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열정으로 밤을 지새운 적이 있습니까. 혹은 비 내리는 날 홀로 거리를 미친듯이 헤메어 본 적은 있습니까. 더러 아무런 계획 없이 이름 모르는 곳으로 홀로 떠나고 싶은 적이 있습니까. 너무 절절해서 신열이 끓어오르신 적은 있나요. 마음에 채곡채곡 쌓여있던 글쓰기의 열망이 한참을 괴롭히던 때가 있나요. 그런 분이시라면 언제라도 이 문을 두드리십시오. 이 문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문입니다. 아무리 높은 사람이거나 낮은 사람이거나, 많이 배운 사람이거나 배우지 못한 사람이거나, 많이 가진 사람이거나 가난한 사람이거나 이 문에 들어 오시려면 먼저 자기의 몸을 굽히고 들어와야 되겠지요. 마음을 낮추는 일부터 문학의 첫 걸음은 시작된다고 봅니다. 글을 써 놓으면 더러는 뽐내고 싶을 때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 문 안에 일단 들어오면 먼저 자신의 마음을 훔친 사람이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임을 곧 알게 되지요. 마음을 들키는 일, 그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지요. 마음을 낮추고 일단 들어 오십시오. 그리고 모두 자신의 마음을 즐겁게 들켜 보시지요. 자유로운 생각과 자유로운 글쓰기, 그냥 읽기만해도 좋은 새로운 만남의 장, 그리고 나즈막한 山이랍니다. 고맙습니다.

산에 들어


산에 들어

목마른 사람이어

무어 그리 돌아볼 일 많은가

인생살이 괴로움이라고

아니라 그리움이라고

홀로 서서

굽어보면 지나온 아득한 길

산 가리마 따라 풀리어가다

그 끝자락 어느 메

새치 드문드문,

오늘 밤 되거던

꿈 속 우리 나그네되어

어느 주막에서

술이나 한 잔

산에 들어

목마른 사람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