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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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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등산
2009-02-22 오전 9:29 조회 5434추천 8   프린트스크랩

 나는 등산을 아주 좋아한다. 사회에 갓 나왔을 때인 20대 초반에는 산을 너무 좋아해서 주말마다 전국의 산을 혼자서 누비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다가 30대 중반쯤 바둑을 알게되면서 등산보다 바둑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중년이 되고나서는 건강을 위하여 등산을 더 자주가게 되었다.
둘 다 좋아하다 보니 주말에 무엇을 할 것인가로 고민한 때도 많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한꺼번에 두가지를 다 하는 방법이었다. 등산갈 때 배낭속에 접이식바둑판과 바둑돌을 넣어가지고 올라가서 정상 근처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바둑을 몇판 정도 두고 내려오는 것이다. 물론 혼자서는 안되므로 바둑친구들과 같이 가야 한다. 한때 외국에서 근무할 때는 골프에도 미쳐봤었지만 귀국 후에는  골프가 사치성 오락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기도 했지만 부킹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도 요즘은 비용이 너무 많이들어 엄두를 못내고 있다.

 

 7~8급 정도의 기력이었던 30대 초보자시절 나는 기력향상을 위해 바둑책을 열심히 보았다.  80년대 초에는 강철수의 바둑스토리와 사카다의 바둑교본을 탐독했다. 하수가 주제파악도 못하고 현현기경이나 기경중묘 등 중국 고전도 읽어봤지만 초보자에겐 너무 어려워서 나중에는 책장의 장식품이 되고 말았다.
당시 나는 바둑책 탐독으로 기력향상에 자신감이 생기자 실전을 통한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때는 바둑 잘두는 친구가 그렇게 부러울수 없었다. 그래서 직장 동료중 비슷한 연배의  바둑고수 3명을  설득하여 기우회를 조직했다. 4명이 월1회 기원에서 만나 바둑을 두고 저녁에 생맥주를 마시고 헤어졌다. 물론 내가 바둑을 배우는 처지의 하수 였으므로 고수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깍듯이 예우하면서 가끔 술도 사주고 잡다한 일을 담당하는 총무역할을 자원했다. 고수였던 친구가 직장대항 바둑대회에 나가는 날에는 잔심부름도 해가면서 수발도 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이렇게 2~3년 동안 하수의 설움을 참아가며 기우회 활동을 했더니 치석을 하나 둘 떼어내고 6점 접바둑이 2점 접바둑까지 올라 가게 되었다. 하수신세는 면한 것 같은데 그래도 고수들과 맞수는 되지 못했다. 아무리 수읽기를 해봐도 항상 시간이 부족했고   어려서 부터 바둑을 배우고 감으로 속기바둑을 잘두는 친구들은 당할 수가 없었다.


 고수들은 대개 내기바둑을 좋아한다. 거액은 아니지만 소소한 내기바둑으로 돈도 많이 썼다. 하수라서 따는날보다 잃는날이 많기도 했지만 어쩌다 돈을 따도 맘이 약해서 그냥 가지 못하고 저녁을 사거나 술을 사주게 되니 결국 과소비가 된다. 내기에서 딴돈으로 술을 사면 기분은 좋은데 과음하게 되고 다음날 컨디션이 엉망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고수친구가 바둑을 두다가 쓰러지는 불상사가 있었다. 애주가에 애연가였던 그친구는 내기바둑을 너무많이 한 관계로 건강을 크게 해친 것이다. 무작정 바둑을 좋아하면서 바둑에 몰입하던 나는 바둑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친구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바둑스토리에서 내기바둑을 두다가 쓰러지는 내기바둑꾼의 사례를 현실에서 목격한 것이다. 그 친구는 현재 직장의 한직으로 밀려나 건강을 위해 바둑을 삼가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바둑을 워낙 좋아하던 나는 바둑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바둑 두면서 건강도 유지하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산에 올라가서 바둑두는 방법을 택했다.

