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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제 9 회>
2008-12-18 오후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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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먹색 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으며 부슬부슬 내리던 가랑비는 오후가 돼서도 그칠 기미가 없었다. 게다가 다가오는 중간고사로 캠퍼스는 더욱 한적했다. 대신 도서관 열람실은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로 가득했다.
너무나 고요한 분위기 속에 현욱은 요목조목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노트를 보며 연습장에 마구 써가며 암기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암기가 잘 되지 않는 모양인지 잠시 펜을 내려놓고는 허공에 대고 긴 한숨만 내쉬었다.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에서 짧은 진동이 울렸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이름대신 낯익은 번호가 나타나자 일순 표정이 일구러졌다. 은경의 문자메시지였다.
「신현욱! 도대체 언제까지 내 전화고 문자고 다 씹을 거니??」
이젠 지겨웠다. 언제부터인가 하루에 한 두 번 정도 수신되는 은경의 문자 메시지. 그녀의 번호를 수신거부로 설정해야 할까? 아니면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문자메시지라도 남길까? 하지만 이번에도 문자메시지를 삭제하는 것 외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다시 펜을 들고 시험공부에 돌입하려 하지만 좀 전의 문자메시지가 괜히 거슬렸다. 분명 은경에겐 어떤 조그마한 미련도 남지 않았건만. 하긴 시계를 보니 다음 수업이 있기까지 30분 남짓하니 가방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람실에서 나와 로비로 내려가니 영섭이 보였다. 가장자리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복사물을 보고 있었다. 현욱은 넌지시 다가가 풀썩 주저앉았다. 영섭이 보고 있던 복사물을 내려놓고는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지금 강의실로 갈까?”
“아니, 좀 천천히 가자. 일찍 가봤자 그 사람도 못 보는데 서두를 필요 없잖아? 음료수 하나 마시고 가자.”
“잔 돈 줘?”
현욱은 됐다며 옆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를 뽑았다.
그때 낭랑한 미란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안녕하세요?”
영섭은 반갑게 맞이하는 반면 현욱은 애써 반가운 척하며 어색한 웃음으로 말했다.
“너도 음료수 마실래?”
“뽑아주신다면야 감사히 먹겠습니다.”
현욱은 음료수 하나를 다시 뽑아 미란에게 건네주자 그녀는 지나치게 공손할 정도로 고마움을 반복적으로 표시하며 받았다. 영섭이 남은 음료수를 마저 비우고는 말했다.
“공부하다 오나봐? 신입생이 벌써부터 그렇게 열심히 하면 어떻게 해? 신입생 때 확실히 끝내주게 놀아야지.”
미란은 뽀로통한 표정으로 푸념을 늘어났다.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고요. 근데 곧 있으면 중간고사에다 주변에 보면 벌써부터 학점 관리한다고 얼마나 열심히들 하는데요. 거기다 선배도 저랑 같이 현대인의 정신건강 수업 듣잖아요. 정말 교양과목이라 우습게 봤더니만 시험범위도 그렇고 제대로 필기나 정리한 것도 없으니 큰일이에요. 그래서 요즘 들어 정신건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정신병만 얻을 것 같다니까요.”
어느새 난색까지 하는 미란과는 달리 영섭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좀 전까지 자신이 보던 복사물을 들었다.
“난 다행히 이거라도 있어서 잘 외우기라도 하려고.”
“그게 뭐에요?”
영섭은 넌지시 건네줬다.
“현욱이 녀석이 정리한 건데 이 녀석이 정리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하거든. 그래서 시험 때마다 항상 신세지는데 그것만 봐도 어느 정도 학점이 잘 나온다니깐. 어때? 네가 보기에도 잘 정리하지 않았어?”
미란은 복사물 여기저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정리 잘했네요. 게다가 무슨 남자 글씨가 이렇게 예쁘게 잘 써요? 정말, 정말 대단하단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현욱 선배, 나도 이 대단한 노트 좀 복사하면 안돼요? 네?”
“대단한 노트라고 할 것까지야… 안될 것도 없지, 뭐. 그렇게 해.”
현욱은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건네줬다. 미란은 신난 표정으로 노트를 펼쳐 훑어봤다.
“근데 선배는 어떻게 이렇게 글씨 잘 써요? 보통 여자 글씨보다 더 예쁘네요. 그리고 그 많은 걸 어떻게 필기에다 정리까지 다했어요? 정말 대단해요, 대단해! 선배 덕분에 일단 현대인의 정신건강은 한시름 놓이네요.”
