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es... <제 12 회>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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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81 신화같은 사랑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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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제 12 회>
2009-01-04 오전 10:31 조회 4162추천 7   프린트스크랩

갑작스런 미란의 등장에 은경은 깜짝 놀랐다. 더욱이 현욱은 말할 것도 없었다. 미란은 미간까지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헤어졌다지만 말이 너무 심하군요! 선배와 당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서 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때나마 서로 사랑했던 사이 아닌가요? 어떻게 그런 추억마저 비난하고 부정할 수 있는 거죠? 거기다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자존심 따윌 버린 게 당신 눈엔 그렇게 하찮은가요? 내가 볼 땐 당신이야말로 선배한테 턱없이 부족한 사람인 것 같군요!”

은경은 눈에 독기를 품으며 매몰차게 말했다.

“넌 뭐하는 계집애야?”

이에 질세라 미란은 당차게 대답했다.

“누구냐고요? 그래요! 나 현욱 선배 여자친구에요! 내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고요!”

미란은 금방 자신의 언행이 실수란 걸 바로 알아차렸다. 그렇다고 다시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으니 자신의 언행에 대한 이해할 틈도 없이 더욱 당당한 기세로 은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현욱은 영문 모를 미란의 발언에 당황했다. 물론 은경의 표정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현욱에게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이곤 헛웃음을 쳤다.

“야, 신현욱! 그런 거였어? 하긴 네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깐 이렇게 비싸게 구는 거겠지? 그래, 잘 어울린다! 저런 싸구려 핏덩이랑 잘해봐! 딱 네 수준이네! 나쁜 놈!”

은경은 매몰차게 돌아섰다. 현욱은 왜 하필 미란이 이곳에 있는지, 왜 그런 얘길 해서 은경의 부아를 돋우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잠시나마 미란에 대한 원망과 함께 그녀의 의도를 추궁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아무리 끝난 사이일지라도 이렇게 악감정까지 가지며 은경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감정이 자신만의 감정이고 욕심인줄 알면서도 돌아가는 은경의 팔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현욱에게 돌아온 것은 은경의 따귀였다. 눈물이 핑 돌만큼 매섭고 화끈거렸다. 금세 그의 뺨은 불그스레했다. 은경은 잔뜩 노기를 품은 눈으로 그를 노려보지만, 어느 틈에 은경의 두 눈엔 눈물이 자리 잡았다. 혹시라도 흘러내릴까 얼른 머금은 눈물을 거뒀다. 은경은 좀 전과는 달리 조금 떨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냉정함은 묻어났다.

“더러운 손 치워! 왜? 나한테 따귀 맞은 게 억울하니? 금방 나한테 맞은 따귀는 너 때문에 낭비한 시간과 기름값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다신 연락할 일도 없으니깐 걱정마! 잘 지내…”

은경은 강의실 문을 세차게 열며 횅하니 가버렸다. 다시금 은경을 잡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를 잡아봤자 상황이 더 좋아질 리는 없었기에 더 이상 잡을 수는 없었다. 가만히 그 자리에서 그녀가 나가며 활짝 열린 강의실 문만 넌지시 바라볼 뿐이었다.

미란은 괜히 자신이 나선 것 같다는 생각에 난처한 표정이었다. 섣불리 다가갈 수도 없었고 사과는 커녕 먼저 뭐라고 말을 붙여야 되는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무지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현욱의 쓸쓸한 뒷모습만이 눈에 밟혔다.

잠시 후 현욱은 미란에게 어떠한 눈길도 주지 않고 강의실에서 나가버렸다. 차라리 왜 남의 일에 나서냐고 따지고 화라도 내줬으면 아주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는데 거듭 마음만 무거워졌다.

미란은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복사물을 봤다. 당연히 심난한 마음에 정갈하게 정리된 글씨마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자리에 일어나 좀 전에 열어두었던 창문으로 향했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시커멓던 하늘마저 보이지 않았다. 새하얀 구름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촘촘히 내리쬐었다. 게다가 상쾌한 바람마저 솔솔 불어오니 조금은 마음이 후련한 감도 있었다.