산에서 좋은공기를 마시기 위해서는 가급적 오래 산행을 해야한다. 그러나 하루에 7~8시간동안 산속에서 헤매는 것은 중년의 나이에는 다소 무리이다. 산에서 바둑을 두면 시간이 잘 가므로 산위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오래 머물 수 있다. 담배연기 자욱한 기원에서 두는 바둑보다 훨씬 덜 피곤하고 수도 잘 보인다. 물론 겨울에는 산에서 바둑둘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으로 부터 10년전 IMF사태로 실직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8개월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관악산에 올라가 하루종일 바둑을 두던 시절이 있었다. 그야말로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몰랐고 바둑친구들과의 우정도 돈독해 졌다. 명예퇴직이라 퇴직금도 두둑했으므로 생계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누가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절이 언제였냐고 물어본다면  산에올라가 바둑을 두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지금은 각자 헤어져 직장에서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언젠가는 다시한번 모여 산에 올라가 바둑을 둘 날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요즘도 성남 은행동 남한산성 입구에 가보면 산성기우회가 있다. 정자근처에 바둑판이 많아서 누구라도 무료로 바둑을 둘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실업자나 노인들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바둑을 두는 관계로 호적수를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요즘은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분당에서 지하철을 타보면 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노인들이 할일이 없으니 무료로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정부에서 노인들에게 직장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복지정책이겠지만 경비직조차도 65세가 넘으면 취직이 잘 안된다. 그래서 과거에 불륜의 원인이라고 혐오하던 사교댄스가 요즘은 노인들의 소일거리와 건강을 위해 장려되고 있다고 한다.

 

만일 내가 문광부장관이 된다면 전국 수천개의 사찰에 바둑판을 보급해서 일반인을 상대로 저렴한 기료를 받고 기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쓸 것이다. 등산가서 절이나 정자에서 바둑을 둘 수 있다면 치매도 예방되고 중풍도 예방될 테니 노인건강증진에 이보다 더 좋은 정책이 있을까? 사찰에서도 바둑관련 소득이 생겨 국가보조금 없이 자립할 수 있을 테니 일석이조의 정책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겨울에도 산에 올라가 바둑을 둘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산속에 청소년 야영장도 많이 만들어 야영하면서 바둑을 두도록 장려한다면 청소년 범죄도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바둑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재미있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게임이 있을까? 그래서 요즘처럼 모든 물가가 올라가고 소득이 줄어드는 불경기에는 더욱더 바둑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2009.2.22

`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09-02-22 오전 11:32: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습니다...좋은 기억들.생각.

하지만 사찰을 기원에 또 바둑을 소일거리 오락으로 비유하신 점에는
문광부 장관이 되실때 그밑에 근무하는 실무자로 강력하게 건의할 것입니다
취지는 좋으나 핵심을 놓치고 있는점을 ...헤헤^^  
youngpan |  2009-02-22 오후 6:18: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정책..ㅎ.권장할만하다 생각이 되는군요..다만..조금더 세밀하게 챙기면서리..  
달선공팔 |  2009-02-22 오후 7:54:5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지극 정성이라면...하늘도 감동할 것입니다. ^^  
선비만석 |  2009-02-23 오전 6:34: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경기가 어려우면 기원이 손님을 많이 받을까요? 경기와 바둑이 관련이 많은것 같습니다.  
당근돼지 |  2009-02-24 오전 8:37: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산에서 바둑을 둔다.......좋은 발상이네요  
류부선 |  2009-02-24 오후 9:19: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하고는 선후가 좀 바뀌셨군요. 제 경우는 바둑을 먼저 시작해서 20대에 1급이 되었으나 (강1급은 아니고 표준1급) 바둑이란게 운동이라곤 팔 운동 밖에 안되는 것이라 운동부족을 느끼고 한 십년전부터는 산에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요즘은 등산과 바둑을 병행한다고 할까요? 산에서 두는 바둑이 그럴 듯 합니다.
인연이 닿으신다면 언제 저하고 같이 산행하시면서 바둑도 한판 둬 보셨으면...  
트로터 저보다 상수이신거 같은데 수원이나 용인 또는 분당지역 산에서 한수 지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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