현욱은 연이은 미란의 칭찬에 머쓱해하며 음료수만 마셔댔다. 미란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근데 혜린 언니도 같이 수업 듣잖아요. 이거 보여주면 언니도 되게 좋아할 것 같은데… 솔직도 언니도 이 과목 때문에 은근히 곤란했거든요. 이참에 이걸로 언니에게 선배의 존재를 확실히 부각시키는 건 어때요? 언제까지 그렇게 바라만 볼 수는…”
순간 현욱이 들고 있던 음료수를 떨어뜨렸다. ‘깡’하는 소리가 로비 전체에 울렸다. 그제야 미란도 아차 싶은 생각에 황급히 입을 다물고 고개까지 조아리며 사과했다.
“선배, 미안해요!”
현욱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영섭은 놀란 표정으로 그 둘을 번갈아 봤다.
“신현욱!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미란이가 알고 있는 거야?”
영섭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란이 놀랐듯 말했다.
“엥? 그럼 영섭 선배도 알고 있었어요?”
금세 영섭과 미란은 그 사실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신나게 주절대지만, 현욱은 골치 아픈 표정으로 긴 한숨만 내뱉었다. 더욱이 서로 파이팅 포즈까지 취해가며 현욱에게 혜린과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사랑의 파수꾼이 되어준다고는 하나 당연히 현욱의 표정은 달갑지 않았다. 해방이나 놓지 않으면 다행이건만. 난감함에 그저 고개만 절래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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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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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선공팔 |
｜ 2008-12-19 오전 12:47:51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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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미란의 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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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새로운 강자 등장하셨네..
아예 한꺼번에 수십개 글을 올리지.. 겨우 10개만 올리나?..
나작도 이젠 개판으로 가는구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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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숙이 |
쿠션님은 사사건건 시비를 거시네용....첨이라 몰라서 그럴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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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숙이 |
나작도 이젠 개판으로 가는구나..ㅎㅎ라는 댓글은 쿠션님의 인간성이 의심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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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병 |
ㅋ, 나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게 생겼구마요. 12개라...난 눈치 보면서 겨우 2~3개 올리는데....나작코너는 개인 집필실이나 아파트 성격이 짙은지라 이해함, 그래도 3개까지는 봐주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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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숙이 |
처음 입주한신분에게 마음의 상처가 될것 같네요..아무 생각없는 3쿠션님의 댓글 때문에 ...공격적 성향으로만 똘똘 뭉친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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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계 |
쿠션님이 이런사람인 줄 몰랐네요. 정말 실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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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55 |
새로 입점한 분이라 이곳의 분위기를 잘 몰라 그리하셨을 겁니다. 개인 점방이라는 생각에...더구나 소설의 들머리다 보니 여러편을 동시에 올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고요....아우라님께는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나도작가 코너는 글을 쓰시면 전체 리스트에 그 목록이 뜨므로 하루에 이처럼 한 사람이 여러편을 올리면 다른 분들의 소중한 글들이 뒤로 밀려 이곳을 찾는 독자들께도 불편을 드릴 우려가 있답니다. 이 점 배려하시어 가급적 하루에 한두편씩만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것이 양에 차지 않는다면 한편에 담는 분량을 늘려주시면 어떨까요? ^^ 재미있는 소설, 무척 기대됩니다. 그리고 3쿠션님...점점 저도 짜증나기 시작하네요. ^^;; 자꾸 과격한 언사로 자극하시면 님께서 진정 하고자 한 본뜻이 왜곡되지 않을까요? 고슴도치의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남을 공격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고슴도치도 고슴도치를 품을 땐 따뜻한 심장쪽으로 품는답니다. 내일 수원에서 꼭 뵙기를 앙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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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만석 |
3쿠션님.. 내 그리도 이르거늘..... 좀 수신제가 하면 안될까? 부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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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
고슴도치? 무엇인던지 지난치면 모자람만 못하겠지요. 모든분들 연말연시 복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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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선공팔 |
아마두 운님말씀처럼 첨이라 잘 모루셨을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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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사랑숙이 |
｜ 2008-12-19 오전 8:05:07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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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음..........좋은 글.........단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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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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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익는향기 |
｜ 2008-12-20 오전 2:45:52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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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인사가 늦었네요... 아우라님 반갑습니다.
산뜻한 소설,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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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