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바둑인 제가, 그렇다고 이론적인 토대가 제대로 된 것도 또한 제대로 배운 것도 없는 제가 이런 글을 써도 되는지 의문이지만 수 많은 대국을 하며 많은 분들과 이야기 해 본 바 아시는 분 보다 모르시는 분들이 훨신 많은 듯하여 감히 이 글을 올립니다. (고수분들께서 아니라고, 틀렸다고 생각하시면 옳은 것을 댓글로 올려주십시요. 그럼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둑에 입문하여 바둑을 두게 되면 대부분이 상대가 상수인지라 접바둑을 두게 되겠죠. 그 때 저만 그러한 생각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치석을 하필이면 화점에 하느냐는 것이죠. 치석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소목에 또는 아얘 3-3에 둘텐데, 또 치석 대신에 집을 주면 더 좋을텐데. 4점 대신 몇집을 받으면 될까...등등.
그럼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 화점에 깔아봐야 너무 허술하여 상대가 3-3만 파고 들어와도 껍데기만 남고, 걸치고 전투를 하다 보면 남는게 있는지 없는지, 또 곤마로 몰리다가 어찌어찌 산다해도 국면은 이미 기울어져 있죠. 그럴 바엔 소목이나 3-3에 둬서 집이나 쉽게 짓게 하든지, 또 상대가 적어도 3-3만은 파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또 이왕이면 치석 대신 집을 준다면 귀에서 조그맣게 살더라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것이죠. ㅋㅋㅋ 저만 그런 건가요?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바 대로 3선은 실리선이요 4선은 세력선이라하죠. 또 세력으로 집을 짓지 말라는 말도 있죠. 즉 세력은 그 힘으로 전투를 하라는 뜻이지 집을 지으라는게 아니라는 것이죠. 위에서 제가 왜 화점에 치석을 하는지 그 이유를 간접적으로나마 얘길 했는데 눈치 채셨는지요.
하나만 더 질문을 드려보죠. 왜 기력이 약한 사람이 치석을 할까요? 과연 약하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 것 일까요? 물론 바둑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약하겠죠. 그걸 한마디로 줄이면 <전투> 아닐까요? 전투가 약해서 약한게 아닐까요. 바둑은 집이 많으면 이기죠. 서로 상대는 집을 못짓게 하고 내 집은 늘리려고 하죠. 그래야 이기니. 그러면 필히 돌과 돌이 맞부딪히게 되죠. 그게 전투 아닌가요?
그럼 전투가 약한 사람을 도와 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옆에서 고수가 훈수 하는 것 외에, 무언가 그 사람에게 가끔 두 점을 동시에 두게 한다든지, 여하튼 뭔가 힘을 실어 줘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가끔 중간에 두 점을 동시에 두게하는 대신(이렇게 되면 너무 불가측적이 되니까) 아얘 처음에 몇 점을 미리 두게한 거죠. 그게 바로 치석이죠. 그리고 그 치석을 세력선에 하게 함으로서 전투에 힘을 실어 주는 것입니다. 즉 실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힘을 주기 위해 화점에 치석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치석으로 집을 지으려 한다면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이겠죠? 따라서 앞으로 치석은 전투용으로 사용하십시요.
한 가지만 더요. 만약 4점을 치석했다고 합시다. 바둑 판위에 돌의 숫자는 어떻게 되죠? (흑돌 : 백돌) (4:0) 이죠. 백이 첫수를 뒀습니다, 그러면? (4:1) 담에 흑이 두겠죠? (5:1) 또 담엔요? (5:2) , (6:2), (6:3), ..... , (100;96), (100:97) ... 이렇게 진행 되겠죠? 무얼 느끼신게 없는지요.
(5:1), (10:7) 이럴 땐 상대적으로 흑이 압도적으로 많죠. 그런데 (100:96), (100:97) 이렇게 되면 똑 같이 3-4점 많은 것이지만 상대적 비율을 따진다면 별로 많은 것도 아니죠. 어쩌면 그 이전에 바둑 판위에 흑, 백돌의 수는 이미 역전되어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즉 초반에는 흑돌이 압도하다가 그 압도의 힘이 점점 빠지게 되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힘이 빠진 담에 뭘 해봐야, 어차피 상대보다 약한 내가 상대를 괴롭힐 수 있을까요?
이제 정답이 나왔습니다. 손자 병법에 이긴 담에 싸우라는 말이 있죠. 즉 이길 수 있을 때 싸우라는 말입니다. 그 때가 언제일까요. 바로 초반이죠. 초반에, 치석에 의해 힘이 압도적으로 강할 때 싸우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초반에 상대가 싸움을 거는데도 그 힘을 사용하지 않고 피하기 때문에(집을 짓기 위한 욕망으로) 처음엔 그럴싸한 집인 듯 보이지만 시나브로 국세가 기울어 버리는 것이죠.
제가 비록 아는 것도 제대로 실천 못하는 물바둑이지만, 그래도 여러분이 왜 치석을 하는지, 왜 하필 화점인지를 생각하고, 또 그걸 언제 어떻게사용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항상 생각하시고 바둑을 두신다면 분명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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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촉산객추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