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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에 드리운 먹구름과 대처 방안에 대한 작은 생각
2009-03-11 오후 2:15 조회 4301추천 10   프린트스크랩

요즘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늘면서 소비가 위축 되고, 시장경제는 더 침체된다. 이로 인해 다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날로 속도를 더해가는 이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해 수많은 경제 전문가와 정치인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투자나 일회성의 정책이 아닌 보다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바둑계에 닥친 위기도 이와 비슷하다. 최근 몇 년 사이 프로기전의 수가 눈에 띄게 적어진 것이다. 이는 바둑의 인기와 더불어 바둑을 배우는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에 기인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것이다. 프로기전의 감소는 프로기사 수입의 감소를 의미하고, 그것은 곧 프로기사와 바둑의 인기 하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해가 떴을 때가 바로 지붕을 고칠 때이다 라는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유명한 말이 있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걱정이 없어 보일 때가 내실을 튼튼히 하고 약점을 보강할 때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불과 십여 년 전, 바둑계에도 해가 높이 솟아 있을 때가 있었다. 프로기전의 수가 연간 20여 개를 상회했고 동네마다 들어선 바둑교실은 아이들로 북적댔다. 이때가 바둑의 인지도를 높이고, 훌륭한 교육 아이템으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할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대비하려고 하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좋은 날이 계속 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가 불안해 지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가정이 아이들의 교육비를 줄일 수밖에 없이 된 것이다.

바둑은 교육효과가 좋다는 속설이 있었을 뿐, 과학적인 근거가 없었다. 게다가 프로기사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하고, 그 고비를 넘는다 하더라도 정상급이 아닌 한 프로기사의 수입이 그리 높지 않다고 얘기한다. 수많은 학부모들이 영어와 수학 등 필수 과목을 선택한 것이 필연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또한 바둑의 인기가 식자 많은 스폰서들이 기전을 중단했다. 후원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바둑계로서는 큰 타격이었다. 프로기사는 물론이고 프로기전 주관료가 수익의 큰 부분인 한국기원과 프로기전을 방영해야 하는 바둑TV까지 어려워진 것이다.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지나가 버린 세월을 붙잡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면 비를 맞아가면서라도 고칠 것은 고쳐야 하는 것이다.

 

바둑에 대한 흔한 인식 중 하나가 바둑은 머리 좋은 사람이 둔다는 것이다. 바둑을 처음 배워 어느 정도 기력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에게는 참 듣기 좋은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곧 효과적이고 검증된 교육법의 부재를 의미한다. 어떤 특정한 교육과정으로 특정한 기간 동안 교육을 받아 특정한 기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일반화 된다면, 바둑은 더 이상 머리 좋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태권도나 피아노의 경우, 전국 어느 학원을 가도 배우는 과정이 비슷하고 실력향상의 속도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학원을 다니다 이사를 가더라도 다른 학원에서 그대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반면 바둑을 배우는 아이들은 학원마다 급수체계가 다르며 배우는 과정이 다르다. 선생님의 역량에 따라 기력향상의 속도도 천차만별이다. 검증된 교육법의 부재는 곧 체계적인 교육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이는 아이의 교육을 쥐고 있는 학부모에게 낙후된 교육으로 비쳐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건축학에서 모든 자재는 그 고유의 멋과 기능을 가질 때 진정 아름답다고 말한다. 아늑한 느낌의 나무 장판을 깔아 대리석 같은 시원함을 얻으려 하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바둑은 옛 선비들이 사랑한 사대부의 풍류였다. 한 판의 대국 속에는 상대와의 보이지 않는 교감이 있었고, 소리 없는 대화가 있었다. 잠시 현실 세계를 벗어나 반상에 골몰하며 지적인 유희를 추구하는 것도 큰 기쁨이다. 더 좋은 수를 찾는 것에 멋을 느끼고, 시원한 그늘에서 한가로이 대국하며 여유를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바둑만의 매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대화 된 세상이 빠른 속도를 요구하자 바둑 역시 그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 사람들은 바둑을 두며 깊은 수읽기를 하는 것보다 시간에 쫓기며 두는 짜릿함을 선호한다. 프로기사의 바둑을 관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섬세하고 정교한 바둑보다 속기로 빨리 승부가 결정되는 바둑을 원한다. 덕분에 대부분의 프로기전이 제한시간을 단축시켰으며 프로기사들도 바둑의 정수를 추구하기보다 짧은 시간에 수를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바둑의 인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한국바둑의 기본적인 수준을 하향평준화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던 기원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가끔씩 뉴스에 등장하는 바둑은 단지 거액의 도박을 위한 도구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유엔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한 국가의 총 인구 중 65세 인구가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되는데, 한국은 2019년에 고령 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가 시작될 것으로 예견된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노년층의 비율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 중 대부분이 일선에서 물러나 소박한 경제력으로 여가를 즐기며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80세 안팎인 점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15년을 한가로이 보내게 된다. TV와 고스톱만을 벗삼아 보내기엔 너무도 긴 세월이지 않은가?