계속 자리에 앉아 시험공부를 한다고 한들 지금은 괜한 짓일 것 같단 생각에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서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꿀꿀한 기분에 따뜻한 햇살이라도 좀 쬐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로비에 달했을 때였다. 투명한 현관문 밖으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현욱이 보였다.

미란은 순간 돌아설까 했지만 이대로 피한다고 해도 능사는 아니었고 확실히 주제넘게 나선 자신의 잘못도 있었기에 얼른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다. 로비 한쪽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음료자판기에서 파란색 캔커피 두 개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살금살금 현욱에게 다가갔다. 지금껏 현욱을 지켜본 바로는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박대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떨렸다.

“저기, 선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미란의 목소리에 현욱은 고개를 돌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태연한 얼굴이었다. 게다가 따귀로 인해 그의 볼에 여전히 남아있는 불그스레한 자국이 더욱 안쓰러웠다. 우선 들고 있던 캔커피 하나를 조심스레 건넸다.

“이거 마실래요? 선배가 뭐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내 마음대로 뽑았는데…”

현욱은 고맙다는 인사까지 곁들어 흔쾌히 받더니 한 모금 홀짝 들이켰다. 미란도 조금 마시며 은근슬쩍 현욱의 눈치를 살폈다. 좀 전의 일로 많이 속상할 텐데 여전히 그의 표정엔 어떠한 심적인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심해 보일 정도였다. 미란은 목이 탄 나머지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짧고 작은 헛기침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선배, 좀 전의 일은 너무 미안해요. 내가 너무 주제넘게 굴었어요. 선배, 많이 화났죠? 난 그냥 선배가…”
“괜찮아.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게 더 부끄러운걸. 그러고 보니 선배면서 지금껏 좋은 모습은커녕 안 좋은 모습만 보여줬네. 너무 민망하다.”

현욱은 겸연쩍은 웃음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모습이 미란에겐 한결 더 애달프기 짝이 없었다. 특히 그의 불그스레한 뺨을 보자 괜스레 더 속상하고 다시 화마저 났다.

“근데 선배는 원래 그렇게 화를 잘 내지 않아요? 뭐, 선배한텐 미안한 일이지만, 본의 아니게 다 들었잖아요. 사실 그 여자가 명백히 잘못한데다 선배를 그렇게나 모욕하는데 언성하나 높이지 않고 묵묵하게 듣는 게 너무 신기할 정도라고요. 다른 사람 같았으면 서로 언성 높여가며 장난 아니게 싸웠을 텐데…”
“물론 나도 화가 났지. 하지만 그 친구가 꼭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거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친구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다는 것은 아니야. 내 딴에는 그 친구를 정말 많이 좋아했고, 정말 많이 사랑했어. 하지만 그 친구가 느낄 만큼 내 사랑은 그만큼 큰 게 아니었나 보지. 아니,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내겐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했을지도 몰라. 솔직히 그 친구가 다른 남자한테 갔을 때는 미치도록 밉고 원망스러웠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만든 건 내 자신인걸. 결국 내가 부족해서 다른 남자한테 빼앗긴 거야.”
“그래도 그렇지 너무 말이 심하잖아요! 내가 그렇게 열이 올랐는데 선배는 오죽하겠어요?”

