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한 모퉁이 파계사를 지나 인적 없는 산자락 8부 능선의 계곡 가장자리에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아름드리 고목이 성전암을 떠받치고 있으니 이름하여 성철스님 나무라 하더라. 좁고 허름한 문을 지나니 움막 같은 요사채에 제대로 절집 모습을 갖춘 것은 전각하나 뿐이라 모두가 생전 스님의 사상과 누더기 장삼을 보는 듯 하고 시대의 성인이 수행하던 시절 이곳 성전암에 철조망을 둘러치고 산문 밖에 나서지 않으며 8년 동구불출, 장좌불와를 실천한 곳이라 하기엔 너무 초라하게 느껴짐은 이몸의 아둔함인가 스님을 팔아먹는 몇몇 절집의 행세에 눈이 익은 탓인가.
이후 ‘철 수좌’로 선가에서 이름이 알려진 채 제방선원에서 깨달음 이후의 수행을 계속하던 스님은 문경 봉암사에서 청담, 자운, 월산, 혜암, 법전 스님 등과 함께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결사에 들어갔으며. 참여자 대부분이 그 뒤 한국 불교의 내로라하는 선승으로 우뚝 섰던 봉암사 불사에 이르기까지 성철스님의 행적은 이몸이 다룰 사안이 아니라 이만하기로 하고 봉암사. 필히 다녀 올 곳이라 생각한다.
이곳도 산 아래에 뭔가를 실어다 나르는걸 보니 곧 모습이 바뀔 것 같다 성철스님 이후 철옹스님이 26년간 기거 하셨고 그동안도 겉치레에 연연하지 않음을 보았는데 이제는 뭔가 바뀔 것 같다. 이곳도 새하얀 대리석으로 모양을 갗춘 전각과 탑들이 기생오라비처럼 히멀건히 서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내몸은 절할 곳만 있으면 되고 정갈한 물 한 모금에 마른침 훝어내리고 평온한 스님 얼굴에 잔잔한 미소 담아오면 그만인데.
산사순례길 성전암이 83회고 그동안 다닌 곳을 따져도 100여곳이 훨씬 넘는 것 같은데 그 어디서도 근심을 해소하려면 신발을 벗고 들어오라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이곳 성전암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며 재래식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 되어있어 내실인지 해우소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고. 다만 풍기는 향수(?)만으로 분간할 뿐이더라. ^^; 이곳에서 어떻게 근심을 해소 하라는 건가 안방 같은 곳에 쪼그리고 앉아서.......?
한눈에 들어오는 한우큼의 좁은 터에 산세 절세 그저 소박하고 갑자기 울어대는 산새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오는 고요함이 눈으로 보아 혼란스러움 보다 마음으로의 소리를 들으라 하시는 듯 하고 무엇을 보려하는가 무엇을 보았는가. 하심에 본 것도 느낀 것도 없으며 특별한 것도 없습니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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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화려한4급
⊙배추
태평역
沙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