이런 분들에게 바둑을 적극 보급하면 어떨까? 부부가 함께 배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바둑은 생각할 것, 대화할 것을 마련해 주며 치매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바둑을 즐기는 데에는 많은 돈이나 신체적인 힘이 필요하지 않기에 더욱 안성맞춤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바둑교육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여 성인이나 노년층이 바둑을 배우기는 어렵다는 현실이 유감이다.       

 

21세기 국제화 시대의 화두는 단연 인적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국가들이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많은 엘리트를 확보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더욱 절실하다. 우리 정부에서 몇 년째 국제 인적 자원 포럼(Global Human Resource Forum)을 세계적인 규모로 유치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인재를 확보만 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바둑계에는 최고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프로기사의 수가 200명이 넘으며 프로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갖춘 바둑기사가 숱하게 많다. 하지만 소수가 바둑 교육과 전반적인 사업에서 일을 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인력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바둑기사로서 좋은 성적을 내고 타이틀을 따는 것이 모든 기사의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때가 있는 법이고, 때로는 타고난 기재가 부족하여 그 고지를 밟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바둑이라는 전문분야를 어떻게 활용 하느냐가 관건이다. 어학을 배워 해외에 바둑을 보급하는 일, 교육분야의 전문가들과 체계적인 바둑 교육법 연구, 컴퓨터 전문가와 바둑 프로그램 개발, 대학교에 교양 바둑과목 신설, 군인들의 취미 생활로 보급, 노년층을 위한 바둑 교수법 개발 등 언뜻 생각나는 것만도 여러 가지이다. 물론 바둑기사 본인이 스스로 할 일을 찾아 개척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바둑기관에서도 어떻게 하면 전문인력을 활용하여 발전할 수 있을지 깊이 연구해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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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만석 |  2009-03-11 오후 2:46: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거문고 자리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거문고자리 선비만석님 안녕하세요! ^^
달선공팔 |  2009-03-11 오후 8:49: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지나가 버린 세월을 붙잡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면 비를 맞아가면서라도 고칠 것은 고쳐야 하는 것이다.>

믕... 윗 구절 말구두 대부분이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거문고자리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걸요..^^;; 칭찬 감사합니다~!
달선공팔 말은...모든 일의 시작이것지욤. *^^*
youngpan |  2009-03-11 오후 10:17:0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노년을 위한 교육..또는 투자가 절실한 편입니다..  
거문고자리 기원은 담배연기가 가득하고, 바둑교실은 아이들만 받고...인터넷은 절차가 복잡하니까요..
당근돼지 |  2009-03-12 오전 4:38: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전문인력을 활용하여 발전할 수 있을지 깊이 연구해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바랄 뿐입니다........잘 보고 갑니다.  
거문고자리 당근돼지님 그간 안녕하셨지요? ^^
팔공선달 |  2009-03-12 오전 10:27:2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올만에 오셨네여...^^

그리고 감사 합니다 꿉벅.  
거문고자리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그런데 결과가 좋지는 못했답니다..ㅠ.ㅠ
트로터 |  2009-03-12 오후 4:52: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문제의식이 확고하십니다. 문체도 세련되고 간결하군요 . 존경스럽습니다.
 
거문고자리 과찬이세요, ^^; 감사합니다!
무구 |  2009-03-12 오후 8:0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모두 옳은 말이고 누구나 공감할 내용입니다. 그러면서도 대책으로 내 세우신 것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바둑도 게임이고 스포츠이기 때문에 억지로 저변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어렵더라도 각 분야에서 각자 노력해야겠지요.  
거문고자리 네, 대책이라고 한다면 더 참신하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생각해 봐야겠지요.. 저는 그런 방안들을 떠올릴 만한 누군가를 자극하고 싶었답니다. ^^
메이비 |  2009-03-12 오후 8:31:4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해외 바둑보급의 필요성이 많이 느껴지네요.  
거문고자리 메이비님 안녕하세요 ^^ 저도 해외 바둑보급이 가장 큰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돌부처쎈돌 |  2009-03-13 오전 1:01: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랜만에 뵙게 되네요^^
자주 오셔서 좋은 글 읽게 해주세요^^  
거문고자리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왔는데 반겨주셔서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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