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거꾸로 가는 한국 육상, 특히 단거리는 그야말로 시대를 거꾸로 간다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에 좀 어떻게 해보자하여 국가 대표팀에 일본 코치를 초빙하여 훈련 중인걸로 압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의 우리나라 코치는 롱스트라이드 주법으로 선수들을 지도해 왔는데, 일본 코치는 숏피치 주법을 가르친다는 것이죠. 예전 유명한 선수중 칼루이스는 롱스트라이드 주법으로 마이클 존슨은 숏피치 주법으로 세계 정상을 차지하며 두 주법의 대표주자가 됐었죠. 그리고 현재의 챔피언인 우사인 볼트가 두 주법을 결합한 선수라고 하는군요.

수십년전 어는 두메 산골(그래도 그곳은 그런 두메 산골의 중심지여서 국민학교는 물론, 중학교에 고등학교까지 있는 읍내였죠) 읍내에 사는 어떤 여섯살 먹은 바보 아이가 자기 형의 국민학교 운동회에 온 가족과 함께 구경 갔습니다. 시골 운동회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동네 잔치죠. 더구나 그 학교는 지금의 시골 학교와는 달리 한 학년에 학생수가 200여명이나 되는 꽤 큰 학교였기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죠. 지금이야  맘만 먹으면 누구나 축구공은 물론 야구공 농구공 기타 무슨 운동 기구든 가질 수 있는 세상이라 모이면 구기 경기가 주가 되기만 예전에야 그랬나요. 학교에 축구공 하나 없던 시절이었으니 행사라해야 박터트리기, 줄다리기, 달리기 정도였죠. 다른 것은 다함께 하는 경기이다 보니 어느 누가 바보짓을 한다해도 또 어느 누가 영웅적으로 힘을 써도 거의 티가 안나타나죠. 그런데 고놈의 달리기는 아니었죠. 잘 달리면 1등에 공책도 상으로 받고, 못달리면 그만큼 차이가 극명하게 들어나는 것이니까요.

드디어 달리기가 시작 되었죠. 거리는 뭐 대충 운동장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출발선이 그어져 있을 뿐이고, 끝엔 선생님 두분이 양쪽에서 흰줄을 잡고 있는 것이 경기장의 전부죠. 6-7명씩 조를 이뤄 달리기를 하는데, 웬걸 그 바보의 형이 꼴찌를 했지 뭡니까. 그 형은 키가 크진 않아도 보통키는 됐고, 또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그야말로 보통 키에 보통 몸집은 됐는데, 그 보다 훨신 작은 형, 돼지 같은 형에게도 한참 뒤 처져 들어오지 뭡니까. 키는 작지만 그래도 빠릿 빠릿한 큰형은 동생이 원래 그런걸 잘아는지 그냥 물끄러미 보고만 있을 뿐이고, 아버지는 "뒤로 뛰네." 하시며 혀를 끌끌 차셨죠. 그 바보는 지 형이 그렇게 꼴찌하는게 너무 부끄러웠죠. 바로 옆에 같이 자리잡고 음식도 같이 먹던 친구의 형은 2등해서 상을 받았는데 말이죠.

그 바보가 다른 형들 달리기하는 걸 유심히 보고 조금 생각하더니, 자기 엄마한테 말했죠. "엄마, 나한테 달리기 잘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 엄마가 당연히 물었죠. "그게 뭔데?" 그 바보 친구의 엄마도 그 바보를 바라 봤죠. "응, 쉬운건데, 달리기 할 때 다리를 쭈욱 벌리고, 빨리 빨리 다리를 내 젓는거야." 그걸 들은 주위 사람들 전부 배가 터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