구 데리고 병원 다닌 사람이 저였거든요.  수술 끝 날 때까지 제가 병원에 있었고, 집까지 데려다 주었었거든요. 사실 그 친구하곤 단지 고교 3년간 계속 같은 반이었던 유일한 녀석이었을 뿐,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었는데,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셨든지 저를 같이 보냈죠.

교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계속 싸웠다면 어수선 했겠지만, 욕을 하며 딱 한 대 때린 것 같은데(그 순간엔 와하고 떠들석했죠), 더 이상 소리 없이 조용하니, 오히려 교실 분위기가  썰렁해졌죠. 한 5분 쯤 후에 그 친구가 오더니 사과하더라구요. 그리곤 정말 제가 병원 데리고 다닐 정도로 친해졌죠.

삼수를 할 때(실은 대학 포기 상태일 때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 적이 있었죠.(영어 7개 맞아서 과락했단 말은 이미 드렸죠.ㅋㅋㅋ) 학원 두 달 다녔네요. 그 때 인원이 대략 4-50명 정도였고 제가 제일 어렸죠. 같이 하루에 서너 시간씩 수업을 듣다 보니 그래도 좀 친근해졌죠. 그런데 제가 20대 후반 쯤 되는 분에게 무슨 말 실수를 했었나 봅니다. 욕을 하며 또 한 대 날아 오더군요.

그 땐 맞으면서도 <아차 내 실수> 했죠. 맞았지만 바로 사과 드렸죠. 마찬가지로 분위기는 썰렁. 그런데 그 다음날 그 분이 저를 부르더니, 별 것 아닌 걸 가지고 심했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구요. 물론 그 분하곤 단 두 달의 만남이었지만, 그 일은 제게 많은 걸 가르쳐줬죠.

사람이 참을 인자(忍)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참으면 복도 온다죠? 잘못 했다고 생각하면 주저없이 사과하게 됐죠. 잘못 했으면 한 거지 뭔 핑게가 필요하겠습니까...그렇다고 역적질한 것도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아니 죽을 죄라면 죽어야죠.

직장 첫 달의 일이죠. 저의 부서의 꽃은 영업 소장, 그 중에도 지방 영업소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과의 일이 영업을 총괄 관리하고, 회사 관리본부등 타부서와 연결 되는 부서인지라 제자리 전화가 부서의 대대표 전화였죠. 그러다 보니 수 없이 많은 전화가 오죠.

그런데 그 중에 바로 지방 소장님들의 전화가 있었던 거죠. 때르르릉~~~ <여보세요> <아 누구 바꿔> <누구신데요?>  <부산 소장이야> <아 예 안녕하세요> 그러곤 전화를 돌려줬죠. 그런데 그게 한번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몇 번 반복이 됐고 전 완전히 찍혔죠. <정석, 이 건방진 자식 감히 내 목소리를 못 알아 들어?>

입사 후 2개월차, 마침 같이 근무하는 서울 직원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부산 사람이라 부산에서 하게 되었죠. 그리고 제가 식 전날 또 다른 한사람과 서울 대표(?)로 부산까지 갔고요. 부서 유대가 엄청난 부서이다 보니 멀리 대구 목포, 군산에서도 소장들이 직접 왔죠.(어쩌면 지방 소장들이 그 결혼 하는 직원에게 잘 보여야 좋은 일이 많아 그런 건지도..)

특히 저를 못마땅 하게 생각하던 소장이 부산 소장이었는데 저를 보더니 약간 비꼬는 투로 “넌 목소리도 제대로 못 알아 듣냐?” 하더군요. 하여 솔직히 얘길 했죠. “저한테 걸려오는 전화는 수 없이 많습니다. 부서로 오는 왠만한 전화는 대부분 제자리로 온다는 걸 아시잖습니까.(사실 자기가 용무 있는 곳에 직접 전화하면 될 텐데 여러 가지 이유로 제자리를 거치거든요) 거시는 분이야 누가 받을지 알고 거시는 거니, 또 혹 제가 아니더라도 그 옆 사람이니  당연히 알아 들으시겠지만 받는 입장에선 알기가 힘듭니다. 더구나 직접 얼굴 보고 얘기 해 본 적이 없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 분도 그렇게 막힌 분이 아니기에 대번 풀어졌죠.

그리곤 그 날 다들 만나서 얘기하고 난 후엔 둔한 저도 목소리를 구분하게 됐고요. 제 집사람이 실은 그 부산 소장이 자기가 채용해서 데리고 있던 부산 사무소 직원이었는데, 저에게, 또 저의 집사람에게 적극 추천해서 결혼까지 하게 됐죠.

그 외에도 많습니다. 살아보니 사람이 왜 잘못을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럴 때마다 임시 방편으로 거짓 핑게로 그 상황만을 모면하려 하면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뿐이죠. 그 보다는 오히려 떳떳하게 할 얘기 있으면 하되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면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야말로 봐줍디다. 그리 길지 않지만 그래도 50여년 살면서 몸으로 터득한 것이니 과히 틀리진 않으리라 믿습니다.

글을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다 보니 미주알 고주알 별 것도 아닌 그냥 헛소리가 되는 것 같네요. 사실 글재주가 없어 잘 쓰겠다는 욕심은 없고, 단지 살며 겪은 일, 나름대로 들려주고 싶은 말을 말 그대로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지라 그걸 그대로 글로 옮기다 보니 좀 어렵네요. 다음 기회에 <위기는 기회다.> 의 역인 <기회는 위기다.>라는 명제로 한번 더 이야기하죠. 여하튼 들어오셔서 읽어 주시는 분들께 감사 드리며, 특히 댓글까지 달아 주시는 분들껜 한편으론 더없이 감사하며 또 한편으론 죄스럽고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