그녀의 흥분 섞인 말에도 동조하지 않은 듯 현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그 친구를 잘 몰라서 그래. 그렇게 모질게 말해도 속은 정말 여린 친구야. 겉으론 화려해도 알게 모르게 아픔이 많은 친구지. 그래서 더욱 더 자신의 상처를 감싸려고, 또는 다시는 상처 받지 않으려고 그렇게 지독하게, 모질게 굴어서라도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거지. 그런데 내가 그 친구의 그런 진심을 아는데 화를 낼 순 없잖아. 오히려 지금이라도 날 생각해주고 여기까지 찾아온 게 어딘데…”

미란은 그의 말에 동조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 정말 그 여자를 사랑했나 봐요. 그럼 그렇게 그 여자의 진심을 아는데 다시 시작할 생각은 없어요? 아니면 혹시 혜린 언니 때문에…”

갑자기 이 상황에서 왜 혜린의 이름을 언급했을까하는 늦은 후회도 잠시 미란은 반사적으로 얼른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오늘따라 자꾸 허튼 소리나 내뱉은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또 슬쩍 현욱의 눈치를 살피자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니, 단지 다시 시작해도 전과 다름없이 난 그 친구를 채워줄 수 없어. 그리고 분명 나보다 그 친구와 더 잘 어울리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날거야. 그저 나로 인해 상처받은 그 친구한테 더욱 미안할 뿐이지.”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 여자에 대한 진심을 생생하게 느끼기에 충분했다. 미란은 온화한 미소로 현욱을 가만히 지켜봤다.

“야, 임마!”

문득 들려오는 영섭의 목소리였다. 현욱의 가방까지 챙겨들고 불만스런 표정으로 다가왔다.

“네가 웬일로 수업을 빠지고 그러냐? 너 대신 내가 수업시간에 필기한다고 얼마나 힘들어 죽을 뻔 했는데!”

현욱은 시계를 보자 그제야 수업이 끝나는 시간임을 알았다. 난처한 표정으로 배시시 웃어넘겼다. 영섭은 가방을 건네주며 툴툴 거렸다.

“웃지 말고 너무 힘들고 배고프다! 뭐라도 요기 좀 하러가자! 물론 내가 필기도 하고 네 가방까지 챙겨왔으니 네가 쏴야지! 미란아, 너도 같이 가자.”
“저도 그러고 싶지만, 이번 시간에 수업이 있어서…”
“그럼 어쩔 수 없네. 네가 있어야 이 자식한테 백 원이라도 더 빼앗아 먹을 수 있는데…”

영섭의 아쉬워하는 표정에 미란은 웃음만 나왔다. 결국 미란을 두고 막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현욱 선배!”

갑작스런 미란의 목소리에 현욱은 물론 영섭마저 고개가 돌아갔다. 미란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누가 뭐래도… 어쨌든 선배는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현욱은 그녀의 말에 화답이라도 하듯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반면 영섭은 둘 사이의 묘한 낌새를 눈치 채고는 무슨 일인지 다시 발걸음하면서부터 현욱을 채근하기 시작했지만 능청스런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렇게 점점 멀어져가는 현욱을 바라보는 미란의 얼굴에도 금세 환한 미소로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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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81 |  2009-01-04 오전 10:36: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번 회는 쓰다보니 좀 길어졌네요.^_^; 글씨 크기도 바꿔봤는데 괜찮은지 모르겠군요.^_^; 아무튼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팔공선달 감사 합니당 ^^+
작은시집 넹~
숙이아지매 |  2009-01-04 오전 10:58:4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우라님.....늘 좋은글 쓰시느라 힘드시죠...^^*  
아우라81 그래도 사이버오로 여러분 덕분에 기운이 납니다!^_^
멀리보며 |  2009-01-04 오후 2:17: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현욱은 새로운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길 바라며 다음을 기대해 봅니다.^^  
아우라81 네, 기대해주세요~^_^
달선공팔 |  2009-01-04 오후 2:47:3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현욱에 대한 미란이란 존재의 부각...^^  
아우라81 ^_^
당근돼지 |  2009-01-04 오후 5:34:5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에겐 글씨가 커서 좋으네요.......잘 보고 갑니다.  
아우라81 그럼 다행이고요~^_^
돌부처쎈돌 |  2009-01-05 오전 4:05: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누가 뭐래도
어쨌든 그대는 좋은 사람 같습니다^^  
아우라81 ^_^
arirang8 |  2009-01-07 오전 3:19: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미있네요  
아우라81 감사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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