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제 평생을 얘기 할 때 만두를 빠트리면 안될겁니다.. 저에게 만두를 뺀 삶은 그야말로 앙꼬(앙금)없는 찐빵이요, 만두소 뺀 만두라 할 수 있겠죠. 그 만큼 제가 좋아하는 음식 이죠. 저는 어딜 가다가도 식사 때가 되면 일단 만두집을 먼저 찾습니다. 집에서도 1년에 형님들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 빼고도 적어도 서너번은 해먹죠. 명절땐 저의집 필수 음식이고요. 겨울 설 때는 물론, 가을 추석 때도 송편은 거의 안 해도 만두는 합니다. 결혼전 부모님들과 형제들이 다함께 살 땐 겨울 김장의 절반 정도를 만두로 소비했을 정도로 만두를 자주 했었는데, 이젠 그 정도는 좀 어렵네요. 만두는 우리집 식구가 모두 다 좋아하지만 돌아가신 아버님과 제가 특별히 더 좋아했죠.

만두할 때 만두피는 제가 반죽합니다. 만두피 반죽은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했으니 40년 넘는 이력이죠. 만두 만들 땐 아버지 어머니 형들과 동생까지 다 함께 만들었었는데, 형들이 결혼한 후엔 형수님들 까지 그야말로 온 식구가 둘러 앉아 만두를 빚었죠. 동생은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소주병으로 만두피를 밀었죠. 즉 저는 반죽 전문 동생은 피 밀기 전문이죠.

따로 살고 부터는 집에서 집사람하고 저 둘이서 만들죠. 아쉽게도 애들은 저마다 바쁘다네요. 김치, 양파, 콩나물,당면 등등을 다지고 짜고 양념하고 버무려 소 만들고, 밀가루 반죽하고 피 만드는 것은 제 담당이고, 집사람은 콩나물 당면 삶고, 고기 볶고, 만두 빚어 초벌로 찌고(초벌로 찌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보관할 때 만두가 서로 달라붙지 않기 때문), 식혀서 냉장고에 넣는 것까지. 아 설거지도 제 몫이군요...

밀가루 1킬로에 김치 2-3포기, 콩나물 1봉에 양파 1개, 두부 1모, 돼지고기 간 것 500그램에 당면 적당량, 그 정도면 110개 정도 나오죠. 걸리는 시간은 서너 시간 정도... 예전엔 한번에 적어도 300여개는 만들었었는데 많이 줄었죠. 그리고 한번에 먹는 양도 많이 줄긴 했네요. 제가 한창 먹을 땐 집에서 만든 큼지막한 만두를 한끼에 30개 이상 먹었었는데 요즘엔 열두어개 정도...

그런데 맛은 어떠냐구요?  맛으로 따져도 제 입엔 저의집 만두가 최고죠. 수없이 먹어본 그어느 식당 보다도 월등한 맛이죠. 단 한군데 빼고요. 그 단 한군데가 어디냐구요? 한 5년전인가요, 강원도 홍천에서 저의집 만두보다 맛있는 만두를 만났죠. 아니 더 맛있다기 보다 충분히 맛이 있었다가 맞겠네요. 왠만해선 만두로는 집 만두로 단련된 제 입을 만족 시켜주지 못하는데, 그 만두는 충분히 제입을 만족 시켰거든요.

동네 이름은 잊었는데(수하리? 수아리??) 그냥 시골의 평범한 식당이었죠. 메뉴판에 만두국이 있어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문했죠. 그런데 아~~~ 그것이 말로만 듣던 꿩 만두라...

정말 오래 전에 강원도에서 꿩 한마리를 가져와 만두를 해 먹은 적이 있었는데, 뼈 처리를 잘못해, 먹는데 고생한 적이 있었었죠. 맛은 최고였지만요... 그런데 그 식당 것은 뼈를 발라내 고기만 소에 넣고, 꿩 뼈는 푹 고아서 국물을 내, 뼈 씹힘 없이 꿩 만두를 먹을 수 있고, 구수한 국물까지 정말 최고의 맛이었죠.

주인이 노부부인데, 너무 맛있다며 집식구에게도 맛 보여 주고 싶다며, 집에서 끓여 먹게 만두만 팔라하니, 안 팔더라구요. 다 팔면 장보고 오는 사람에게 팔 수가 없다나요. 만드시는걸 보니 한 20인분이나 될까 말까. 결국 사오지는 못하고 볼 일 보고 다시 거길 가서 한 그릇 더 먹는걸로 만족해야 했죠.

만두 먹은 것 중 최악의 상황이 기억나네요. 무슨 일이었는지는 잊었지만 70년대 초반 중학교 다닐 때, 서울역 앞에 간적이 있었는데, 당시 고속터미널 건너편에서 만두집을 보고 들어가서 만두를 주문했죠. 식당은 엄청 깨끗했고, 보니 메뉴판에 물만두, 군만두 등이 있더라구요. 저는 집에서 먹는 만두국을 생각하고 물만두를 주문했죠.

그런데 웬걸 나오는게 엄지 손톱 마디만한 알심이 속이 보일 정도로 얇게 빚은 피에 싸여 직경이 한뼘 정도 되는 접시에 열두어개 놓여있더라구요. 간장하고 함께 나오는데...그것도 만두라고...고기 만두인데 맛은 또 왜 그렇고. 비싼 가격에도 워낙 좋아하는지라 그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주문한건데. 그 후엔 물만두는 절대 안사먹죠. 그리고 물만두와 만두국이 다르다는걸 후에 알았죠.

만두 만들면 절반은 제 몫이죠. 간식으로 애들한테 쪄줘 봐야 기껏 서너개 먹을 정도니, 제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거죠. 솔직히 사먹는 것과 비교해보면 비용은 좀 싸게 먹히는것 같은데,(김치와 마늘등 양념 빼고 110개 만드는데 만원이면 충분, 파는 걸 보니 그 보다 훨신 작은게 10개에 적어도 3천원) 그러나 몇 시간 동안 다지고, 쭈그리고 앉아 만드는 수고까지 감안하면 결코 싼 것은 아니죠. 그러나 저만의 맛을 생각하면 저야 언제나 해먹고 싶죠.

그리고 예전 어머니만큼 자주는 아니더라도, 궁시렁 거리지도 않고 기꺼이 해주는 집사람이 고맙죠. 이번에도 집사람이 먼저 하자해서 한거구요. 제가 만두 좋아하는 것은 친가 외가 할 것 없이 다 아는 일. 이젠 만두 안 해먹는 부산 처가에서도 알죠. 오늘 저녁부터 또 며칠간은 반찬이 필요 없겠네요. 오늘은 평소의 배를 할 거라, 끓여 먹고, 쪄 먹고, 라면 끓일 때 서너개 넣으면 더 할 나위 없죠.

뜬금 없는 얘기지만, 서울역하니 생각하네요. 제가 처음 서울 구경한 것이, 학교 들어가기  전이니, 64년 봄이었네요. 밤 열시경에 기차에서 밖을 보니, 그야말로 별천지라. 제가 한 첫마디가 뭔지 아세요? “야, 서울은 밤도 낮과 같구나.” 서울역 앞 고층 빌딩에서 뿜어내는 네온사인, 지금 생각하면, 또 당시의 광경을 찍은 옛 필름을 보면, 전혀 아닌데, 강원도 골짜기이지만 그래도 읍내 역 앞에서 살았는데, 그래도 제겐 그렇게 보였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