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이란 말이 있다.  상대방이 있는 겨루기는 천적이 있는 법이다. 유도, 태권도, 퀀투, 레슬링등 격투기는 물론이거니와 요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국민의 딸 김연아 선수도 아사다 마사오라는 천적이 있었다. 어쩌면 아사다 마사오가 없었다면 김연아의 우승은 이루어 지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연아는 아사다 마사오와의 대결에서 서로 호각지세를 이루었으니 아사다 마사오를 이기기 위해서 김연아는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기에 오늘의 김연아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고 빠져있는 바둑은 많은 천적관계를 유지하면서 당대의 승부사를 만들었다. 우선 조훈현가 서봉수 시대의 천적관계이다.  서봉수 명인이야 말로 순전히 국산 토종 바둑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가 조훈현이 없었다면 승부에 대한 노력이 덜했을지 모른다.

  사제간의 대결로 유명했던 조훈현과 이창호의 숙명적인 대결도, 이창호 이세돌의 대결도, 또 중국기사들이 우리의 이창호와 이세돌, 그리고 박영훈, 등과 같은 기사들을 만나 천적 관계를 만드는 것도 상대방을 두고 겨루어야 하는 승부의 세계에서는 숙명적인 것이다.

  하지만 천적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전에 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나른 안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워 나같은 속세에 쪄들은 사람들이야 감히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지만.....승부사들은 자신을 극복한다.  그리고 진정한 승부의 세계에 모든것을 던진다.

  요즈음 바둑을 두면서 많은 것을 깨 닿는다. 승부에 대한 집착은 다 져버린 바둑을 끝까지 던지지 않고 붙들고 잇으면서 상대방이 실수하기만을 기다린다는 것.... 상대방이 그런 사람이면 나도 모르게 실소를 금하지 못한다. 오즉 이기고 싶으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바둑을 끝까지 두려고 하는가.....그럴 때 실수 한척 하면서 다 잡은 대마를 살려주는 은전을 베풀고 나혼자서 실실거리며 즐거워 한다.

  보이지 않는 상대방에 다한 결례이다. 최선을 다해 종국을 가야하는데 순간 던지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오만일까?  최근 11연승을 거두고 20연승을 하자고 마음을 먹고 둔 판에서 바둑을 망쳤다. 이건 왜일까?

  승부에 대한 욕심이 바둑판 전체를 읽지 못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내 바둑에 천적이 누구일까?  천적이라고 할만한 상대를 만나지 못한 탓일까?

  인생에 있어서 천적은 아내일까?  아내와 승부를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니 천적은 아니겠지...... 천적이 있다면 최선을 다한 바둑을 두어 보고 싶다.

  인생에 있어서 천적이 있다면 최선을 다한 승부를 내보고 싶다.  내 보잘것 없는 바둑에 천적이 나타나기를 기다려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